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의 인싸it] 박원순 아들 병역비리 의혹 10년 만에 무죄... 이젠 박주신 수사 나서야

인싸잇=강용석 |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지난 4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에 대한 병역 비리 의혹 제기 사건에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든 생각이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이예슬)는 지난 4일 양승오 박사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5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속이 시원한 것도 잠시, 분한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 필자는 한때 특권을 내려놓을 각오와 함께 명예를 걸고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 했다. 하지만 권력으로 진실을 누르려는 듯한 말이 안 되고 부당한 일의 연속이었고, 무엇보다 이를 위해 함께 싸운 이들이 수년간 수사기관과 법원에 불려 다니고, 문재인 정권 당시 정치적 탄압까지 받는 걸 봐왔다.

 

이번 판결을 통해 ‘우리가 역시 옳았다’는 마음보다, 그동안의 울분과 안타까움이 더 강하게 밀려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주신 씨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처음 제기한 건 필자다. 당시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던 어느 날 제보를 받았다. 보궐선거로 당선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박원순 시장의 장남이 공군 입대 후 나흘 만에 귀가 조치 됐고, 이후 재신검을 받아 허리디스크 4급으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었다.

 

당시 박주신 씨가 한방병원에서 MRI를 촬영해 병무청에 제출했고, 이것이 실제로 주신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자료라는 의혹이었다. 해당 제보를 토대로 의원실 사람들과 여러 증거를 모아 검증에 나섰고, 그렇게 주신 씨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필자는 그때 의원직 사퇴를 걸 정도로 확신했다. 특히 이 사건이 사회 고위층 자녀에 대한 부당한 특혜에 해당했기에 결코 타협하거나 물러설 마음도 없었다.

 

그런데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날. 2012년 2월 22일 오후 2시경, 주신 씨는 우리 측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서울시청 관계자 및 일부 언론사 기자의 입회 아래 세브란스병원에서 신체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주신 씨가 앞서 병무청에 제출한 MRI가 본인 게 맞다는 것이었다.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의 입회 따위는 무시한 기습적인 검사 강행에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주장은 변명처럼 느껴질 게 뻔했고, 약속한 대로 의원직 사퇴 입장을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이 사건은 묻히는 듯했지만, 2014년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재점화됐다. 당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원 출신의 양승오 박사가 병무청에 제출한 주신 씨의 MRI 및 X-레이 등을 재분석한 결과, 본인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양 박사는 합리적 근거를 들어 관련 의혹을 언론 등을 통해 제기했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이뤄진 신체검사 역시 조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양 박사뿐 아니라, 다른 치과 전문의들도 주신 씨의 신체검사 과정에서 나온 사진 중 치아 관련 자료에서 본인의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료에 나온 치아 중 10개 이상이 아말감 처리가 돼 있는데, 이게 당시 20대 대학생인 주신 씨의 치아 상태로 도저히 볼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필자가 최초 의혹을 제기할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전문 의사들의 상세한 조언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국내 최고의 영상의학 전문 박사가 힘을 실어주면서 상황은 급반전을 맞았다.

 

물론 박원순 시장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양 박사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주신 씨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 제기가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며 기소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벌어졌다. 당시 필자도 양 박사 측의 공동 변호인으로 재판에 관여했는데, 의혹이 허위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법원이 지정한 제3의 의학 전문가를 통해 주신 씨에 대한 신체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런 주장이 타당하다며 주신 씨에 대한 재신검 및 증인 신청을 받아줬지만, 그는 이미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상태였다. 수년간 귀국하지 않았고, 결국 1심 재판부는 제대로 된 검증조차 하지 않은 채 양 박사 등에 대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700만~1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라는 한 영화의 명대사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10년 간의 긴싸움... 이제는 그날의 진실 규명해야

 

이후에도 주신 씨는 영국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고, 박원순 시장은 재선에 성공한 채 차기 대권 주자로 승승장구했다.

 

박 시장이 지난 2020년 7월 세상을 떠나자, 주신 씨는 잠시 한국에 돌아왔지만 역시나 법원의 증인소환 명령은 뒤로한 채 영국으로 돌아갔다.

 

뻔뻔하게도 주신 씨는 지난해 귀국해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조교수 임용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는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의 건축학 디플로마(Diploma in Architecture)를 수료했다고 한다.

 

고려대학교는 석사 학위와 실무 이력으로도 교수로 임용되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정도 되는 곳에서 박사 학위자가 아닌, 디플로마 수료자의 학력을 교수로 임용한다는 건 업계에서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같은 학과의 김세용 교수가 과거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청 산하 SH공사의 사장을 역임한 만큼, 일각에서 주신 씨에 대한 채용 과정에 박 시장과의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양 박사 등 피고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주장이 허위라는 걸 검증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수년간의 항소심 재판에 임할 수밖에 없었는데, 주신 씨는 법원의 수차례 증인소환 명령에도 아랑곳 않고 한국에 돌아와 고려대학교 교수라는 직위에 오른 것이다.

 

박 시장이 사망해도 여전히 그의 입김이 사회 곳곳에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양 박사의 법률대리인인 차기환 변호사도 얼마 전 필자에 전화해 항소심 재판 결과에 대한 우려를 쏟아낸 바 있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 <KNL>에서 피고인 측의 주장이 담긴 유튜브 방송을 게시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항소심 판결은 모두의 예상을 깼다. 재판부는 양 박사 측이 제기한 여러 의혹의 단서 중 상당 부분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난 점을 무죄의 근거로 들었다. 특히 검찰 내에서도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양 박사 등이 제기한 주신 씨에 대한 의혹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봤다. 애당초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배제한 채 자신들끼리 신체를 검증한 것 그리고 그걸 사실로 받아들여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것부터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당연한 판결을 받아내는데 무려 10년이나 걸렸다. 이제는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시간이다. 재판부도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찰 측의 의견을 강조한 만큼, 당시 필자가 제기한 주신 씨에 대한 의혹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야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