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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면칼럼] ‘대만은 왜 중국에 맞서는가’, 서재에 귀한 핵으로 오래오래 남게 될 책

“신기하고 경이로운 나라, 대만에 대한 이야기 ...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 중국과 대만 양안 간의 역사와 동아시아의 국제정치사에 관해서 일가견을 얻을 수 있을 것”

[이상면(李相冕)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Harvard, SJD)]

대만은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나라다. 일제하 독립운동 시기에 중화민국에 큰 은혜를 입었고, 1943년 11월 카이로 선언에서 한국의 독립이 약속된 것도 장제스(蔣介石) 총통이 애쓴 보람이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이 공산침략을 당했을 적에도, 중화민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 국으로 미국·영국·프랑스와 함께 유엔군을 파병케 해서 나라를 지켜내게 해주었다. 비록 한국이 1992년 냉전 종식 바람을 타고 대륙 중국과 국교를 맺게 되어 대만과 단교를 했지만, 한국인이 대만에 느끼는 심정이 어찌 달라질 수 있겠는가.

한국인은 심정적으로 대만인을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로 여긴다.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비슷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대륙과 대치해 여러 민족이 어우러져 살면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여 아시아에서 드문 민주 문명을 이루어낸 것을 선망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만은 명목 GDP가 우리와 비슷하지만, 물가가 싸서 구매력(PPP)으로 환산하면 홍콩·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한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을 앞지르고 미국을 따라갈 태세다. 대만 물가는 우리의 3분의 2 정도이며, 대졸 초임은 우리의 절반 정도다. 기업의 법인세는 17%밖에 안 되고, 노사분규도 거의 없다. 대만은 신기하고 경이로운 나라다.

전 세계가 코로나(COVID-19)로 열병을 앓고 있는 판국인데도, 대만에서는 국내 발생 확진자가 극소수이거나 아예 없는 날도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코로나 백신을 누구나 맞게 하여 세계인을 다시 놀라게 했다. 머지않아 백신을 무진장 생산하여 동남아 각국 등 세계 여러 저개발 국가들에 원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도, 대만은 대륙 중국의 위세에 눌려서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이 되기는커녕, 그 회의에 참관하는 옵서버 자격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외국에 대표부를 설치하는 데도, ‘대만’ 대신 ‘타이베이’라고 쓰라고 강요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은 그 어느 국민보다 대만인이 겪는 통한을 가장 가슴 아프게 느낀다. 조선 말기 청나라에 당한 비슷한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청국은 당시 러시아의 남진을 막기 위해 조선이 중국에 조공을 바치지만 내치와 외교는 자주라며 열강과 국교를 맺게 해놓고서도, 막상 조선이 미국 등 열강과 외교무대에 나서려고 하자 해외에 공관을 설치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조선은 열강과 교역도 제대로 못한 채 국력이 점차 쇠락해져서 1894년 갑오전란으로 일본 영향 속에 끌려들어가더니, 결국 외교부재로 1910년 비운을 당했다. 그 통에 1911년 청나라도 덩달아 멸망하고 말았다.

최근 몇 년 대만은 대륙 중국의 압박에 밀려서 해를 거듭할수록 수교국이 줄어 지금은 태평양 가운데 몇몇 작은 섬나라 등 십여개 미니 약소국과 외교관계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중국은 1992년 대만과 ‘각자 방식대로(一中各表)’ 외국에 ‘중국(China)’이라고 하자고 해놓고서도, 실제로는 대만의 존재를 무시하고 각국과 관계를 끊도록 압력을 가해왔다.

대만은 그런 압박과 설움 속에서도 여전히 전 세계에서 20위 정도의 경제대국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수교 이후에도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을 제정하여 대만과 교류를 이어왔고, 최신 무기를 판매하여 대륙에 맞서도록 돕고 있다. 더구나 미국은 중국이 근자에 와서 세계 중심국가가 되려는 꿈을 내세우고 대만에 압박 수위를 높이자 열국과 함께 그 제동에 나섰다.

대만 문제는 이제 대만해협 양안 문제만이 아닌 동아시아 문제로, 급기야 미중 태평양 대양안 문제로 비화하는데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미국은 일본·호주·인도와 함께 인도태평양 협조체제(Quad)를 형성하여 장차 아시아 나토(NATO)를 결성하여 중국에 압박 수위를 높이려 하고 있다. 얼마전 미국과 일본은 대만 유사시에 방어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도 최근 미국과의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항행 안전이 동아시아 평화에 긴요하다는 것에 견해를 같이 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에는 세계를 석권해온 대만의 TSMC 반도체가 미국에 거대한 생산기지를 건설하여 바야흐로 5G 시대에 미국의 경제와 안보체제에 중요한 한 축을 거들 태세다. 한국의 삼성전자도 최근에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한국과 대만의 과학 기술과 경제 규모가 미국의 경제와 안보에 기여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공동보조는 대륙 중국에게도 신경이 쓰일 것이다.

뤼슈렌 부총통은 점증하는 미중 간 대결 가능성을 직시하고, 그 문제의 중심에 있는 한국과 대만이 지혜를 모아 일본 등 아시아 태평양 제국과 함께 평화와 번영의 길을 모색하자고 제안하며, 이 역저를 펴내게 되었다. 공연히 경쟁적으로 대결국면으로 갈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돕고 협력하는 것이 서로 간에 좋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도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우선 동아시아 내지 아시아 태평양지역 민주국가들이 모여서 이런 문제를 의논하고 뜻을 모아 평화와 번영의 분위기를 조성해보자는 취지다.

뤼슈렌 부총통은 본시 명문 대만대학과 미국의 코넬대학 및 하버드대학에서 수학한 법학도로서, 젊은 시절 장 총통 독재에 항거하며 민주화 정치노선을 걸어서 대만의 민주화를 이룩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녀의 일대기는 이미 드라마로, 영화로 나와 세인의 감동을 자아낸 바 있다. 이 책은 그녀가 그런 민주화 신념을 이룩한 것에 부가하여,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관해 수십 년 간 고심하고 연구해 온 바를 몇 개의 장으로 정리해서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 중국과 대만 양안 간의 역사와 동아시아의 국제정치사에 관해서 일가견을 얻을 수 있고, 대만해협의 ‘소양안’ 관계는 물론 미국과 중국 간의 ‘대양안’ 관계에 대해서도 실감나게 문제의식에 접할 수가 있다. 복잡다단한 동아시아 국제정세를 예리한 눈으로 분석하고, 섬세하고도 간결한 필체로 흥미있게 풀어내어, 전문가와 실무가도 일반인들도 재미있게 읽게 될 것이고, 일독 후 그들의 서재에 귀한 핵으로 오래오래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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