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최종 고위급 협상이 28일까지 절반의 일정을 소화했지만 쇠고기와 자동차의 늪에 빠져 양국간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이 당초 기대처럼 오는 30일까지 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어느 협상이든 막판에는 치열한 힘 겨루기가 일반적이지만 촉박한 일정을 감안하면 쟁점 조율에 너무 진을 빼고 있다.
갈수록 양국 정치권과 반대 단체의 압력도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부 쟁점들을 덮어 둔 채 덜 주고 덜 받는 낮은 수준의 협상 체결 가능성이 무게를 얻고 있다.
◇ 쇠고기.車 늪에서 허우적
한미FTA 협상 시한은 미국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 만료 때문에 오는 31일 오전 7시(미국 시각 기준 30일 오후 6시)이지만 양국 대표단이 본국에 협상 내용을 보고하고 타결 가부를 승인받아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는 30일까지는 타결 여부가 결정돼야한다. 따라서 앞으로 남는 시간은 이틀에 불과하다.
그러나 양국은 지난 26일 최종 고위급 협상을 개시한지 사흘째를 맞이하고도 핵심 쟁점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동석 농림부 통상정책관은 "굉장히 어렵고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내일 미국측과 다시 한 번 고위급 접촉을 가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분과회의와 농업, 섬유, 금융 등 분야별 고위급 협상에서 해결되지 않는 쟁점들은 이번 협상 대표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에게 올라가게 된다.
양국 협상 대표가 이들 쟁점을 놓고 양국간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패키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늦어도 29일중에는 미해결 쟁점의 목록이 만들어져야 한다.
최대 쟁점인 농업 분야에서 미국측 고위급 회의 대표를 맡아온 리처드 크라우더 USTR 수석협상관은 29일 오후 한국을 떠난다.
결국 양국이 분야별로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이날 또는 내일이 시한이다. 실제 그런 분위기는 협상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협상단 관계자는 "늦어도 29일 정도에는 미국이 공식 자동차 양허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낮은수준 FTA 타결에 '무게중심'
협상단이나 정치권의 분위기를 감안할때 당초 목표보다 낮은 수준의 FTA를 시한내 타결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우리 협상단은 미국이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쇠고기 시장의 재개방 문제에 단호한 입장이다.
김현종 본부장은 미국이 광우병 위험 등급 확정전에 쇠고기의 개방 프로그램을 약속해달라는 주문을 단호히 거부했다. 쌀은 한톨도 내줄 수 없다는 입장 역시 견고하다.
받으려면 내줘야 하고 덜 내주려면 덜 받아야 한다는 게 통상 협상의 상식이다. 결국 농업의 민감성을 최대한 지키려면 일괄 타결을 위한 '패키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미국이 민감해 하는 분야에서 덜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 협상단은 농업과 섬유 등 다른 분야를 주고받는 '빅딜'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입장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에따라 미국이 농업에서 요구 수준을 낮추는 조건으로 섬유와 자동차 관세 양허안(개방안)을 미미한 수준에서 제시하더라도 우리측이 이를 수용하는 쪽으로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분석이 협상장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우리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자동차와 농산물을 연계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막판 힘 겨루기 때문에 진전이 전혀 없지만 핵심 쟁점의 처리 방향이 결정되면 나머지 사안의 처리는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며 결렬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밝혔다.
◇ 협상 연장 가능성 '꿈틀'
미국에서 진행중인 무역촉진권한(TPA) 연장 논의가 최종 고위급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작년말 중간선거에서 의회 다수석을 차지한 미국 민주당은 최근 노동과 환경, 비관세 장벽 등에서 강화된 입장을 담은 새 통상정책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미국 행정부가 희망하는 TPA 갱신과 거래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미 의회 한미FTA 청문회에서 "미국 상품에 철의 정막을 치고 있다"며 한국을 맹비난했던 미 하원 무역소위의 샌더 레빈 위원장은 "광범위한 무역정책 손질이 이뤄지면 FTA 문제가 이에 준해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7월1일 만료되는 미국의 TPA는 의회가 주도권을 가진 통상협상 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하면서 권한 만료 90일전 마지막 업무 종료시까지 협상중인 FTA의 체결 여부를 의회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미FTA 시한이 3월말이 된 것이다.
물론 미국 정가가 새 통상정책 모델을 조속히 합의할지 또 연장될 TPA 대상 범위에 이미 미국 행정부가 사실상 협상을 완료한 페루, 콜롬비아, 파나마와 FTA 외의 한국 등 다른 나라와 FTA까지 포함할지 여부 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만약 한미FTA가 기한 연장 대상에 포함될 경우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좀 더 신중한 협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점은 이점이지만 TPA의 연장 형식에 따라 협상의 진척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여러 차례 연장됐던 TPA는 연장이 이뤄지더라도 최소 수개월의 공백이 발생한 뒤 되살아나는, 다시 말해 연장보다는 갱신의 형식에 가깝다.
이 기간 양국의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협상의 내용이 크게 좌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FTA 자체가 불확실해질 가능성이 있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미FTA가 TPA연장 대상에 포함될 지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협상 전술에 이를 감안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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