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백소영 기자 |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에 이어,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 카타르에너지(QE)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가동을 중단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특히 이란이 석유 수출길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한편, 동아시아 오일쇼크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이번 사태의 장기화에도 원유 및 석유 제품의 수급에 대비돼 있다는 입장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미 동부시간 오전 7시 55분경(한국시간 2일 오후 11시 55분) 네덜란드 TTF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 근월물 가격은 1㎿h(메가와트시)당 46.52유로로 전 거래일 대비 46% 폭등했다.
이어 동북아시아 지역 천연가스 가격지표도 크게 올랐다. 로이터가 인용한 S&P 글로벌 플라츠 데이터에 따르면, LNG 일본·한국 마커(JKM)는 같은 시간 100만BTU당 15.068달러로 전장 대비 약 40% 증가했다.
카타르 국방부는 이란 드론 2대가 전날 수도 도하 남쪽에 있는 메사이드의 발전소 물탱크와 북부 라스라판의 에너지 시설을 각각 공격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어 카타르에너지는 이란의 공격에 따라 라스라판에서 LNG 생산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라스라판은 카타르의 최대 LNG 생산시설이 위치한다.
카타르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LNG 수출국이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이 주요 수입국이다.
서유럽 주요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동 지역으로부터 LNG 수입을 늘려왔기에 공급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LNG와 동시에 국제 석유 가격도 비상이다. 이번 중동 내 전쟁 위기 고조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석유 수출국기구(OPEC) 내 4번째 규모의 산유국이다.
이처럼 주요 산유국이 사실상 전쟁에 직면한 상황에서, 석유 수출의 주요 이동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되면서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2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장 초반 12% 올랐다. 또 브렌트유 가격은 한때 전장 대비 13% 가까이 급등하면서 배럴당 81.8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4년 사이 최대 상승 폭인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앞서 언급한 LNG의 전 세계 수출 물량의 약 20%가 걸프 지역에서 나오는데, 이 역시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 해협을 통과한 원유의 80%는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로 향한다. 특히 한국은 연간 10억 배럴가량의 원유를 수입하는데, 이 중 70%가 중동산으로 상당수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곳의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한·중·일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에 오일쇼크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 정부는 지난 2일 오후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 상황 점검 긴급 관계 부처 회의를 한 뒤 브리핑을 통해 “원유와 석유 제품의 수급은 사태 장기화에도 대비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시장 상황과 관련해 “아시아 시장에서는 리스크 프리미엄의 확대로 국제 유가가 상승했으나, 개장 직후에 비해 상승 폭이 축소됐고, 주식·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원유 수급에 관해서는 명확히 말씀드릴 수 있다”며 “원유와 석유 제품은 208일분 비축돼 있어서, 장기화에 대비가 확실히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차관은 “중동산 LNG는 카타르에서 들어오는데 우리나라 LNG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로 낮아져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가진 비축 물량과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LNG 수급도 (사태가) 장기화하더라도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급 이후 국제 증시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공습 직후 2거래일 동안 뉴욕 증권시장에서 방산·에너지 관련주는 강세를 보였다. 록히드마틴과 노스럽 그루먼,RTX, L3해리스 등의 방산업체들 주가는 4% 이상 상승했다.
반면, 기술주와 금융주는 고전했다. 특히 유가 급등에 이어 중동 주요 국가들이 영공을 폐쇄하면서 항공사들이 대규모 결항에 나서자 항공주도 급락했다. 실제로 델타항공(DAL)은 5.7% 내렸고, 아메리칸항공(AAL)과 유나이티드항공(UAL)은 각각 6% 이상 하락했다.
다만 공습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아시아 주식시장의 낙폭은 크지 않았다. 이날 일본 닛케이 평균은 1.35%, 홍콩 항셍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는 각각 2.14%, 0.9% 하락 마감했다. 장 초반 한때 닛케이 평균과 항셍지수, 상하이종합지수가 2% 급락했으나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오히려 0.47% 상승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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