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북한 간첩이 북한의 대남도발을 비호하고 온갖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반국가행위를 해도 그 간첩의 직업이 변호사라면 처벌할 수 없게 될는지도 모른다. 간첩이 “나는 변호인으로 활동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도 있는 판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97 단독 정동주(鄭東周·사법연수원 41기) 판사는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와 심재환 전 통진당 최고위원이 소속된 로펌인 ‘향법’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등이 본지를 대상으로 제기한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정희, 심재환 부부 측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에서 정동주 판사는 일단 ‘종북’ 지칭의 합법성 문제와 같은, 이미 대법원이 정리해줬던 주요 쟁점에서 대해서는 변희재 본지 대표고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정희, 심재환 부부 측의 패소로 결론 내렸다. 다만 여기서 비판 언론 재갈 물리기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이들의 일부 승소 부분이다.
KAL기 폭파와 천안함 폭침의 북한 소행을 부정하는 활동이 단순 변호활동?
정동주 판사는 심재환 전 통진당 최고위원이 KAL기 폭파와 천안함 폭침의 북한 소행을 부정하는 활동을 해온데 대해 미디어워치 측에서 ‘종북’이라고 평가한 대목을 두고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판시했다.
정 판사는 그 사유로 “심재환은 그러한 주장을 하는 피고인들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사실이 있을 뿐”이라고 짧게 밝혔다. 심재환 전 통진당 최고위원이 과거 지상파 방송에까지 직접 출연, ‘김현희 가짜설’을 버젓이 유포하는 종북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단순 변호활동으로 결론내린 것이다.
심지어 정 판사는 ‘종북’ 변호사모임인 민변과 ‘종북’ 로펌인 향법에 소속돼 활동하는 젊은 변호사들인 오현정, 오민애 씨를 두고 미디어워치 측에서 “종북세력들이 키우고 있는 차세대 인사”라고 평가한 대목도 ‘인격권 침해’라고 판시했다.
정 판사는 그 사유도 “‘종북’ 등의 표현 부분에서 의견의 표명으로 보이기는 하나, 민변 활동을 한다거나 향법 소속이라는 이유 등만으로 ‘종북세력들이 키우고 있는 차세대 인사’라고 하는 것은 경멸적이거나 인신공격적인 표현”이라고만 짧게 밝혔다. 민변이 과거 소식지 등을 통해서 오현정, 오민애 씨의 활동을 노골적으로 홍보한 일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 언론에서 이들을 두고 ‘세력들이 키우고 있는 인사’라고 평가한 것은 불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판결 누가 승복하나...사회혼란, 법 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있어
정동주 판사의 이번 1심 판결은 향후 지속적으로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같은 법리대로라면 자칫 변호사 자격증이 합법적 간첩 활동의 길을 터주는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황의원 본지 대표이사는 “변호사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한 활동을 하는 차원에서라면 KAL기 폭파와 천안함 폭침은 물론, 심지어 한국전쟁 남침에 대해서도 북한 소행을 아무리 부정하고 다녀도 비판 언론은 그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는 것이 이번 1심 판결의 논리”라면서 “고정 간첩들이 로스쿨로 차후 진로를 정하는데 이정표가 될 판결”이라고 냉소했다.
정 판사가 인격권 침해를 전가의 보도로 내세우면서 종북 세력과 종북 인사에 대해서라면 ‘종북’ 지칭을 제외하고는 다른 그 어떤 구체적인 비판도 원천봉쇄하는 식의 판결을 내린 부분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황 대표는 “민변과 향법을 ‘종북’이라고 평가하면 의견표명이요 합법이지만 비판 언론이 정작 그쪽에 속한 구성원 누구를 ‘종북이 키우고 있는 인사’라고 평가하면 인격권 침해요 불법이라는게 이번 1심 판결의 논리”라면서 “철없는 어린애의 심술보같은 이런 엉터리 판결이 권위로 작동했을 때 이어지는 사회혼란, 법 경시 풍조 문제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판결에 황 대표는 즉각 항소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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