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매파 3인방, 프레시안의 사상전향 3인방 보도
여야 추천 동수로 구성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발위) 참여인사들이 공개되었다. 한나라당 추천 인사나 민주당과 선진과창조모임 추천 인사들은 거의 대부분 예상되었던 인물들이다. 지난 광우병 촛불 사태 때 벌어진 포털 관련 법안부터, 방송 관련 법안 토론회 등에서 발언해왔던 사람들은 정해져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 추천 인사들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창립된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정언론시민연대, 미디어개혁국민운동본부 관련자들이 모두 포함되었다. 보수우파진영의 언론단체가 이것밖에 없으니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추천할 수 있는 인사의 풀이 넓다 뿐이지 민주당 추천 인사 역시 대부분 이미 알려진 학계와 시민사회 인사들이다.
문제는 아직 첫 회의도 열지 않은 미발위에 대한 일부 언론의 정략적 보도 태도이다. 평소에는 주류언론이 다루지 않는 좋은 기사를 제공해온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의 보도는 문제가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3월 8일자 <‘미디어발전국민위’ 논의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 부제목을 <매파 인사 전면 배치로 여야대치 불보듯>으로 달았다. 매파 3인방으로 변희재, 이헌, 강길모를 지목했다. 대체 무슨 근거로 오마이뉴스는 우리를 매파 인사로 분류했는가? 물론 악의적인 보도는 아니라 믿고 싶다. 오마이뉴스 측이 우려하는 대목은 이 부분이다.
“민주당은 최대한 강성 인사들로 위원들이 구성되길 바라고 있다. 민주당의 한 문방위원은 ‘전투력 위주로 구성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위원회가 '매파'들의 싸움터가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국민위원회가 합의안이나 권고안 도출을 할 수 있느냐는 여야의 관심 밖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오마이뉴스가 해야할 일은 명확하다. 미발위가 매파들의 싸움터가 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시하는 것이다. 정당의 추천을 받은 인사로 구성되는 위원회는 정당의 하부조직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추천을 받은 인사든 민주당의 추천을 받은 인사든 일단 위원회에 참여하게 되면 위원으로서의 독립적 지위를 갖게 된다. 각자 알아서 자신의 전문분야의 의견을 수합하여 논의하면 매파들의 싸움터가 될 수가 없다.
언론은 정당 패거리들의 팀워크를 감시하라
오히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민주당 측 추천인사의 중요 기준으로 ‘팀워크’를 강조했다. 바로 이런 민주당의 태도가 미발위를 매파들의 싸움터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추천 인사들이든 민주당 추천인사들이든, 추천한 정당과 함께 팀을 짜면 안 된다. 오마이뉴스는 앞으로 민주당과 민주당 추천인사들이 축구팀이나 야구팀을 운영하려는 자세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철저하게 감시하고 비판해야 한다.
다행스럽게 민주당 측 추천인사 중 공동위원장직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은 강상현 연세대 교수 등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분들이 많이 참여했다. 이 분들이 한 팀으로 움직이면서 민주당 측 추천 인사들의 발언을 사전에 조율하고 통제하려 하지는 않을 거라 신뢰한다.
오마이뉴스보다 더 문제가 되는 보도는 프레시안의 <미디어위원회 한나라당 추천인사의 공통점은?>이다.
“강길모, 변희재, 최홍재 등 세 인사는 진보에서 보수로 전향한 인사들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보수매체 <프리존뉴스>의 편집인이기도 한 강길모 사무총장은 80년대 '반미청년단' 출신의 운동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최홍재 사무처장은 1991년 강경대 사망사건 등 공안정국이 한창일 때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던 열혈 운동권이었다. 변희재 회장은 2002년 대선까지만 해도 노무현 후보 지지 사이트인 '서프라이즈'에서 활동하는 등 '안티조선' 논객으로 활동했지만 이후 보수쪽에 가까워졌다.
언론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들 3인의 위원회 입성을 예상하고 있었고 이들이 앞으로 위원회에서 '언론노조 때리기'의 선봉에 설 것으로 보고 있다“
프레시안은 이번 미발위의 활동과 아무런 관계없는 과거 사상 경력을 검증하고 나섰다. 특히 필자까지 포함하여 ‘진보에서 보수로 전향한 인사들’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프레시안은 앞으로 나의 사상이 무엇이었는데 무엇으로 바뀌었는지 스스로 입증해주기 바란다. 이것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자발적으로 정정보도를 내기 바란다. 나는 프레시안의 기자에게 사상 전향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메일을 보내놓았다. 양심과 지성이 있는 기자라면 충분히 알아들었을 거라 믿는다.
