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9일 경에 최고위원회 회의를 통해 전남 순천 지역 무공천을 선언할 것이라 알려지자, 민주당 순천 지역 당원 30여명이 긴급 상경, 손학규 대표와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손학규 대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말로 이들을 돌려보낸 듯하다. 그 이전에는 광주지역의 박주선 최고위원이 "내년 총선, 대선의 선거 연대도 있기 때문에 원칙과 기준에 맞는 연대가 돼야 한다"면서 "순천도 예외가 될 수 없지만, 순천과 그외의 지역이 다른 규칙에 의해 연대가 이뤄질 수 없다"고 묻지마식 무공천 방침을 반대했다.
전남 순천을 민주노동당에 넘겨줘서라도, 야권연합을 이루겠다는 손학규 대표, 야권연합은 해야하지만 순천 무공천은 안 된다는 박주선 최고위원 등 민주당 전남당원들 중 누구의 판단이 옳은 것일까?
민노당과의 야권연대 찬성하는 자라면, 순천 무공천 받아들여야
결론은 둘 다 맞기도 하고 둘 다 틀리기도 하다. 손학규 대표나 민주당 전남 당원들 모두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연대를 이루겠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순천 무공천은 민주노동당이 중심이 되어 국민참여당 등 군소야당이 강력하게 요구한 사안이다. 손학규 대표의 고민은 순천 무공천을 하지 않았을 때, 과연 민주노동당 등 군소야당들이 야권연대에 적극 나서겠냐는 것이다. 즉 야권연대를 목표로 한다면 순천 무공천은 절대적인 필요조건이다. 이것은 민주당 전남 당원들이 투덜거리든 말든, 민주노동당 등 군소야당이 야권연대의 필요조건으로 내세운 순간 손학규 대표로서는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당 정치의 기본만으로 판단해보면 순천 무공천은 애초에 매우 비상식적인 정치행위이다. 정당은 해당 지역에 가장 좋은 후보를 내야하는 것이고, 설사 타 정당과의 연합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합리적 절차를 거여야 한다. 순천 무공천은 이 절차를 완전히 생략해버렸다. 민주당 전남당원은 물론, 구희승, 조순용 등 유력후보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순천 유권자들을 호주머니 속 동전 취급하는 민주당 지도부
이를 모를 리 없는 민주노동당이나 손학규 대표가 무공천을 감행한 이유는 전남지역은 민주당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많은 선거에서 민주당이 공천을 잘못한 경우 무소속이 당선된 사례들이 있다. 물론 전남 지역 무소속 당선자들은 대부분 다시 민주당으로 복당하기 때문에 결국 그게 그거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건 순천 유권자들을 자기들의 호주머니속에 있는 동전 취급하는 손학규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오만한 태도도 문제이지만, 수십년 간 민주당 혹은 민주당 성향의 후보만 찍어온 전남지역 유권자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에 순천 무공천에 반발하는 조순용, 구희승 등등의 민주당 후보들도 탈당 뒤 당선, 그리고 복당이라는 수순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이마저도 그리 간단치 않을 듯하다. 지금껏 전남 지역에서의 무소속 당선은 당에서 그릇된 인물을 공천했을 경우 벌어졌다. 이번의 무공천은 인물론이 아니라 총선과 대선의 야권연대를 위해 무조건 순천을 민주노동당에게 넘기겠다는 큰 차원의 전략인 것이다.
