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관련 발언 해프닝에 경북일보 측의 공개 사과로 마무리 된 이후,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또 다시 오보 해프닝에 휘말리고 있다. 명진 스님은 지난 11일 일요법회에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인 김영국씨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입막음을 시도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당사자인 김영국씨는 불교포커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직접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김씨의 증언대로라면 명진 스님은 이 수석이 김씨와 직접 통화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요법회 법상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곧바로 김영국씨가 이번에는 불교포커스와 인터뷰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하고 나서, 이 수석으로서는 두 번째 오보의 진실게임의 당사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명진 스님은 당시 법회에서 "이동관 수석은 김 거사에게 '선거법 위반으로 사면 복권이 아직 안 됐을 텐데, 모두 풀어줄 테니 기자회견 하지 말라, 네가 원하는 것 다 해 주겠다'고 회유했다. 김 거사가 기자회견을 취소할 수 없다고 하니 이동관 수석이 전화기에 대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다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수석은 명진 스님의 주장을 반박하며 공개사과 요구에 이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김씨는 21일 '불교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수석과 직접 통화한 적은 없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이동관 씨가 나를 두고 일면식도 없고 직접 통화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동관 대변인을 잘 알지 못하며 명함을 주고 받은 정도의 사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이 수석이 "사진을 봐도 김씨는 잘 모르겠더라"고 밝힌 것과 통한다.
또 명진 스님이 18일 법회에서도 "직접 통화했다"고 재차 주장한 것과 관련, 김씨는 "명진 스님이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다"면서 "법회 이후 봉은사 관계자와 통화했는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명진스님의 계속되는 폭로성 발언에 대해 "이번 일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명진스님은 다른 사람을 거론할 때 조심해야 하는데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영국, 해명할 때마다 “사적으로 통화, 정식 인터뷰한 적 없다”는 논리로 빠져나가
명진 스님의 해프닝은 김영국씨의 불교포커스와의 인터뷰로 정리가 되는 듯했다. 청와대 측 역시 “명진 스님이 사과하면 고소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4월 23일 김영국씨가 불교포커스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면 부인하면서 또 다시 오보의 진실 게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불교포커스는 김영국씨의 반론글은 자사의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게시했다.
“1. <불교포커스>와는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한 적이 없습니다. 4월21일 불교계 언론사에 보낸 메일내용 중 “저는 불교포커스 기자와 이런 내용의 통화나 인터뷰를 한 적이 없습니다.”는 주장은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는 표현입니다. 개인적이고 사적인 대화를 보도한 것은 옳지 않습니다.
2.지난 11일 강남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이 일요법회에서 “청와대 모 관계자가 나에게 안 대표의 발언을 전한 김영국 거사를 만나 기자회견을 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그 자리에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전화로 ‘선거법 위반에 대한 사면복권 문제를 풀어주겠다’고 제안했고 김 거사가 이를 거절하자 갖은 욕설을 퍼부었다”고 말했습니다. 명진스님에게 직접 위 발언내용을 전달한 사실이 없습니다.
3.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과 관련된 ‘진실공방’은 적절한 시기에 <불교포커스>를 통해 있는 그대로 사실을 밝힐 것입니다“
김영국씨는 ‘불교포커스’ 기자와 개인적으로 전화통화를 하여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셈이다. 또한 김영국씨는 명진 스님이 폭로한 내용을 직접 전달한 바도 없다고 밝혔고, 이동관 수석에 관한 진실공방은 적절한 시기에 ‘불교포커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직접 밝히겠다는 뜻이다.
그러자 결국 김영국씨의 오락가락하는 태도가 진실을 가르는데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영국씨는 ‘오마이뉴스’와 ‘주간조선’에 보도된 이수석과의 직접 통화 여부 과련 기사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인연이 있어서 전화통화를 몇 차례 한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인터뷰한 사실이 없다”고 같은 방식으로 해명했다. 즉 김영국씨는 기자들과 사적으로 자주 만나고 통화를 해왔고, ‘불교포커스’와 ‘오마이뉴스’, ‘주간조선’은 모두 이를 기사화했던 것이다.
그러나 ‘불교포커스’ 측은 김영국씨가 부인하고 있는 인터뷰 기사를 여전히 홈페이지 메인 2단에 게재해놓고 있다. ‘불교포커스’ 측은 김영국씨와 사적으로 통화했다 하더라도 게재된 기사 내용에 대해서만큼 확실한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오마이뉴스’는 ‘불교포커스’의 익명의 관계자의 말을 통해 “그 기사의 취지를 청와대가 '오독'한 듯하다. 이 수석이 직접 김영국씨에게 전화를 걸지는 않았다는 것이고, <오마이뉴스>가 그간 의혹을 제기했듯이 전 청와대 행정관이 전화를 걸어서 바꿔줬는지의 여부 등은 나중에 밝히겠다는 것이 김씨 말의 취지다."라고 설명해놓았다.
명진이 거짓말을 했다는 점을 분명히 한 불교포커스와 오마이뉴스의 물타기
하지만 ‘불교포커스’의 원문 기사를 검토해보면, 이러한 익명 관계자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불교포커스’는 “이동관 수석과 직접 통화한 적 없다”는 김영국씨의 발언 다음에 “김씨의 발언 대로라면 명진스님은 김씨와 이동관 대변인이 직접 통화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요법회 법상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며 명진 스님이 거짓말을 했다는 점을 분명히 명시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불교포커스’는 같은 기사에서 “지난 18일 일요법회가 열린 봉은사 일주문 앞에는 '거짓말을 하지 맙시다'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이 내걸렸다”라고 사진과 함께 보도하기도 했다. ‘불교포커스’ 측의 보도 내용만 보면 청와대 측이 “명진 스님의 허위가 드러났다”고 주장한 바는 타당한 것이고, ‘불교포커스’ 측은 여전히 이 기사를 수정없이 게재하고 있는 것이다.
명진, 진실에는 관심없고 오직 정치투쟁에만 골몰
반면 명진 스님의 경우 진실 공방을 가리는 작업보다는 정치 투쟁의 소재로 삼으려는 의도를 역력히 드러내고 있다. 명진 스님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럴리는 없겠지만, 김영국씨가 지금에 와서 부인을 한다고 해도 이동관 수석은 절대 고소를 취하하지 말고 나와 법정에서 만나야 한다”며 애초에 진실을 가리는 일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빨리 이 수석을 조사한 뒤에 나를 불러라"라면서 "설령 감옥을 간다고 해도 나는 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 종교인으로서 상식 이하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영국씨의 태도가 명확치 않고 명진 스님이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이동관 수석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정치적 목적을 버리지 않는 한, 결국 모든 것을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영국씨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한 ‘불교포커스’와 ‘오마이뉴스’ 등 언론사들 역시 줄줄이 법정에 불려가는 일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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