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캐스트 시행 이후 언론사들의 선정적 경쟁을 유발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던 네이버가 결국 전격적으로 개편안을 시행했다. 기존의 언론사들 스스로 편집하던 뉴스면을, 주제에 따라 언론사들이 한 편의 기사만 올리도록 한 것이다. 네이버는 기본화면에 6개 언론사를 무작위로 노출, 언론사마다 한 편의 기사만 올리되, 톱뉴스, 정치뉴스, 연예뉴스 등 주제별로 네티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 결과 뉴스캐스트에 의존하며 선정적 편집을 일삼았던 언론사들의 클릭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비평지 미디어오늘 측이 리서치 회사 메트릭스에 의뢰해 개편 이후 첫 주 트래픽 추이를 분석한 결과 방문자 수가 28.3%, 페이지 뷰가 25.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설 연휴가 낀 2월 둘째 주를 제외한 나머지 3주 평균과 뉴스캐스트가 개편된 첫 주인 3월 첫째 주를 비교한 결과다. 2월 마지막 주와 비교하면 29.8%와 27.9%씩 줄어들었다.
특히 매체장르별 언론사를 놓고 보면 스포츠 연예 관련 매체들의 하락세가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뉴스캐스트 개편 첫 주 스포츠동아의 페이지 뷰가 62.9%나 급감한 것을 비롯해 스포탈코리아, 오센, 스포츠서울, 일간스포츠 등이 각각 54.9%, 54.5%, 47.8%, 47.7%씩 줄어들었다. 연예 뉴스 비중이 컸던 머니투데이와 아이뉴스24가 48.1%와 43.3%씩 줄어든 것도 눈길을 끈다. 반면 마이데일리는 24.9%로 비교적 하락세가 크지 않았다.
반면 종합일간지들의 경우 편차가 컸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14.4%와 14.2%씩 줄어드는데 그친 반면 동아일보는 36.0%나 줄어들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각각 23.5%와 37.3%씩 줄어들었다. 경제지들도 매일경제가 33.1%나 줄어든 반면 한국경제는 18.4% 줄어들어 차이가 컸다.
자체 사이트 클릭수 높은 조선, 중앙, 선정적 편집 자제한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타격 적어
종합일간지 중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하락세 낮은 이유는 애초에 이들 메이저 신문사들은 자체 방문자수가 높아,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았기 때문. 같은 인터넷매체 중에서도 유독 마이데일리의 하락세가 낮은 이유도 마이데일리의 자체 클릭수가 높기 때문이라 분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친노좌파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은 방문자 수는 줄었지만 페이지 뷰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여타 언론사들과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이는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이 언론개혁을 주장하면서, 뉴스캐스트 진입사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선정적 편집을 자제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은 방문자수가 메이저신문사들보다는 적더라도, 한번 방문하면 오랜 기간 머무는 이른바 충성도 높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뉴스캐스트 개편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뷰에서는 그다지 타격을 입지 않은 것.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개편에 대한 언론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의 최진순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일부에서는 네이버에게 농락당했다는 격한 비난도 나오지만 뉴스캐스트 개편안이 나온 배경이 언론사들의 과도한 선정성 경쟁 때문이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뉴스캐스트 개편을 계기로 근본적인 혁신을 미룰 수 없다는 자성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광고매출 하락이 계속되고 이용자 불만이 고조된다면 개편된 네이버 뉴스캐스트는 오래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반면 뉴스캐스트 개편으로 클릭수가 절반 가량 하락한 아이뉴스24의 김익현 기자는 자사의 칼럼을 통해 “네이버의 이번 뉴스캐스트 개편엔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상생 의지'보다는 '면피' 욕구가 강한 듯 해서다. 파트너인 언론사들과 함께 하기보다는 자신들에게 쏟아진 비판의 칼날을 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 같아서다.
뉴스캐스트 정도 되는 플랫폼은 네이버란 개인 회사의 전유물이 될 수는 없다. 공동의 공간일 뿐 더러, 독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번에 뉴스캐스트를 개편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성찰이 다소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든다. 시비 거리를 없애는 데만 최고 가치를 부여한 것 같다는 얘기다“라며 네이버 측에 불만을 토로했다.
