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경상도 2.0, 노무현의 이명박 구하기

진보개혁진영에 또다시 뒤통수 날린 노무현

청계광장에서 촛불시위가 시작될 때부터 궁금한 터였다. 경찰청장으로 있는 어청수란 인물의 정체가. 경찰청 홈페이지에 게재된 어청수 경찰청장의 약력을 검토하다가 의미심장한 대목을 발견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 부실수사로 민심의 지탄을 받았던 이택순 전 경찰청장과 중요한 사항에서 일치했던 것이다.

이택순이 출세의 발판을 마련한 결정적 계기는 경남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할 당시에 만들어졌다. 노무현 사돈이 저지른 뺑소니 교통사고를 원만하게 처리해준 결과다. 뺑소니도 이만저만한 뺑소니가 아니었다. 음주운전에 더하여 현직 경찰관을 치고 달아난, 죄질이 아주 불량한 사건이었다. 노무현이 대통령 선거운동하며 팔아먹은 고정식단인 상식과 원칙에 근거한다면 당장 구속감이었다. 청와대의 보은인사에 화답하려는 의도였을까? 이택순은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노골적인 관권개입을 시도했다. 정동영 후보 지지자 모임의 인터넷 서버를 압수해갈 정도였다.

이택순이 경남지방경찰정창으로 활동한 시기는 2003년이었다. 어청수는 이듬해인 2004년에 경남지방경찰정장으로 기용되었다. 경남지방경찰청장에서 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 영전한 이택순과는 달리 어청수는 지방에서 한 해를 더 머무르게 된다. 부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노무현 정권에서 부산경남 지역이 어떠한 정치적 함의를 지니고 있었는지를 새삼스럽게 중언부언할 필요는 없겠다. PK에서의 1표를 위해 대다수 국민들이 당연히 제주도로 알고 있던 APEC 정상회담의 개최지가 석연치 않은 이유를 내세워 돌연 부산으로 변경되었다. 한나라당 당적으로 경남도지사에 연거푸 당선된 김혁규를 총리직을 미끼로 열린우리당에 입당시켰다. 노무현의 심복 중의 심복으로 통하는 문재인은 급기야 노무현 정권을 ‘부산정권’이라고 이실직고까지 하였다.

제17대 총선에서 금의환향의 꿈을 이루지 못한 노무현 입장에서는 어청수의 수완이 조금은 못 미더웠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노무현은 그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 경기지방경찰청 청장에 앉힌 것이다. 어청수는 미군기지 설치에 항의하는 평택 대추리 마을 주민들의 저항을 무지막지하게 찍어 누름으로써 통치자의 기대에 120프로 부응한다. 왜 노무현은 유독 어청수에게 기회를 주지 못해 안달했을까? 질문의 해답은 어청수의 고향을 확인하는 일만으로 간단하게 밝혀진다. 경상남도 진주!

어청수의 경찰청장 발탁은 노무현 정권 시절부터 거의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다. 그가 경찰청장으로 승진하기 직전에 맡았던 보직이 경찰조직의 2인자인 서울경찰청장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청 홈페이지의 경력에서는 2007년 6월에 임명될 걸로 소개된다. 노무현이 알량한 치적이랍시고 밀어붙인 한미 자유무엽협정 체결을 막으려는 시민사회와 서민대중의 반대운동이 거세게 불붙던 시점이다. 전투경찰이 FTA 시위대에 대처하던 방식과 현재의 촛불집회 참여자를 다루는 방법을 비교하면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게다. 어청수가 성불했다고.

미국산 수입쇠고기 파동이 초래한 광우병 공포가 이명박 정권의 안위를 위협할 단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을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명박이 자신의 철학(2MB에게 그딴 것이 실제로 있기는 하다는 전제 아래)을 고치지 않고서도. 박근혜? 박근혜는 그를 구할 능력은 있으되 의사가 없다. 조중동S의 강남기자들? 의사는 있지만 능력이 안 된다. 이명박을 하야의 위기에서 구해줄 능력과 의지를 두루 갖춘 인간은 오로지 노무현뿐이다.

