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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은 MBC사장을 선임할 자질 안 돼"

무능력, 게으름, 성의부족 등등 심각한 결격 사유

방문진의 MBC 신임 사장 3배수 압축 결과가 발표되었다. 애국진영이 지원한 박명규 후보가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3배수 후보에도 탈락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꾸준히 주장해온 사장 후보 면접 공개안도 거부되었다. 애국진영의 인사들이 다수 포진된 방문진의 인적 구성 상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방문진 이사진은 필자와 함께 국회 미디어위 활동도 함께 했고, ‘억지와 위선’이라는 좌파 인물비평집도 함께 기획하는 등, 이른바 개혁을 위한 동료 선후배들이다. 이들이 MBC라는 거대한 기득권 정치집단 개혁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말 못할 고민들을 충분히 이해하는 필자로서는 비판이 쉽지 않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최소한 MBC 개혁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했다”는 변명이 통용될 수 없다. 이는 지상과제로서 몸을 던져서라도 해냈어야 하는 일이다. 개별 방문진 이사들의 노력과 별개로, 이미 방문진에서 MBC개혁을 포기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방문진의 사장 선임 절차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

이번 방문진의 3배수 후보 압축과정은 형식과 내용 모두 엉망진창이었다. 도저히 MBC 개혁을 위해 방문진 이사로 취임한 사람들이 한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이번 지원자는 모두 10명으로 지난해 15명보다 줄었다. 후보자 지원 전부터 김재철 내정설이 파다하게 퍼진 것 때문이다. 김재철 내정설은 MBC노조가 개혁의 무능력자로 검증된 김재철의 연임을 위해 의도적으로 터뜨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재철 내정설은 방문진도 일조했다.

대다수의 기관장의 경우 연임에 지원할 경우 한달 전쯤 사표를 쓰며, 사장실에서 나와서 지원하는 게 관례이다. KBS 정연주 사장의 연임 때도 사장직을 유지한 채 연임에 지원하게 되면 자신이 임명한 MBC직원들이 동원된다. 국민의 재산인 MBC의 자금과 직원이 특정 개인에 의해 이용되는 것이다.

실제로 김재철 사장은 지난해부터 간부들에 선심성 해외여행을 보내주었다. 심지어 방문진 이사장의 업무와 별 관계도 없는 사안으로 김재우 이사장이 해외여행을 다닐 때도, 자신의 직원들을 MBC의 비용으로 함께 보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방문진에서는 반드시 김재철 사장의 사표를 받았어야 했다. 방문진이 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재철 내정설에 힘이 실린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2월 8일 자정에 지원서를 마감한 뒤, 그 다음날인 2월 9일 오후 3시에 3배수로 후보자를 압축했다는 것이다. 지원자들은 경영계획서와 지원동기서를 제출했다. 경영계획서는 3페이지로 분량으로 제한했으나 지원동기서는 무제한이었다. 이에 공정방송노조의 이상로 위원장은 30여페이지의 지원동기서를 제출했으며 박명규 후보의 지원동기서도 7페이지짜리였다. 경영기획서까지 포함하여 평균적으로 10페이지의 지원서 10명분을 모두 읽는다면 100페이지이다. 방문진에서 이사들에게 언제 지원서들을 전달했는지 모르겠지만, 오전 9시라 해도 불과 3시간여밖에 없다. 3시간 동안 다들 나름대로 MBC 개혁의 꿈을 갖고 공들여 만든 지원서를 방문진 이사들이 모두 읽고, 그대로 표결처리하여 3배수 후보를 압축했다는 뜻이 된다.

방문진에는 사장의 경영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방송과 뉴미디어 전문가가 없다

우파 성향 방문진 이사진 중에는 김재우 이사장까지 포함하여 방송과 뉴미디어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 박명규 후보가 제출한 경영기획서에는 뉴미디어 개혁 부분이 포함되었다. 필자가 아는 선에서 방문진 이사진 중 박명규 후보의 뉴미디어와 콘텐츠 유통개혁의 방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춘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후보자의 개혁과제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최소한 계열사만 30여개를 거느린 방송 대기업 MBC의 CEO를 선정하는 일이라면, 뉴미디어, 대중문화 등등의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했어야 한다. 비 전문가들이 하루만에 기획서를 읽고 후보자를 선정해놓으면, 누가 이에 대해 수긍하겠냐는 것이다.

박명규에 대해서만 서류심사에 지난해 면접 결과를 반영했다?

필자가 파악한 박명규 후보의 탈락 사유는 지난해 사장 면접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이는 서류심사의 기본마저 무시한 처사이다. 서류심사는 서류를 검토해서 하는 것이지, 1년 전의 면접 결과를 이번 사장 선임 때 반영한다는 것은 넌센스이다. 이들은 거대 방송기업 MBC 수장을 선임할 최소한의 자격조차 없다는 점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그럼 김재철 사장은 1년 동안 MBC 개혁을 잘해서 3배수 후보에 넣었단 말인가.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박명규 후보는 지난해 방문진 면접 이전에 MBC정상화국민행동이 여의도 보훈회관에서 200여명의 시민단체 인사들 앞에서 공개 청문회 검증 과정을 거쳤다. 그 사회는 필자가 보았고, 방문진에서 최홍재 이사가 참관했다. 박명규 후보는 완벽하게 자신의 MBC 개혁안을 설명했고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러니 방문진 면접 시 받아들일 수 없는 실수를 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공개 면접을 주장해왔다. 방송과 뉴미디어에 전문성이 없는 방문진 이사들만이 밀실에서 면접을 한 뒤, “저 사람은 면접 때 보니 안 되겠다”는 판단들을 하니, 공개를 해서 객관적으로 검증해보자는 것이었다. MBC 사장 후보 중 이를 가장 강하게 주장했던 인물은 박명규 후보와 이상로 위원장이다. 면접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이를 왜 주장하겠는가. 그리고 방문진의 주장대로 봐줄 수 없는 수준이라면 필자부터 임명에 반대했을 것이다.

