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민 앵커가 출마 포기를 선언하자 민주당은 즉각 장상 최고위원을 은평을 재보선 선거 후보로 지명했다. 반면 친노세력의 적자를 자임하는 국민참여당은 일찌감치 유시민 선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천호선 후보를 낙점해놓은 상황이다. 국민참여당은 장상 후보의 약점을 공격하며 자신들로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것을 강권하고 있다.
장상 총리 낙마 이후 DJ 하야를 주장했던 유시민
유시민 선대위원장은 장상 후보가 DJ정권 시절 총리 인준이 거부되었을 때, 장상 후보는 물론 DJ에 대해 독설을 퍼부은 바 있다. 유시민 위원장은 2002년 8월 1일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낙마 위기에 처하자 칼럼니스트직을 던지고 직접 노무현 후보를 지키겠다며 오마이뉴스와 전격 인터뷰를 가졌다.
이 당시 유시민 위원장은 장상 총리 서리의 낙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쏘아붙였다.
- 장상 총리서리에 대한 국회 인준이 부결됐는데.
"개인적으로 부결되기를 바랐다. DJ가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는데, 나는 대통령이라면 하야해야 한다고 본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애국을 더하겠다고 청와대에 남아 있느냐. 지금 무슨 대통령의 영(令)이 서나. 둘째 아들 홍업씨 문제는 DJ 책임이다. 그에 대해 DJ가 밝힌 입장을 보면, 나는 DJ가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었다고 본다“
유시민 위원장은 장상 총리 서리가 낙마하기 바랬고, 이를 근거로 DJ의 하야를 주장했다. 유시민 위원장은 당시 장상 후보에 대해 “나는 장상씨가 도덕적으로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대한민국 주류층 삶의 패턴을 전형적으로 보여준 분이다. 주류들은 다 그렇게 산 것이다”라며 장상 후보를 대한민국 주류로 분류하기도 했다.
유시민에게 장상과 같은 대한민국 주류는 교체 대상
유시민은 대한민국 주류는 함께 할 대상이 아니고 교체대상이라 판단한다. 유시민은 노무현 당선 직후 열린 광주문화방송 토론회에서 “노무현 후보의 당선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주류의 교체가 시작됐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층은 과거 주류를 이뤘으며 선거기간 내내 네거티브 공세와 구태의연한 조직선거 행태를 보였다. 이런 선거(행태)가 이번에 뒤집어 진 것이다. 이는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낡은 주류가 더 이상 한국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없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라며 노무현 정권 하에서 대한민국 주류를 교체할 것을 선언하기도 했다. 즉 유시민의 분류법으로 따지면 장상 후보는 대한민국 주류로서 교체 대상일 뿐이다.
문제는 국민참여당이 민주당의 장상 후보와 단일화를 하기 위해서, 1차 조건으로 장상 후보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후보단일화를 하려면 패자가 승자의 선거운동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자체 경기지사 단일화 때 패자인 김진표 의원이 유시민을 도왔듯이 말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유시민은 교체대상인 대한민국 주류 장상의 존재를 인정하며, 만약 장상으로 후보가 단일화되었을 시, 유시민은 장상 후보 선거운동을 뛰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논리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타도 대상인 동교동 권노갑에 머리숙인 유시민, 장상에도 머리 숙일까
그러나 유시민은 이미 경기지사 선거를 치르면서 자신의 과거 입장을 뒤집은 바 있다. 그간 유시민이 타도 대상았던 DJ에 대해 이희호 여사와 권노갑 전 의원 앞에서 사죄를 한 것이다. 전북대 신방과 강준만 교수는 “유시민이 대구나 경북에서 출마했다면, 김대중 비판을 사과할 리 없다”며 유시민의 지역주의 정략을 꼬집었다.
유시민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장상에 대한 입장을 다시 정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위장전입, 아들의 이중국적 및 국면제, 부동산 투기, 학력위조 등, 유시민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주류의 삶의 행태가 모두 드러나며 총리 인준안에서 낙마한 장상 후보와 후보단일화 협상을 할 것인지, 만약 장상으로 후보가 단일화되면 유시민은 그가 교체하겠다고 공언한 대한민국 주류 인사의 선거운동을 도울 것인지, 신속하게 판단을 내려야한다.
지금으로서는 타도 1순위로 몰아붙였던 동교동계의 권노갑 앞에서도 머리 숙인 유시민의 정략으로 볼 때, 얼마든지 장상 앞에서도 머리를 숙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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