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청자위원 선임에 진보좌파 인사가 배제되면서, 진보좌파 진영의 시청자위원회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성명을 내어 “KBS가 시청자위원회마저 정치권력을 위한 정략적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라며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비판과 감시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 경고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는 24일 오후4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제26차 언론인권포럼 ‘시청자불만처리 제도 어떻게 바꿀까’를 열어 “방송사들의 시청자위원회가 대표성과 전문성은 물론 회의록 비공개와 경영진과의 대립 등 문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났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진보좌파 진영의 시청자위원회 비판은, 결국 자신들의 측근이 임명되지 않으면서 제기된 것이라 이중적이라는 역비판을 받는다. 특히 본지 조사 결과 SBS와 YTN의 경우 여전히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의 측근들이 시청자위원회를 장악하고 있어, 더 큰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쪽은 SBS이다. SBS의 경우 시청자위원 선임을 공개 공모조차 하지 않아 늘 투명성에 관한 비판을 받아왔다. 주로 1년 임기에 특별한 경우에 한해 연임을 하는 타 방송사와 달리 SBS 시청자위원회 관계자는 “본인이 원하면 얼마든지 연임을 할 수 있고, 결원자에 한해서 인원을 보충하기 때문에 공모 절차는 없다”는 답을 주기도 했다.
문제는 현재 SBS 시청자위원회의 구성 분포이다. 위원장은 한승헌 변호사로서 민변의 창립멤버이자, 김대중 정권 당시 감사원장을 지낸 바 있고, DJ타계 이후 김대중평화센터 2기 이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또한 한명숙 전 총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노무현재단의 고문으로 참여하는 등 진보좌파 진영의 대표적인 인사이다.
광우병 파동 주역인 참여연대 인사들 연속 위촉한 SBS
광우병 촛불파동의 주동자였던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도 여전히 SBS 시청자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민영 사무처장은 특히 광우병 파동이 한창일 지난해 10월, 역시 참여연대의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이 “광우병대책회의 일로 조계사에서 나가지 못해 시청자위원 일을 계속하기 어렵다”며 사의를 표시하면서 자리를 물려받았다. 참여연대 측은 노무현 정권 당시 김기식 사무처장이 SBS 시청자위원을 맡으면서, 박원석, 김민영으로 이어지며 사실 상 자리 하나를 완전히 맡아놓고 있는 상황이다.
김민영 사무처장은 광우병 파동을 주도하면서 PD수첩의 조작보도를 옹호하는 것은 물론 용산 사태 당시에도 “KBS가 6개월 만에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며 "KBS가 계속 이런 보도행태를 보인다면 시민사회가 강력대응 할 것"이라 발언하는 등, 방송사를 자신들만의 특정 정치적 편향으로 몰고가는 행위를 반복했던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SBS에서는 광우병 파동이 한창일 당시 시청자위원으로 모셔온 셈이다.
이외에도 남형두 연세대 법대 교수는 한승헌 위원장과 같은 법무법인 광장의 변호사로 활동한 바 있어, 특정 법무법인 연관 인물 2명을 선임하며 균형성을 깨뜨렸다. 이들 외에도 민변의 김인숙 변호사까지 포함 결국 법조계 3인이 모두 연관 단체 활동자로 구성되었다. 또한 이종임 문화연대 미디어센터 연구위원까지 포함하면 SBS 측은 전체 11명의 위원 중 5명이 진보좌파 성향의 인물로 채워넣었다. 나머지 6명은 한국경제TV고문, 권오승 SBS 전 해설위원, 김성태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송종길 국회 사무처 입법지원 위원, 유세경 이화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이종수 한양대 신방과 교수 등이 포함되어있다. 활동력있는 우파 인사는 한 명도 없다.
좌파 편향과 원칙 없는 선임은 YTN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YTN은 타 방송사와 달리 시청자위원들의 2년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 특히 YTN은 2008년 6월 전임 시청자위원이었던 이철기 동국대 교수와 임재경 민주언론시민연합 고문, 박영미 여성단체 연합 공동대표 등 세 명이 구본홍 사장 임명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이철기 교수는 1인 시위까지 나서는 등 시청자위원회의 권한을 넘어서는 정치행위를 한 바도 있다.
국가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 추천 인사를 받은 YTN
2008년 10월 구본홍 사장은 새로운 시청자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이때도 진보좌파 편향 인사를 하게 된다. 현재 YTN 시청자위원회 위원장은 강상헌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이고,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 두 인사는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 민주당 추천으로 각각 위원장과 간사로 활동했다. 이외에도 조은기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역시 진보좌파 성향이다. 반면 중도우파 인사로는 경제단체인 전경련과 광고주협회 측 추천 인사를 제외하면 한 명도 없다. 이창현 위원은 최근 민주당 측의 추천으로 KBS 이사직에 임명되기도 했다.
