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만큼 프로야구 중계를 열심히 시청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야구판 돌아가는 상황은 대충 알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현대 유니콘스 인수자가 나타났다. 이름조차 생소한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 투자전문회사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뭐하는 기업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의 8개 구단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하기에 잘된 일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낌새가 수상하다.
고교야구 스타선수였던 박노준 SBS 해설위원이 단장으로 선임됐다. 그럴 수도 있겠지. 박노준 단장은 현대 야구단 인수가 아니라 새로운 야구팀의 창단임을 천명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는 새로운 제8구단 창단을 천명하면서 신생 구단의 모태가 될 현대 유니콘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대대적인 물갈이 방침을 선언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대대적 물갈이 방침의 일환으로 김시진 현대 감독을 사실상 경질했다. 김감독은 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선수들을 훌륭하게 이끌었다고 인정받는 인물이다. 특히 투수조련에 관해서는 국내 최고의 실력과 전문성을 갖춘 지도자로 평가된다. 야구는 어차피 투수놀음인데. 김시진 감독의 퇴진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
헉!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쓸쓸히 물러나는 김시진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을 당사자가 이광환 전 LG 트윈스 감독이라니…. 물론 이광환 감독 또한 뛰어난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러나 새로운 창단이라는 내용과 형식을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한 구석이 있다. 검증은 됐을지언정 신선도가 떨어진다. 더군다나 그는 박노준 단장과는 고려대 선후배 관계다.
자율야구는 이광환 야구의 빛이었다. 학맥에 의존하는 선수기용, 즉 고대 출신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선호는 이광환 야구의 그림자였다. 이광환의 자율야구가 활짝 꽃을 피우지 못한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는 이유가 기량 달리는 고대 출신 선수들의 주전 독식이었다. 그라운드의 코드인사였던 셈이다.
투자전문회사는 철저히 장삿속에 입각해 움직인다. 청계 이명박 선생은 수시로 동문회 행사에 참석할 정도로 모교를 향한 애착이 강하다. 구단주 입장에서는 단장도 고대, 감독도 고대, 주축선수도 고대인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엄밀하게 따져보자. 경기장 입장수입과 스폰서 광고료 모아봤자 얼마나 되겠는가? 이명박 정권이 밀어붙일 공기업 민영화 프로젝트에 크게 한몫 끼는 것이 단연 이득이 크다.
현대 유니콘스를 계승하는 신생팀은 서울에 연고지를 둘 계획이다. 구장 위치는 어디가 좋을까? 안암동? 강북이므로 패스. 숙명여대 근처 효창운동장? 축구장 개조해야 하므로 거기도 통과. 솔직히 국민원로가 그런 문제까지 신경 써줄 필요는 없겠지.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프로야구의 론스타’라는 오명을 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홈구장 개막경기에 청계 이명박 선생이 시구자로 등장할 지도 궁금하고. 홍수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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