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MBC파업, 황희만 희생양 삼아 타협하나

파업 분위기 살리려 안간힘, 시민들은 무관심


MBC의 파업이 벌써 한달을 넘겼다. 1992년 52일 간 이어진 파업에 이어 최장기이다. MBC노조 측에서는 김재철 사장이 6월 2일 지자체 선거 때문에 지연 작전을 펴고 있다 주장하고 있다. 즉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강경 진압을 할 수 없으니, 6월까지 시간을 끌다, 지자체 이후에 결단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최장 60일로서 MBC의 파업의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된다. 그러나 설사 6월 이후에도 파업이 제대로 정리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김재철 사장은 파업 진압에 의지가 없고, MBC노조 역시 막강한 조직력과 자금으로 버틸 여력이 되며, 결정적으로 MBC 파업사태에 대해 불편해하는 시청자들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물론, 뉴데일리, 프리존뉴스, 독립신문, 프런티어타임즈 등 중도우파매체는 MBC 파업에 대해 별다른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또한 강력한 우파논객들의 결집소인 조갑제닷컴과 올인코리아에서도 MBC 파업은 찬밥신세이다. 파업을 하든 말든 관심이 떨어졌다는 단적인 증거이다.

시민들의 파업에 대한 관심 떨어지자 정치 앵커 신경민까지 등장

반면 미디어오늘, 한겨레, 경향신문, 프레시안, 뷰스앤뉴스 등 친노좌파 매체들은 연일 MBC 파업 사태를 보도하고 있다. 특히 ‘무한도전’의 김태호PD 등 예능PD들이 파업에 적극 참여하면서, 그간 친분이 있었을 법한 연예매체들도 파업 지지형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또한 MBC 직능단체들의 김재철 사장 퇴진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MBC 기술인협회 소속 252명 사원들은 7일 밝힌 성명에서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은 MBC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후배들을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몰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 즉각 MBC를 떠나라”고 밝혔다. MBC 기자 252명, PD 261명이 사장·부사장 퇴진을 촉구한 데 이어 세 번째이다. 그러나 어차피 기자이든 PD이든 기술직이든 모두 MBC노조 소속으로서 사실 상 재탕 삼탕이나 다름없다.

MBC노조 측에서는 파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없다보니, ‘파업 뉴스데스크’라는 동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유포시키고 있다. 10여분짜리 동영상으로 김재철 사장에 대한 비판과 MBC노조 측의 파업 상황을 전달하는 내용으로 담았다. MBC노조 측에서는 미디어다음에서 15만건의 클릭이 되었다고 홍보했지만, 인터넷에서의 반응은 뜨겁지 않다. 이에 MBC노조 측에서는 두 번째 편을 만들고 매주 한 편씩 정기적으로 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업 뉴스데스크’에서는 잦은 정치적 멘트로 하차했던 신경민 전 뉴스데스크 앵커까지 등장했다. 신 앵커는 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고, 이에 앞서 MBC노조 측과도 인터뷰를 하는 등, 파업 국면을 십분 활용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신 앵커는 “MBC 사원은 신입 사원도 자기가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주인의식이)가끔은 KBS나 SBS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 돼서 나타난다. 그런 저력이 이번 파업에도 나타나 있다.”며 후배들의 파업을 적극 격려하고 나섰다.

5월 6일에는 ‘표현의 자유 수호 모임’을 통해 ‘광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외치다’라는 집회를 서울광장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MBC 황성철 수석부위원장은 “권력이 시키면 세상은 울어도 방송은 웃고, 세상은 분노하는데 방송은 박수 치고, 세상은 통곡하는데 방송은 침묵해야 한다”며 “우리는 방송을 권력이 아닌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마이크와 카메라를 버리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BC가 장악되면 〈PD수첩〉 ‘검사 스폰서’를 다시는 볼 수 없다. 날카로운 시사풍자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무한도전〉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시민들에 파업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 집회는 참여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언론연대, 전국언론노조 등 기존의 친노좌파 정치세력이 주도했을 뿐, 시민들의 참여는 극히 드물었다.