순천 무공천에 반발하는 민주당 후보들이 탈당하여 출마를 선언했다 치자. 이들이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은 “야권연대는 반드시 필요하나 합리적 절차없는 무공천은 안 된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론에 대해서는 순천 지역 유권자들의 판단보다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 군소 야당들의 판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무소속 출마자들, 영구 복당 금지선언 없으면, 야권연대 무너질 것
만약 민주당 탈당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민주노동당 등 군소야당들은 손학규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에 강력히 압력을 넣을 것이다. 당연히 무소속 출마자들은 영원히 복당 금지 판정을 받을 것이고, 이에 대해서 민주당 지도부가 조금만 주저하게 되면 이를 빌미로 야권연대 무산을 선언할 수도 있다. 민주당 후보들이 야권연대를 받아들이겠다면, 납득하기 어려워도 민주노동당 등 군소야당의 이해를 위해 순천 무공천을 수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오직 순천에서만은 자기가 출마하여 당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 이는 개인적 사욕에 불과하며, 야권연대의 틀을 무너뜨릴 수 있는 해당행위, 그것도 민주당 하나 뿐 아니라, 전체 친노 시민사회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다.
민주당의 조순용 후보는 순천 무공천을 주장하는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 이인영 최고위원 등을 겨냥해 “민주노동당에 입당하라”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조순용 후보는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인정하는가 부정하는가. 이런 논리로 무소속 출마하려면 조순용 후보는 야권연대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 뿐 아니라, 야당 전체, 친노언론과 친노시민사회 전체가 추진하는 야권연대의 틀을 깨보겠다는 각오없이는 출마하지 않는 게 좋다.
이들과 달리 일찌감치 민주당에서 빠져나와 무소속 출마를 확정지은 김경재 전 의원의 경우는 애초에 민주노동당과 같은 친 김정일 노선의 정당과 손을 잡는 순간, 총선과 대선에서 필패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야권연대는 해야하지만 순천에서만 자기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조순용, 구희승 후보와 달리 순천 재보선을 통해 손학규 대표 등 그릇된 정당과의 야합을 무너뜨려, 지도부를 교체하고, 민주당을 바로세워서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무소속 출마자들, 민노당 김선동 후보에 김정일 3대 세습 입장 물을 수 있어야
이 때문에 당연히 친 김정일 노선의 민주노동당과의 노선과 사상 투쟁은 물론, 손학규 대표, 김영춘 등 한나라당 출신의 민주당 지도부, 천정배 등 사실 상 민주노동당 당원 수준의 노선을 가진 자들과의 일전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오마이뉴스와 한겨레 등 친노언론, 참여연대 등 친노단체들이 벌떼같이 달려들 것이다.
민주당의 순천 후보들이든, 순천 무공천에 반발하는 박주선 최고위원이든, 박준영 전남지사든 민주노동당 등의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더 이상 사욕부리지 말고 일찌감치 선거에서 빠지기 바란다.
민주당 성향의 후보가 순천에서 무소속 출마를 감행할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은 민주노동당 등, 이미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친 김정일 노선의 정당들과의 야권연대 결별 선언이다.
민주노동당은 이정희 대표 등등이 김정일 3대 세습에 대해서 “침묵을 지키겠다”며 공당의 신뢰성마저 저버리는 행태를 보였다. 침묵하겠다는 당대표의 입장과 달리 민주노동당의 부설기관 등은 3대 세습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민주노동당의 김선동 후보는 이러한 친 김정일 노선을 대변하는 자주파의 핵심 인물이다. 김선동 후보는 이정희 대표처럼 침묵으로 피해갈 생각하지 말고, 순천 유권자들 앞에서 김정일 가족의 3대 세습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정희 대표 역시 이번 순천 선거에 지원 유세 오게 되면, '침묵' 이외의 답변을 준비해야할 것이다.
반면,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출마자들은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3대 세습 입장을 분명히 따져물을 수 있어야 한다. 색깔론 시비가 무서워 이를 물어볼 자신도 없는 후보들도 역시 일찌감치 순천 선거에서 빠지는 게 좋다.
이미 지난해 8월 재보선 당시 광주 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노동당에 대해 ‘반미정당’이라 비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민주노동당에 머리숙여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이런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비굴함과 달리 경향신문, 진중권, 손호철 교수 등 좌파들 역시 민노당의 친 김정일 노선에 대해 공개비판해왔다는 점도 중요한 힌트이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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