많은 이들이 과연 언제쯤 노무현이 이명박을 구하는 백기사를 자청할지 흥미롭게 주시해왔다. 그의 등장은 일반의 예상보다는 빠르게 현실화됐다. 한나라당이 6ㆍ4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탓이리라. 마침 공교롭게도 지금으로부터 딱 4년 전인 2004월 6월 4일에도 지자제 재보선이 치러졌다. 규모가 꽤 있던 선거였다. 전남지사와 제주도지사를 선출해야 했다. 노무현의 과도한 영남 퍼주기에 분개한 호남과 제주의 유권자들은 열린우리당 출마자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불과 50일 전에 전폭적으로 밀어줬던.

그날 이후로 노무현 정권은 집권기간 내내 선거에서 단 한 차례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 한국일보의 경우는 이를 노무현과 이명박의 데칼코마니라고 표현하더라. 노명박을 데칼코마니 관계로 묘사한 나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도용해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국민원로는 시위대가 광화문 로터리에 바리케이드로 세워진 경찰차량들을 정말로 남김없이 제거해봤으면 좋겠다. 연환계로 묶여있는 버스들 뒤에는 노란 목도리를 두른 종자들이 이명박 정권의 마지막 방어막을 치고 있을 테니까. ‘사수 한미FTA’라고 적힌 머리띠를 매고서 말이다.

노무현의 이명박 과장 구하기는 즉각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촛불시위의 투쟁수위에 대한 견해가 벌써부터 갈라지고 있단다. 봉하마을로 잠수를 탄 교주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경상도 노빠들이 청와대로의 행진과 이명박 하야 촉구에 일제히 이견을 개진한 덕이다. 그나마 아직은 청와대 행진 강행여론이 우세한 듯싶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노릇이다. 경남 김해에서 진행된 노사모 총회에 잔존노빠들이 대거 몰려갔을 터이기에. 평상시였다면 오마이뉴스 댓글란이나 다음 아고라에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부지런히 찬성 혹은 반대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할 무리들이 이날만큼은 교주님 알현하려 자리를 비운 것이다.

저들은 시위의 폭력화를 우려한다는 구실로 청와대로의 평화행진과 이명박 퇴진 요구를 반대한다. 허나 명심하자. 도로를 가로막은 닭장차를 성벽삼아 벌이는 과격한 공방전은 그동안 쭉 이어져온 양상이었다. 또 다른 핑계는 청와대가 아니라 여당의 역할이 국정운영에서 훨씬 긴요하다는 논리다. 집권여당을 개돼지만도 못한 버러지 같은 존재로 취급하기는 이명박이나 노무현이나 피장파장이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딴죽을 건 노무현에게 김근태가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며 대들자 가장 먼저 GT를 잔인무도하게 밟아버린 족속들이 경상도 노빠들이었다. 노무현 정권의 모든 과오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 책임으로 돌리는 데 광분했던. 저들의 비난에서 유시민과 김두관, 김혁규와 조경태 등의 영남 출신 정치인들은 당연히 예외였지만. 우리가 남이가?

비록 내가 한 예측일망정 겨우 며칠 만에 적중하는 것이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나는 노무현이 ‘민주 2.0’이라는 그럴싸한 간판을 달고 새롭게 출범시킬 ‘상도 2.0’의 첫 번째 임무는 틀림없이 파동포를 발사하는 거라고 예언한 바다. 진보개혁진영의 뒤통수를 정확히 겨냥해. 어제오늘 여러 사람 뒤통수가 좀 얼얼할 것이다. 하지만 썩 나쁘지만은 않다. 노무현과 휘하의 영남친노세력한테 뒤통수를 얻어맞아보지 않고서는 저들의 진정한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까닭에서다. 봉하마을서 돌아온 경상도 노빠들은 더욱더 분발하기 바란다. 그대들이 뒤통수를 쳐야 할 사람들은 앞으로도 수백만 명이 또 있으므로.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