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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칼럼] 유시민의 덫이 까발린 KBS의 민낯

‘10월 태극기 항쟁’ 국민의 목소리를 따라야 한다

10·3 개천절에 이어 ‘조국·문재인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한글날인 9일에도 드높았다. 지상파가 외면한 이날 집회 현장의 모습은 유튜브 등을 통해 세계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광화문과 시청, 남대문 일대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조국의 구속과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 검찰수호를 외치며 이 땅에 정의와 공정이 바로 세워지길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장시간 계속됐던 집회 내용 중 유난히 필자의 관심을 끈 부분은 아무래도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였다. 투쟁본부 측 연사는 ‘KBS 아직도 보시나, MBC, SBS를 아직도 보고 계시나’고 외쳤고 시민들은 ‘아니오’라고 화답하는 모습이었다. KBS 시청료 납부 거부 얘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백만여 군중이 모여 언론을 향한 거친 성토, 그리고 유튜브 시청을 다짐하면서 시청료 납부거부를 외치는 모습을 공영방송 KBS는 어떻게 바라봤을까. 

10·3, 10·9, 그리고 매 주말마다 광장을 가득 메운 태극기 함성의 목소리를 아프게 들어야 할 사람은 문 대통령과 조국 장관 여당만이 아니다. 문재인 권력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홍위병 노릇에 날 새는 줄 모르는 선전기관 KBS를 비롯한 언론이다. 특히나 유튜버 유시민의 의혹제기에 조사위를 구성하겠다고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KBS의 모습은 그렇지 않아도 들불처럼 번지는 시민항쟁에 기름을 붓는 일이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이 알릴레오 유튜브에 조국 배우자 정경심 씨의 자산관리인 김 모씨를 출연시켜 정 씨에 유리한 발언만 편집해 방송하고 김 씨가 이전 KBS와 한 인터뷰를 KBS가 마치 검찰에 흘린 것처럼 주장한 사건(?) 말이다. 유시민이 제기한 검언유착(검사와 언론의 유착) 의혹은 조국 가족이 받는 여러 의혹과 범죄혐의의 사실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건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데도 유시민이 왜 그런 물타기성 의혹을 제기했을까. 

검찰의 힘을 빼려는 의도라는 건 누구나 안다. 검찰 권력의 정당성에 구정물을 확 끼얹어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검찰 무력화 작전의 일환이라는 판단은 어지간한 국민이라면 다 한다는 얘기다. 그간 어용 짓에 앞장서왔던 공영방송의 뒤통수를 후려쳐 제물로 삼았다는 점에서 더욱 고약한 일이었다. 더구나 김 모씨는 논란이 되자 ‘유시민과 인터뷰를 후회한다’며 범죄혐의를 인정했다. 유시민이 팠던 함정은 실패하고 만 것이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옛말이 있다. 유시민보다 그런 터무니없는 잔꾀에 말려 즉각적인 진상조사위 구성으로 화답한 KBS 양승동 사장이 딱 그런 존재가 됐다. KBS는 진상조사가 이뤄질 동안 소위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보도를 위한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취재와 보도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유시민 말 한마디에 복종해 자기 기자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든 양승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권력의 외압에 얼마나 고분고분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KBS가 불타는 일은 없기를

지금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는 그들은 양 사장을 지지했던 언론노조 소속 기자들이다. 심각한 불공정 보도와 시청료 문제, 언론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사내 기자와 PD들에 대한 잔인무도한 보복 등 오랫동안 문제를 제기해온 현 야당이나 많은 국민을 소 닭 쳐다보듯 무시하던 KBS였다. 그랬던 KBS가 아무리 여권 인사라도 일개 유튜버의 의혹제기에 이렇게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온갖 범죄 의혹을 받는 조국 가족에 대해 마지못해 억지로 보도해왔던 KBS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불 보듯 뻔한 것 아닌가. 양 사장을 포함해 경영진 행태에 대부분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지만 어차피 한통속이다. 조국 정국에서 그들만의 갈등이 도움이 안 된다는 건 자신들이 잘 알기 때문에 진상조사위와 특별 취재팀 구성은 서로 자존심을 세우고 상처를 덜 입는 상태에서 어떤 형태로든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 

KBS는 올해 적자예상액이 1천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향후 5년 간 누적 손실액도 7천억 원에 가깝다는 전망도 일치감치 나왔다. 이런 KBS의 직원 중 일부가 작년에 휴가를 쓰고도 근무한 것처럼 꾸며 개인당 약 1천만 원의 연차 보상 수당을 수령했다가 뒤늦게 반납했던 일이 발각돼 국민의 지탄을 받은 일이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KBS는 부당 수령액이 1천만 원이 아니고 또 전액 환수조치했다고 변명했지만 국민이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 김제동, 김용민과 같은 정권 나팔수들에 고액 출연료를, 고액 연봉자가 즐비한데도 직원들은 온갖 명목으로 혈세나 다름없는 수신료를 마치 눈먼 돈처럼 물 쓰듯 펑펑 써왔던 KBS는 하다못해 국민을 대신해 국회의원이 정당하게 요구한 김제동과 계약서조차 밝힐 수 없다고 버텼다. 올해 적자가 1천억원이 넘는다는 KBS는 내년엔 대출에 의존해 경영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국민이 위임한 국가 권력을 비리백화점 권력자 가족을 감싸는데 쓰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임계치에 달했다. 10월 3일과 9일에 수많은 국민이 모여 외친 ‘10월 항쟁’의 모습이 바로 그 생생한 증거다. 그 와중에 KBS는 원치 않던 덫에 걸린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것인지 모를 한 교활한 모사꾼 전략에 개입돼 스스로 망가지고 있다. 10월 항쟁의 국민은 앞으로 ‘조국 보도’에 있어 KBS가 어떤 태도로 나올지 더 주시할 수밖에 없게 됐다. KBS가 있는 사실 그대로 보도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추한 ‘기레기’ 언론사로 추락한다면 KBS 역시 부패한 권력자들과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민주화 시대 성난 시민들이 달려가 불을 지른 곳이 방송사였다. 곧 세상을 덮을지도 모를 민심의 끓는 온도를 무시하고 권력자에 아부하여 편드는 언론사의 운명이란 예정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양승동 사장과 KBS가 스스로 무덤으로 들어가는 어리석은 길을 선택하지 않기 바란다. 

 ※ 이 글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 전 작성한 칼럼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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