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내 대표적인 친노정치인 이해찬 의원에 이어 유시민 의원이 탈당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17대 국회는 탈당으로 시작해 탈당으로 막을 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탈당은 한국 정치의 선진화를 가로막고 있는 암적인 존재다. 현역의원들이 임기동안 탈당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을 제도적으로 막지 못한다면 한국의 정치는 늘 이모양 이꼴이 될지 모른다. 사회가 급변해도 정치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정당 정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고 정당정치를 후퇴시키는 핵심적 요인이 바로 현역의원들의 잦은 당적 변경이다. 정치발전을위해서는 '정당공천 선출직은 임기를 마칠 때까지 당적이탈을 금지시키는 법'이 마련돼야 한다.대통령에서 부터 기초단체 의원에 이르기까지 이 법의 테두리에 둬야 한다.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이 민주당을 박차고 나가고,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현역의원들이 줄줄이 민주당을 이탈해 열린우리당을 만든 것이 한국 정치를 후퇴시킨 것이고 좁게는 민주당의 비극과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개혁세력의 참패원인이다.
선출직 당적변경 금지법이 있었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도, 열린당 창당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지난 4년 동안 국민들에게 철저하게 심판을 받은 열린당이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을 속이기 위해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든 열린당 간판갈이도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당의 운영에서 국민들의 혈세가 시용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때 정치인들의 탈당은 곧 국민세금을 갉아먹은 반국가적인 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
지자체 단체장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특정 정당의 후보로 출마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면 임기가 끝날 때까지 소속 정당의 이름으로 남아있고 재 출마할 때 임기 동안의 활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것이 순리다.이게 정당정치 기본 아닌가?
현행 국회의원 선거관련법에는 지역구 의원들은 마음대로 당적을 이탈할 수 있고 비례대표 의원들에게는 당적변경을 금지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현역의원이 6명인 민주당 사정을 보자. 6명 중에 이인제 의원과 최인기 의원이 지역구 출신이고 손봉숙, 김종인, 이승희, 김송자 의원은 비례대표 출신이다. 이인제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자민련 후보로 출마해 충남논산에서 당선돼 국민중심당을 거쳐 민주당으로 이적했고, 최인기 의원은 전남 나주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으로 입당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지난 17대 총선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된 지역구 의원은 현재 민주당에 단 한명도 없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볼때 주인은 다 도망하고 객들만 남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정 정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현역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떼지어 철새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소속당을 깨고 또 다른 당을 만드는 것은 유권자들을 기만한 것이고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정치 사기다.
프로축구 경기 중에 운동장에서 선수의 소속팀이 구단 간 뒤거래로 뒤바뀌는 것과 같다. 축구팬들이 볼 때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정치선진화를 위해서 지역구 의원들도 비례대표 의원들 처럼 임기 중에 마음대로 당적을 이탈할 수 없게 하는 당적변경 금지법이 18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이것은 정당 정치를 깊게 뿌리내리게 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취지다.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정당, 정당내에서 떼지어 이해득실에 따라 성행하는 짝짓기 등 이 모든 것은 유권자들의 선택과는 전혀 무관한 '국민세금 낭비 정치사기극'으로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공천 갈등을 빚고 있다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일단의 무리들을 이끌고 탈당할 것이라는 예측도, 이해찬 의원과 유시민 의원등이 통합신당에서 친노계 의원들을 탈당시켜 친노당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혼란스런 전망도 모두 정치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인 요소다.
이회창 자유신당도 문국현의 창조한국당도 기존 정당 소속 현역의원들을 빼내서 세불리기를 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현역의원들이 탈당하는 순간 의원직이 자동상실되고 다른 당에 입당해 다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가능하지만 탈당하고도 현역신분을 유지한채 다른 당에 입당하는 것은 안된다는 취지의 현역의원 당적 이탈 금지법이야 말로 선진정치의 발판을 만드는 첩경이다.
18대 총선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이 이 점을 주의깊게 연구하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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