특이한 사례로는 강한섭 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위원장이 YTN 시청자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위원장은 영진위 위원장 재임 시 YTN 시청자위원을 겸직했는데, 영화산업을 지원하는 국가기관 수장이 코스닥에 동록된 영리 방송사의 시청자위원을 겸직하는 방송법 위반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시청자위원회는 방송법 88조에 의해 “각계의 시청자를 대표할 수 있는 자중에서 방송통신위원회규칙이 정하는 단체의 추천을 받아 시청자위원회의 위원을 위촉한다”로 선임 절차가 규정되어있다. 시청자위원을 추처할 수 있는 단체는 공익법인, 혹은 공익법인에 준하는 정관에 의해 운영되는 단체들이다. 현재 YTN 홈페이지에는 강한섭 위원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 추천으로 공지되어있다.
YTN 심의실은 “이창현 위원의 경우 KBS 이사 임명 직후 YTN 시청자위원직 사퇴 의사를 알려와, 최근 사내에서 추천을 받아 후임자를 선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도채널의 시청자위원의 경우 방송법 상 단체 추천을 받도록 되어있어, 사내 추천을 하는 것은 위법 혹은 편법의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있다. YTN 측은 “어차피 2년 임기이므로 올해 선임은 없지만 결원 보충이니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사내추천으로 선임하는 경우 SBS에서 참여연대 인사가 사임하면서 곧바로 참여연대의 다른 인사가 승계했던 전례로 볼 때, 이창현 위원과 같은 성향의 인물이 위촉될 가능성이 높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YTN 측이 국가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 추천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YTN은 “위촉 당시 논란이 있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에 문의한 결과 영화진흥위원회도 추천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정책과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엄기영 사장 부임 이후 MBC 시청자위원회가 사장의 나팔수 부대로 전락하고, KBS가 시청자위원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해야할 사안까지 개입하는 일이 드러난 상황에서 SBS와 YTN의 시청자위원회가 편법으로 구성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방송사 시청자위원의 관리감독을 책임진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유기가 논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중도우파 시민사회의 방송사 시청자위원회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이 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 방송사 시청자위원회는 실세단체였던 민언련 측이 철저히 관리해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방송사 시청자위원회에 친노 및 좌파 인사들을 대거 배치하면서 일선 기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형성 방송사를 특정 정치세력의 도구로 적절히 이용해왔다. 대표적으로 노정권 당시 KBS 시청자위원이었던 전해철 변호사가 결국 민정수석으로까지 임명되고, 문국현 유한킴벌리 전 사장이 정당까지 창당하여 현실정치에 참여한 사례이다. 정연주 전 KBS 사장 역시 김대중 정권 시절 MBC 시청자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2004년 탄핵 당시 KBS 시청자위원회는 당시 방송위의 탄핵보도 불공정 보고서가 발표되자, 임헌영 시청자위원장이 주도하여 방송위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당시 김이환 광고주협회 부회장이 “학자들이 학적인 기준으로 발표한 연구논문을 시청자위원들이 읽지도 않고 비판 성명서를 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발했지만, 전체 위원들의 이름을 명기하여 성명서 발표를 강행했다. 임헌영 위원장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소장으로서 최근 독립신문의 신혜식 대표의 명예훼손 관련 처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노 정권 당시의 방송사 시청자위원은 정치세력과 결합하여 방송을 장악해왔던 것이다.
좌파단체에서는 정권 교체 이후에도 시청자위원회에 별다른 문제를 제기해오지 않았다. 지난해 KBS 시청자위원회 구성 당시 정사장의 측근인 이원군 부사장이 친노좌파 일색으로 시청자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시청자위원회에 대해서는 여전히 좌파 측이 권력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최근 들어 시청자위원회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는 KBS 시청자위원회에 좌파단체 인사들이 전원 탈락했기 때문.
이에 반해 우파시민사회에서는 보수가 높은 방송사 이사직에만 관심을 보일 뿐, 실질적으로 프로그램을 심의할 수 있는 시청자위원회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YTN노조, 시청자위원회 노사 추천 동수구성 위법 조항 관철시켜
MBC 시청자위원회 구성 당시 인터넷미디어협회를 제외한 중도우파시민단체에서는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KBS 시청자위원회 구성 때는 시변과 공언련이 지원했으나, KBS 이병순 사장 측이 좌우 양 진영의 미디어단체 인사를 모두 배제하는데 속수무책이었다. 여전히 편파방송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YTN 시청자위원회와 지상파인 SBS 시청자위원회가 친DJ와 친 노무현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상황이다. 특히 YTN의 경우 노조에서 일찌감치 시청자위원회의 중요성을 인식 노사단협을 통해 시청자위원회 구성을 노사 동수 추천으로 한다는 위법 조항까지 첨가하여 시청자위원회 장악에 나선 바 있다.
시청자위원회는 방송법상 해당 방송사에 시정요구를 하면 방송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수용해야 하며, 부당하게 거부하면 방통위에 시청자불만처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정당한 논거만 제시하면 프로그램 하나를 살리고 죽일 수도 있는 것이 시청자위원회의 권력이다.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의 강길모 대표는 “시청자위원회는 개별 프로그램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이사회보다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음에도, 그간 우파시민사회에서는 선임 사실조차 모르고 넘어갔다”며, “이번 기회에 SBS와 YTN 시청자위원회를 개혁하여, 실질적으로 방송개혁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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