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워치 21호 기사입니다.
신임 방문진 이사진이 발표되었다. 참고로 젊은 기업가들의 모임 실크로드CEO포럼 차원에서 모든 공영방송 이사에 지원하기로 결의한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 필자도 방문진 이사에 지원하였으나, 최종 심사에서 탈락하였다. 몇몇 지인들로부터 위로 전화를 받았다. 공개 지면을 통해 진심으로 말씀드리지만 이것은 위로받을 사안이 아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임명된 사람들에게도 축하할 일이 아니다.
현재 이른바 애국우파진영,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들의 MBC에 대한 개혁의 기대는 크게 높아져있는 상황이다. 신임 방문진 이사들은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MBC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려줘야할 막중한 역사적 채임을 부여받았다. 이러한 무서울 정도의 책임을 지지 않게 된 사람이 오히려 축하를 받아야 하고, 이를 부여받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필자는 임명된 분들에게 축하가 아닌 위로전화를 드렸다. 그리고 이것은 빈말이 아니다.
방문진 이사장의 정상 출근이, MBC 개혁의 시작
방문진의 이사장은 상근직이므로 일단 출근부터 제대로 해야한다. YTN의 구본홍 사장이 출근을 제대로 못하면서 YTN 개혁에 처절하게 실패했다. 방문진 이사장이 출근을 못하는 순간,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고, MBC의 개혁은 좌절된다. 일단 방문진 이사장은 경찰에 공권력을 요청하여 출근을 하고, 첫 이사회가 무사히 열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정연주 사장 교체 시의 KBS 이사회처럼 비밀리에 호텔에서 회의하고 이러면 개혁의 정당성이 훼손된다. 올바른 일을 한다면 올바른 장소에서 일을 해야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MBC의 감사 이전에 방문진부터 감사를 시작해야 한다. MBC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대체 방문진은 무얼 하고 있었는지 감사를 해야지, 방문진의 적극적인 활동을 계획할 수 있다. 방문진 이사회가 MBC 내부 개혁에 어느 수준까지 참여할 수 있는지, 이것부터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난 임기의 방문진 이사회가 직무유기를 범했다면,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이라도 물어야 한다. 전임 방문진 이사 출신으로 연임된 사람들은 이러한 방문진 감사에 사심을 버리고 협조해주어야 한다.
그 다음 MBC 경영구조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MBC는 미디어워치가 특종보도했듯이, 주식회사이면서도 사실 상 이사회가 없는 해괴한 구조로 운영되어왔다. 대주주가 할 수 있는 일은 경영자 인사 이외에 별로 없다. 그렇다면 방문진은 MBC 이사회 인사를 해야 한다. 지난 방문진에서는 엄기영 사장에 전권을 맡기고, 엄사장은 본부장들에 모두 이사직을 주어, 사실 상 MBC 이사회를 무력화시켰다. 그 MBC 이사의 임명 과정은 철저하게 배일에 가려져있고, 관련 자료조차 없어 감사가 불가능하다.
MBC 이사회를 정확히 구성해주면, MBC 개혁은 자동적으로 완성
그렇다면 신임 방문진 이사회에서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MBC 본부장들이 부당하게 갖고 있는 이사 지위를 모두 빼앗은 뒤, MBC를 철저하게 개혁할 수 있는 이사를 선정, 이들을 MBC로 보내야 한다. 방문진의 이사들은 대주주의 이사일 뿐 MBC의 이사가 아니므로 MBC 개혁을 직접 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어렵다. MBC 이사는 보도, 제작, 편성, 경영, 인터넷 등등 전문 분야로 나누어, 투명한 심사를 거쳐 임명하여야 한다. 이런 이사회 구성 작업없이 MBC 사장만 교체한다고 해서 MBC가 바뀌기 어렵다. MBC 이사회를 구성하고, 전문적이고 원칙적인 인사를 정확히 임명해주면, MBC 개혁은 사실 상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기영 사장에 대한 감사는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엄사장은 ‘PD수첩’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PD수첩이 뭐가 잘못했냐‘는 식으로 발언했다. 이 발언 하나만으로도 엄사장은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이미 자격을 상실했다. 사장이 이 모양이니, ’PD수첩‘은 물론 ’100분토론‘까지 조작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방문진은 절차를 지켜야 하므로, 엄사장의 경영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통해 사장 교체를 해야할 것이다. 만약 감사 결과 엄사장의 경영 평가가 좋게 나온다면 그대로 가는 것이다.
MBC의 근본적인 문제는 경영구조의 모순에 있다. 조작방송과 편파방송은 기형적인 구조로 인한 부산물일 뿐이다. 즉 MBC는 구조적 개혁을 해야하는 것이지, 프로그램 하나하나 따져가서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격이 된다. 이러한 개혁과정에서 MBC노조는 물론 진보좌파 언론과 시민단체는 총력을 기울여 이를 방해할 것이다.
MBC 내외의 젊은 언론인들과 수시로 소통하라
이러한 MBC 기득권 세력들의 저항에 대해서 방문진 이사들은 원칙을 지키되, 여우처럼 교활한 전략을 쓰면서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MBC 노조가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고 비판하면, 당당히 공개토론을 요구하여, 노조원들을 앞에 두고 MBC 경영개혁의 당위성을 설득시킬 수 있는 배짱과 여유가 있어야 한다. 노조가 무섭다고 도망만 다니는 사람이라면 일찌감치 방문진 이사직을 포기하는 게 낫다.
또한 MBC를 출입하는 젊은 기자들과 MBC의 젊은 언론인들과도 가급적 자주 만나, MBC 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토록 해야한다. 젊은 기자들은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하는 취재원의 말을 신뢰하지, 은근슬쩍 결정하여 보도자료 하나 던지는 취재원은 신뢰하지 않는다. 현재 상황에서 MBC를 출입하는 젊은 기자들은 아마도 MBC노조 측의 주장을 더 신뢰할 것이다. 그들 스스로 언론노동자이기도 하지만, 노조는 당당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MBC 출입기자들의 여론을 바꿔야지, 국민여론도 바뀔 수 있다.
신임 방문진 이사진이 이러한 일련의 MBC개혁 과제를 수행해내려면 아마도 상상을 초월하는 용기와 지성, 그리고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신임 이사들은 충분히 이를 알고 있을 것이고 각오가 되어있을 것이다. 또한 방문진 이사직에 지원하여 탈락한 사람들 역시 어차피 한 자리를 탐한 게 아니라, MBC 개혁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세가 있었다면, 앞으로 험난한 길을 가야하는 신임 방문진 이사진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미디어워치는 이들 방문진 이사진의 활동을 널리 알리며 보도로서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드린다. 신임 방문진 이사진의 건투를 빌고, 무사귀환을 염원한다. / 변희재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