더구나 사상을 전향했기 때문에 ‘언론노조 때리기의 선봉에 설 것으로 보고 있다’는 대목은 대체 무슨 근거에서 나온 것인가? 이번 미발위는 언론관계 4대 법안을 논의하도록 여야가 합의 문건까지 작성하여 사인을 했다. 주어진 과제에 맞춰 법안만 논하면 되는 것이지 언론노조 때리기가 왜 나오는가?
프레시안의 경우 정도를 넘어선 보도를 했지만, 전체적으로 언론이 미발위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야의 대리전이 될 것이라 우려이다. 그러나 다시 강조하지만 여야 추천을 통해 구성되는 위원회는 여와 야가 없다. 독립된 위원으로 활동할 뿐이다. 그렇다면 각자의 상식에 입각해서 발언하고 활동하면 된다.
문제는 민주당의 전병헌 의원의 발언에서 드러나듯이 추천 정당 위원들끼리 팀웍을 강조하기 시작하면 바로 언론이 우려하는 대로 여야 대리전이 된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에 제안해놓았듯이 여야 대리전이 되는 것을 걱정하는 언론이라면 당파적 팀웍을 과시하려는 위원들을 골라 철저하게 감시 비판하면 된다. 즉 언론이 앞으로 어떻게 보도를 하느냐에 따라 미발위의 성패가 직결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프레시안의 보도 사례처럼 언론조차도 아예 민주당과 민주당 추천 인사들과 한팀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결과는 뻔한 일이다. 그러므로 정당과 한 팀으로 움직이려는 언론조차도 다른 언론이 또한 감시를 해주어야 한다.
반면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과 달리 한겨레와 미디어오늘의 칼럼과 보도는 매우 적절했다. 한겨레는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의 <여야없는 미디어발전위를 기대하며>라는 칼럼을 실었고, 미디어오늘은 가장 발빠르게 김우룡 교수, 최홍재 공언련 사무처장, 연세대 강상현 교수, 언론노조 유성우 실장 등 여야 추천위원들의 개별 입장을 취재,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20인 20색 되나>라는 기사를 실었다. 추천 정당이 같아도 개별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정당 하부조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을 짚은 기사이다. 바로 그렇다. 미발위는 20인 20색이 되어야 정상이다. 미디어오늘은 바로 이 관점에서 미발위를 접근해주기 바란다.
미발위의 모든 회의는 기자들에 공개하자
나는 개인적으로 바로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모든 회의는 최소한 언론사 기자들에게는 공개하여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언론이 회의를 감시해주어야지, 도를 넘어서는 정략과 파당성을 극복할 수 있다.
미발위에 참여하는 언론노조의 류성우 정책실장은 모든 회의를 인터넷 생중계를 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100% 동의한다. 인터넷 생중계 뿐 아니라 국회방송까지 포함하여 원하는 언론사들이라면 동영상 중계를 하도록 하자. 그래야 회의가 진행되면서 위원들 스스로 언론과 국민들의 검증을 받을 수 있다.
회의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냉정하게 지켜보면서, 심판자인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들의 조직의 사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을 골라내서 비판할 필요가 있다. 정당 패거리들 수준의 팀워크를 구사하려는 사람들도 지적해야 한다. 진정으로 필요한 팀워크는 추천 정당끼리의 팀워크가 아니라 20명 전체의 팀워크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여, 이번 미발위 회의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냉정한 제 3자이자, 또한 해당 법안의 영향을 받게 되는 당사자이기도 하다는 점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나 개인적으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모든 회의를 기자들과 방송중계팀에 공개하자는 입장이고, 그 이유는 국민 이전에 기자들 스스로 이 법안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정확히 법안을 이해하고 정확히 보도를 해주어야 국민들이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것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언론사들이 정당과 한팀으로 움직이면서 보도를 했으니 무슨 대안이 나오고 진실이 나오겠는가?
공식 회의 이외에도 나는 가급적 국회 출입기자들과 언론산업의 현안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히 미디어 산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주간 미디어워치를 창간한 입장에서 국회 출입기자들은 내 매체의 취재원이자 고객이기도 하다.
미발위의 성공 여부는 바로 우리 기자들의 손끝에 달려있다. 건필을 기원한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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