아시아경제의 경우는 ‘확 바뀐 뉴스캐스트, 오히려 네티즌들 외면’이란 기사에서 “이번 뉴스캐스트 개편은 전광판 광고를 갑자기 글 광고로 바꾼 것과 같은 것”이라며 “뉴스 자체를 보기가 싫어진다”는 네티즌의 반응을 전하며, 역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시행된 지 한 달도 안 되었기 때문에 미리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재까지는 조선, 중앙 등 메이저매체와,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선정적 편집을 자제한 인터넷매체의 경우 클릭수의 하락율이 높지 않은 반면, 머니투데이, 아이뉴스24 등 대형 인터넷신문과, 스포츠지 등 연예매체들의 하락율이 큰 상황이다. 결국 언론사들의 선정적 편집을 자제시키겠다는 네이버의 전략은 대체로 맞아떨어진 셈이다.
언론사들, 자체 사이트 편집과 네이버 뉴스캐스트 편집 달라
네이버 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언론사들에 강력히 선정적 편집을 자제할 것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선정적 기사를 넘어 ‘강간’ 기사 같은 반사회적 기사들이 네이버 뉴스면을 장식하는 일이 중단되지 않자, 급기야 외부 인사들로 네이버뉴스 옴부즈맨을 구성하여, 언론사들을 직접 견제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네이버 측은 조선일보와 한겨레 등 종합일간지까지 포함하여 문제있는 편집을 네이버까페에 공개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이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언론사들을 통제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네이버 측은 시종일관 억울함을 호소했다. 네이버는 한국 포털사 중 유일하게 편집권력의 상당부분을 언론사들 자율에 맡겨왔고, 아웃링크 서비스를 통해 언론사들의 클릭수까지 양보했음에도, 언론사들이 오히려 이를 악용하여 네이버 뉴스화면을 쓰레기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메이저신문사의 경우 자체 닷컴 편집과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편집은 확연히 달랐다.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위해 자체 닷컴 편집은 절제했음에도, 남의 회사 뉴스화면인 네이버 뉴스캐스트 편집은 오직 클릭수만을 위해 반사회적 기사를 쏟아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에은 “우리 메인 화면을 엉망으로 만들면서까지 클릭수를 챙겨가겠다는 언론사들의 행태를 어떻게 그냥 두고 볼 수만 있겠냐”는 입장이었다.
이번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개편의 핵심은 사실 다른 데 있었다. 자체 사이트와 달리 네이버뉴스캐스트에서만 쓰레기 편집을 하는 언론사들에게 네이버 측은 양 측의 편집을 일치시켜달라는 요청을 한 것. 즉 아이뉴스24의 자체 사이트의 톱기사를 그대로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아이뉴스24측 톱기사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언론사들은 이러한 룰을 대체적으로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선정적 기사가 크게 줄어들었던 것. 그러나 벌써 몇몇 언론사들은 이 규칙을 어기고, 자체 사이트의 톱기사가 아닌 기사를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톱기사로 보내고 있는 징조도 보이고 있다. 네이버 측은 “현재까지 뉴스캐스트 계약 갱신의 시기가 아니라서 강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권고하는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네이버의 언론권력 비판해온 인터넷미디어협회, 네이버 정책 지지 표명
이러한 네이버 측의 노력에 대해 그간 네이버 및 포털의 언론권력을 강력히 비판해온 인터넷미디어협회 측은 이번 건에 대해서는 네이버 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인터넷미디어협회의 강길모 회장은 “뉴스캐스트의 클릭수가 떨어졌다면, 네이버 측도 클릭수에서 손해를 많이 볼 텐데도, 오죽하면 네이버 측이 이렇게까지 하겠느냐”며 네이버의 입장을 이해했다. 또한 “언론사들은 네이버에 의존하여 막가파식으로 클릭수만 훔쳐오겠다는 자세를 버리고, 정도를 걷는 길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언론사들에 충고했다. 특히 네이버 측에 대해 “약속을 어기고 자체 사이트의 편집과 네이버뉴스캐스트의 편집이 일치하지 않는 언론사는 곧바로 뉴스캐스트에서 퇴출해야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이러한 네이버 측의 노력에도 몇 가지 불길한 조짐도 보이고 있다. 애초에 이번 뉴스캐스트 개편은 주제별로 기사를 묶었기 때문에 전문지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예를 들면 IT 전문지들은 정치나 연예 기사를 송고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 쪽 영역에서 클릭수를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디지털데일리의 심재석 기자는 네이버의 개편 직전에 다음과 같이 정 반대의 예상을 했다.
“과연 종합미디어와 전문미디어를 똑같이 대우하는 현재 뉴스캐스트가 공평한 것일까요. 아니면 종합미디어가 더 많이 노출되고 전문 미디어는 상대적으로 덜 노출되는 개편안이 공평한 것일까요.
