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한명숙, 김혁규 불참 속 유시민 홀로 찬성
오랜 진통 끝에 사학법이 재개정되었다. 사학법은 2004년 12월, 국보법, 신문법, 과거사법과 함께 4대 개혁입법으로 불리며 열린우리당의 상징의 법으로 인식되었다. 나머지 세 법이 누더기가 된 반면, 사학법은 그나마 전교조 등의 지원을 업고 여당에서 유일하게 내세울 만한 개혁 업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학법이 결국, 로스쿨법 등의 처리 문제로, 한나라당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된 채로 재개정되고 말았다. 물론 곳곳에 위헌적 요소가 감지되긴 했으나, 제대로 실행해보지도 못하고, 재개정이 된 것만큼은 열린우리당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 법이 애초에 잘못되었다는 것을 시인하던지 아니면 이제 개혁을 포기했다고 실토하는 길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재 73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 중 무려 30명이 기권했고, 19명 찬성, 반대 17명, 기권 7명으로 재개정 당론을 무색케했다. 심지어 사학법 재개정을 합의해준 정세균 당의장과 장영달 원내대표조차 불참 및 기권했다.
이른바 범여권의 대선주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력한 친노후보들인 신기남, 김원웅 의원 등은 반대했고, 이해찬, 한명숙, 김혁규 의원 등은 불참했다. 일찌감치 선명한 개혁성을 내세운 비노 후보 천정배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대통합에 나서겠다는 우상호, 임종석 의원 등은 불참했다.
이러한 무더기 불참과 기권 속에,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친노 중의 친노 유시민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유의원은 2004년 4대개혁입법 논쟁 당시, 이를 직권상정하지 않는 김원기 국회의장을 향해 “국회의장을 뽑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야 물의를 빚을 정도로 강경파였다. 이런 유의원은 2년 반이 지난 지금 사학법 재개정에 진보와 개혁의 마크를 단 정치인 중 유일하게 찬성한 것이다.
유시민은 노대통령과 하나의 영혼이다
유의원의 이러한 정치행보는 노대통령의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노대통령은 4대입법 개정 때부터 당시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를 불러, 한나라당과 원만히 합의하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범개혁진영이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는데, 개혁의 대표선수라던 노대통령이 이미 삐딱선을 타고 있었던 것이다. 노대통령으로서는 이때부터 한미FTA 등 민생과 경제 현안에 집중하고 있었다. 노대통령 눈으로 볼 때, 현실적으로 통과될 가능성도 없고, 실익도 없는 일에 매달리지 말고, 한나라당과 원만히 처리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이러한 노대통령의 인식은 다음해에 한나라당과의 전격적인 대연정 제안으로 이어졌다.
노대통령은 올해 들어서도 여러 차례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 요구를 들어주라는 뜻을 전했다. 법조인 출신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사법개혁안을 임기 내에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노대통령의 뜻을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들어주지 않았다.
이해찬, 한명숙을 비롯하여 노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대선주자들은 이번 사학법 재개정 논란에서 발을 뺐다. 이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지도부가 합의한 사안이므로 그들이 불참을 하든 기권을 하든 재개정은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들은 전격적으로 합의한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비판한 바도 없다. 어차피 될 것이라면, 전교조 등 시민단체의 비판과 공격이나마 벗어나보자는 심보였을 것이다. 대권에 뛰어들 이들의 입장이라면, 진보적 시민단체의 표적이 되는 것만큼 부담스러운 게 없다. 직설적으로 보자면, 그냥 자기 하나 살아보려고 노대통령 뒤에서 칼을 꽂은 셈이다.
그러나 유시민 의원만큼은 이들과 달랐다. 설사 진보세력에게 찍히더라도, 노대통령의 의중과 뜻을 제대로 읽고 몸을 던져 실천했다. 유의원이라고 설마 부담이 없었겠는가?
노대통령과 유시민 의원에 대해 연구를 지속해온 전북대 신방과의 강준만 교수는 “유시민은 노대통령과 하나이다”라는 분석을 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앞에서 좋은 소리만 하는 간신배와 달리, 아예 운명 공동체, 더 나아가 영혼이 하나인 두 사람이라는 것이다. 유의원의 사학법 재개정 찬성은 이러한 강교수의 분석을 실천으로 입증해주었다.
이해찬은 짝퉁, 유시민이 진짜 노의 남자
‘노’의 남자라 불리는 이해찬 전 총리는 노대통령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손학규 전 지사와 손을 잡고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지역주의의 부활이라 견제하는 민주당과도 선을 대려 한다. 그리고, 개혁적 이미지를 놓치지 않으려 사학법 재개정에 불참했다. 이해찬 전 총리가 ‘노’의 남자라면, 사실 상 짝퉁 ‘노’의 남자와 다를 바 없다. 사학법 하나 손발 안 맞추는 사람을 노대통령이 뭘 믿고 밀어준단 말인가.
노대통령은 지금 정치적으로 최대의 위기에 처해있다. 한나라당과의 승부를 걸기도 전에, 노대통령 입장에서는 헌실을 다해 밀어주고 키워주었던, 이해찬, 한명숙, 천정배 등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범연석회의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들에게 배제를 당할지 모른다. 이런 판에서 노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대통령이 된 후에도, 이제 서서히 과거의 권력으로 밀려나는 이 시점에도, 노대통령의 뜻을 그대로 따라주는 유시민 밖에 더 있을까?
유시민 의원도 이러한 노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하듯 7월 7일 열린우리당 사수를 위한 당원 대회에 김두관 전 장관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만 보자면, 진정한 ‘노’의 남자는 이해찬이 아닌 유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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