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10월 복원된 개성 영통사(靈通寺)에 대한 시범 '성지순례'가 내달 8일부터 3차례에 걸쳐 2천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이후 매일 500명씩 성지순례단을 10만 명까지 모집한다는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영통사 성지순례사업은 남측의 천태종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북측의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 중앙위원회와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가 합의, 추진하고 있다.
개성시 외곽에서 약 8㎞ 정도 떨어진 개풍군 영남면 용흥리 오관산(五冠山)에 자리하고 있는 영통사는 고려 의천 대각국사(1055∼1101)가 천태종을 개창한 천년 고찰로 16세기 화재로 소실됐다가 남북이 공동으로 복원했다.
복원사업으로 영통사에는 6만여㎡에 달하는 부지에 모두 29채의 전각(면적 4천여㎡)이 세워졌으며 그 중 6채가 1천200여 평의 경내 중앙회랑에 들어섰다.
시범 성지순례에 앞서 29일에는 사전 답사를 실시했다.
영통사 성지순례사업은 영통사를 기본으로 하고 개성시에서 식사를 한 후 선죽교나 고려역사박물관을 둘러 보는 것으로 짜여 있다.
사전 답사 결과 개성시 외곽에서 영통사에 이르는 구불구불한 산길은 비포장길 이지만 비교적 잘 닦여져 있었으며, 양쪽으로 펼쳐지는 야트막한 산등성이에는 나무들이 우거진데다 기암들이 자태를 뽐내 보는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산길 중간에는 송도저수지가 그림처럼 나타나는데 이 곳에는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리는 화담(花潭) 서경덕과 황진이의 묘소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영통사는 대가람의 위용을 과시하듯 절경 속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인근에는 고려시대에 제작한 마애불과 두 개의 바위가 세로로 절묘하게 쪼개져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룡바위'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렇지만 영통사 성지순례는 남북 종교단체의 열정적인 추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안고 있다.
가장 큰 과제는 대가를 얼마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꼽힌다.
천태종은 영통사 성지순례와 관련, 1인당 100달러를 지급하기로 북측과 합의했다. 그렇지만 정부 당국은 50달러 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50달러는 개성공단 근로자 한달 월급이고 금강산 당일 관광 대가가 30달러 라는 점에서 향후 진행될 일반인 관광비용 결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 민화협 리창덕 협력국장은 29일 "북측에서 개성관광은 접었다"며 영통사 성지순례는 "관광사업이 아니며 신앙생활의 성지순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용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 "영통사와 개성에 복원할 것이 많다"며 "민족사업, 역사복원 사업인데 돈 가지고 따지는 것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리 부장은 개성관광 문제에 대해 현대아산을 강하게 비난한 후 "개성관광은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남측이) 성지순례를 차단한다면 남쪽에 신앙생활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냐고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측 관계자가 개성관광 중단을 언급하고 있는데다, 비록 관광사업은 아니라 하더라도 성지순례 시 일부 개성유적을 관람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개성관광사업과 미묘하게 얽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하루에 500명씩이 성지순례에 나설 경우 10대가 넘는 버스가 움직여야 하는 만큼 영통사로 가는 산길의 안전대책이 고려돼야 하며, 영통사 주변의 볼거리인 미륵불과 '룡바위' 진출입로에 대한 정비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개성을 출입하는 남측 인원에 대해 북측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 등을 일일이 꼼꼼하게 검사하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불법촬영 적발 시 많은 금액의 벌금을 부과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과제다.
(서울=연합뉴스) d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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