MBC 파업이 시민들의 냉대에 부딪힌 이유는 채널이 100여개가 넘는 다매체 시대에 프로그램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킬 수 없는 미디어 환경 변화 탓으로 보인다. 2000년 지상파TV의 시청 점유율은 78.5%로 케이블TV(21.5%)를 크게 앞질렀으나 올해 1분기에는 지상파TV 58.9%, 케이블TV 41.1%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연보흠 MBC 노조 홍보국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내부 투쟁 열기는 높지만 파업을 (외부에) 이슈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MBC노조 측에서는 ‘무한도전, ’황금어장‘, ’놀러와‘ 등 연예프로그램을 결방시키며, 젊은 네티즌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KBS와 SBS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예능프로그램이 있고, TVN 등의 케이블 채널도 가동 중이라 그다지 이를 불편해하는 시청자는 극히 드문 상황이다.

특히 시청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드라마의 경우는 자체 제작이든 외주제작이든 정상적으로 방영이 되고 있다. 자체 제작 드라마의 경우 프리랜서를 긴급 투입하여 제작하고 있고, 외주제작의 경우는 단지 관리만 하는 MBC 정규직 PD가 빠져도 별다른 지장을 받고 있지 않다.

작가, AD, FD 등 비정규직만 생계 위협받아, MBC정규 노조는 임금 받기도

오히려 MBC 파업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는 쪽은 작가와 AD, FD 등 비정규직들이다. 이들은 대개 편당 수입을 얻기 때문에 결방이 되면 수입이 끊기며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된다. 예능프로에 출연하는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매니저가 있고, 평소부터 고수입을 올리는 연예인들보다는, MBC노조원들에 비해 형편없는 처우를 받는 비정규직 작가와 AD 등의 상황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은 MBC노조에 찍힐 것을 두려워해 불평 한 마디 할 수 없는 지경이다.

반면 MBC노조원들은 김재철 사장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도 불구하고 사측과의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MBC공정방송노조(위원장 이상로) 측은 “지난 4월, MBC의 7~8개 지방 계열사가 파업으로 일을 하지 않은 근로자들에게 급료를 지급했습니다. 즉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파업참가자들이 돈을 달라고 지방사 사장을 협박했거나, 지방사 사장이 파업세력이 두려워 알아서 임금을 지급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라며 MBC 사 측의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특히 “본사도 5월 급여 지급 시에 4월과 마찬가지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합니다. 소문에 의하면 의료보험 등 4대 보험료 때문에 회사가 파업 참가자들에게 약간의 임금을 지급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들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한 범죄행위입니다”라며 “무노동 무임금 위반행위는 제3자도 고발이 가능한 중대범죄입니다. 우리 공정방송노조는 김 사장이 배임죄로 고발당하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라며 김재철 사장을 압박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과 파업 철회를 협상할 시, 정상적인 임금이 아니더라도 협상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금전적 보전을 받을 수 있다.

결국 MBC노조의 파업은 국민적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애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계만 위협하면서 노조 그들만의 잔치로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김재철 사장 역시 지자체 선거 때까지는 시간을 벌고 있어, 별다른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이 없다.

황희만 부사장 결단 촉구에 나서는 친노좌파

이 때문에 친노좌파 일각에서는 황희만 부사장의 결단으로 사태를 마무리지으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MBC노조의 파업의 1차 원인은 김재철 사장의 황희만 부사장 임명이었으니 황희만 부사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다. 기자협회보의 김성후 기자는 “국장·부장급 간부들이나 기자들이 사태 해법의 하나로 제시했던 김우룡 전 이사장 고소도 요원하다. 황 부사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의 희생은 파국을 막을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감내하기 힘들고 억울한 일일 수도 있다. MBC에서 청춘을 보내고 영광을 누렸던 황 부사장은 자신을 던짐으로써 MBC를 지켜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며 황희만 부사장의 퇴진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재철 사장이 김우룡 전 이사장에 대한 고소가 불가능하다면, 일단 황희만 부사장이 자발적으로 퇴임하는 형식을 취하며 협상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실제로 지자체 선거 이후 MBC 파업은 이 수순으로 타협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만약 이 수순을 밟게 되면 애초에 방문진의 권한이었던 부사장 임명권을 김재철 사장이 가져가고, 이를 다시 MBC노조가 가져가면서 사실 상 노조의 승리로 끝나게 되는 셈이다. / 변희재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