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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항모전단 침몰시킨다는 中 워게임 논문, 매개변수 조작 논란

“항모전단이 고정되었다는 전제에서 워게임 진행했고, 이지스함 방공미사일 명중률과 전자전기 변수도 조작”

중국의 대만 침공 시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참전 속도와 규모다.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대만해협에 얼마나 신속하게 도착해서 침략자인 중국 인민해방군의 해·공군을 소탕할 수 있느냐에 대만의 운명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과 그를 추종하는 국내외 친중세력은 중국이 미국 항모전단을 침몰시킬 능력이 있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특히 중국 인민해방군의 지원을 받는 중베이(中北) 대학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워게임 논문에서 24발의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USS 제럴드 R. 포드함이 이끄는 항공모함 전단을 모두 침몰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고, 국내 친중세력도 이에 환호했다.

그러나 영국의 유력 매체인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 이하 FT)는 7일(현지시간) 캐서린 힐(Kathrine Hille) 기자의 기사 “대만, 미국 항모전단 침몰시킬 수 있다는 중국 주장에 반박(Taiwan disputes China’s claim of ability to sink US Navy aircraft carrier group)”을 게재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소의 베테랑 워게임 전문가인 린촨카이(Lin Chuan-kai)가 지난 5일 발표한 반박 연구자료를 소개한 내용으로, 아직 국내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FT는 중베이 대학의 연구 결과가 미국 항공모함에 대한 중국의 극초음속 타격 시뮬레이션이 공개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하면서 “이 시뮬레이션에서는 이동 중인 미 해군 함정을 목표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둥펑-20과 둥펑-26 대함탄도미사일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FT는 대만 관계자들이 이 연구결과를 중국의 ‘인지전(cognitive warfare)’ 공작으로 보고 있다고 소개한 후 대만의 워게임 전문가들이 현실적인 매개변수(parameter)를 이용해서 시뮬레이션 결과를 재현하니 극적으로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언급했다. 

FT에 따르면, 대만 국방안보연구소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워게임을 재현한 결과 미 해군 항모전단 소속 함정 6척 중 평균 2.2척만 침몰했다고 밝혔다. 중국 연구진이 보고한 5.6척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어 FT는 대만 국방안보연구소의 재현 결과를 소개하면서 “중국 측의 워게임 결과는 미국 군함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방공 미사일(SM-3 등)의 명중률을 인위적으로 낮게 설정하고, 중국의 미사일을 교란시킬 수 있는 전자전기(EA-18G 그라울러 등)를 비롯한 항공모함의 다른 무기들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만 미국 항모전단이 대부분 침몰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극단적인 매개변수 하에서 한 시뮬레이션으로, 신뢰성 의심

이는 중국의 워게임이 사실상 고정된 목표를 타격한다는 비현실적인 전제에서 진행한 자화자찬식 워게임일 뿐 아니라 높은 명중률을 자랑하는 미국 이지스함들의 방공 미사일의 명중률까지도 조작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미군이 자랑하는 EA-18G 그라울러(Growler)는 적의 전자장비를 무력화시키고 통신체계까지 마비시키는 전자전기로, 중국이 자랑하는 둥펑 대함탄도미사일의 종말유도 시스템을 치명적으로 교란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린촨카이는 5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극단적인 매개변수 하에서 시뮬레이션을 해야만 중국 언론에 보고된 결과가 나오므로, 신뢰성이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FT는 중국이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며, 대만이 저항한다면 군사력으로 대만을 병합하겠다고 위협해 온 사실을 언급하고 “중국은 전통적인 언론과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대만 군부를 조롱하고 내년 총통 선거를 평화와 전쟁 중 하나의 선택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FT는 “중국의 이번 워게임 논란은 대만 차이잉원 정부를 겨냥한 유언비어 공작과 함께 대만 인근에서 증가하는 중국의 군사적 기동이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기고 대만의 방어 의지를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중국 워게임 논문의 저자인 차오홍송(Cao Hongsong)이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며,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도 답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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