방문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번 해에도 애국진영의 공개면접 주장을 무시했다. 물론 몇몇 이사들이 공론에 붙였으나, 예상대로 정상모, 고진, 한상혁 등 좌파 이사들이 강하게 반대했다. 지난해 공개 면접 저지에 앞장섰다 비판을 받은 한상혁 이사는 “할 말 없다”며 뒤로 빠지고, 정상모 이사가 “불필요하다”고 총대를 멘 것으로 알려졌다. 좌파 이사들이 자신들의 명분까지 버리며 MBC 사장 검증을 무력화시키려는 정략을 쓸 때, 방문진의 김재우 이사장과 두 명의 이사가 이에 동조했다. 이들이 좌파와 야합하여 공개 검증제를 배제시킨 것이다.

방문진은 지난 1년 간 MBC 사장 선임 플랜을 전혀 세우지 않았다

그나마 공개면접을 주장한 이사진 역시 그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지난해 사장 선임은 물론 이번 사장 선임 한참 전부터 필자는 공개면접을 관철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장 선임을 앞두고 MBC정상화국민행동이 결성되어 공문을 접수시킬 때까지 이들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다.

필자가 방문진 이사였다면 다음과 같은 일들을 준비했을 것이다. 1월 정도에 방문진이 주최하던지, 만약 김재우 이사장과 좌파 이사들이 반대한다면 찬성하는 이사들의 개인 명의로 MBC 사장 선임 절차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부터 공론화를 시켜, 애국진영의 힘으로 방문진에 입성했으면서도, 좌파와 함께 공청회를 반대하는 이사진부터 완전히 제압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직 정략만으로 공개면접을 반대하는 좌파 이사들을 압박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들이 계속 반대해온다면, 이들의 기회주의적 태도를 공개비판했을 것이다. 이렇게 했어도 공개면접이 통과되지 않았을까.

바로 무능력과 함께 방문진 이사들의 게으름과 성의부족 문제이다. 필자는 방문진 이사진들로부터 지금껏 단 한 차례도 MBC 사장 선임에 대해 플랜을 설명들은 바 없다. 오히려 바깥에 있는 필자가 MBC정상화국민행동과 함께 10대 개혁과제를 선정하여 사장 선임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작업을 해왔다. 이것은 방문진 이사들이 했어야 하는 일이다.

방문진 이사들은 끊임없이 밀실을 지향해가고 있다. 밀실에서 일을 처리하려니 개혁의 공론화가 안 되고, 밀실에서 일을 꾸미다보니, 권력의 개입이 필수적으로 따라온다. 현재의 MBC 사장과 방문진 이사진의 임명방식 상 임명권자인 정부와 정당이 개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방향과 결과이다.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면 할수록 정부와 정당의 개입의 부작용이 줄어든다.

우파 성향 방문진 이사진은 자료조사비 300만원을 모아 MBC개혁연구소를 설립하라

지난해 방문진은 김재철이라는 배신자를 임명하면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면 곧바로 1년 뒤에 있을 사장 선임에 대해 미리부터 준비했어야 했다.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다가 지난해와 똑같이 배신자 김재철과, 구영회씨가 또 다시 올라왔고, 오히려 박명규 후보를 배제한 채, 누군지도 모를 사람이 한 명 추가되었다.

방문진 이사진에게 묻고 싶다. 대체 당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MBC 사장 선임과 MBC 개혁의 명확한 중장기적 플랜이 무엇인가. 방문진은 MBC정상화국민행동에 이것을 설명했어야 했다. 김재철을 연임시키겠다면, 김재철을 연임시켜 어떤 MBC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지금이라도 공개적으로 표명해보라. 그 정도로 입장 표명을 할 자신이 없다면, 대체 방문진 이사직에 왜 지원했고, 왜 남아있겠다는 건지 그것도 밝혀달라.

마지막으로 사소해보이지만 중요한 문제 하나 더 지적하겠다. 비상근직인 방문진 이사진의 급여는 법적으로 있을 수 없다. 그러나 300만원의 자료조사비와 월 100만원 정도의 회의 참석비를 받고 있고, 이런 내용이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받았다. 300만원을 자료조사비에 쓴 방문진 이사들이 있는가? 자료조사비 300만원의 금액은 연구보조원을 직원으로 채용하여 쓰라는 뜻이다. 다섯 명의 우파 성향 이사들이 300만원씩 모아 월 1500만원 규모의 MBC개혁 연구소를 꾸렸다고 가정해보자. 최소한 지난해 사장 선임 실패 뒤, 1년 내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난해의 실패를 반복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늦었지만 방문진 이사직에 남아있겠다면 지금이라도 시작하기 바란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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