어쩌면 이번 개편으로 전문 미디어들이 자신의 분야와 관계없는 기사를 쏟아낼 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포츠신문이 정치기사를 계속 쓰거나 IT전문지가 사회 사건사고를 기사를 쓸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 다양한 주제에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 트래픽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종합일간지나 경제신문이 스포츠연예뉴스 뉴스캐스트를 도배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전 언론이 스포츠연예 미디어 전문지로 변했죠.
하지만 이번 네이버 뉴스캐스트 개편은 반대로 전 언론의 종합미디어화를 이끌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네이버 뉴스캐스트 개편이 시행되자, 심재석 기자는 재빠르게 각 전문지의 뉴스캐스트 편집을 파악하여, 여전히 언론사들이 선정적 기사를 남발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문지들, 정치와 연예기사 네이버에 송고하며 불길한 징조 보여
“사례를 보실까요? 아래는 지난 주 금요일(5일) 한 스포츠전문지의 뉴스캐스트입니다. 정치, 사회, 문화 등으로 주제가 분류돼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스포츠∙연예 관련 뉴스를 이리저리 포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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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한 경제지의 뉴스캐스트입니다. 정치, 사회, 문화, IT 등 다양한 주제의 기사가 있지만 대부분 가십성 기사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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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심재석 기자는 “선정적 기사를 줄이겠다는 네이버의 의지가 무력해지는 모습니다. 아직은 뉴스캐스트 개편 이후 이렇게 가십성 뉴스로만 뉴스캐스트를 편집하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만, 앞으로 이 같은 모습이 전체 언론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라며 클릭수가 언론사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독자들이 선정적 기사의 클릭을 하는 이상,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포털과 클릭수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수익모델 개발이 관건
결국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선정적 편집 문제는 언론사들 스스로 언론의 정도를 걷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 한 풀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네이버 측이 아무리 제도를 보완해도 클릭수가 곧 매출액으로 이어지는 언론사들의 현실 상 무슨 방법이라도 찾아낸다는 것이다. 즉 포털에 의존하지 않고, 클릭수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수익모델 구조를 언론사들이 찾아내야 할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사례가 월스트리트 저널의 모델이다. 루퍼트머독은 월스트리트 저널을 인수한 뒤에도 한때 무료화를 검토했지만, 결국 유료화를 고수해왔다. 머독이 월스트리트저널의 유료화를 유지한 이유는 유료회원 확보로 한해 매출 6천만달러를 올리고 있고, 월스트리트저널의 광고료가 일반 무료사이트보다 더 높기 때문이었다. 또한 만약 월스트리트저널을 무료화했을 경우 오프라인 유료시장이 받을 막대한 타격도 고려가 되었다. 머독의 손익계산으로는 무료화했을 경우 수익을 보전할 길을 찾기 어려웠던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독보적으로 유료화에 성공한 이유는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라면 반드시 봐야할 고급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돈을 주고서라도 보게 만드는 고급 콘텐츠 없이는 설사 네이버가 아니어도 언론사들의 선정적 편집을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유료화를 단행할 경우 인터넷뉴스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우려도 있고, 유료화를 단행한 소수 업체만 고립될 위험성도 크다. 이 때문에 그 누구도 선뜻 유료화에 나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종합일간지는 검색유료화, 인터넷신문은 전문화로 돌파해야
그래서 단게별 유료화 안을 그 대안으로 논해볼 수 있다. 유료 신문을 배포하고 있는 메이저 일간지들이 검색유료화를 단행하고, 인터넷에 걸맞는 순발력있는 기사만을 마케팅용으로 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메이저 일간지에서는 10여명 정도 규모의 인터넷신문을 독자적으로 설립하여 운영해보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반면 순수 인터넷신문의 경우는 종합지를 지양하고, 전문화된 영역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규모에서 종합일간지를 따라잡기 어려우니 가장 자신있는 영역을 특화하여, 충성도 높은 독자를 유도, 검색유료화라도 시작해보자는 것이다. 프레시안의 경우 국제사회를, 뷰스앤뉴스의 경우는 국제경제를 특화시켜볼 수 있을 것이다. 중도우파 매체에서는 데일리NK가 북한 관련 콘텐츠로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네이버뉴스캐스트의 개편으로 언론계는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네이버 측이 현재까지는 언론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가고 있지만, 영리기업의 특성 상 주주들과 시장의 압력에 의해 언제 다시 정책이 변할지 모른다. 결국 모든 문제의 해결은 언론사들의 정도에 대한 의지와 미래에 대한 비전에 달려있는 셈이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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