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PD수첩'이 불방됐다. 이번 'PD수첩'의 불방은 지난해 김재철 MBC 사장의 지시로 4대강 편 방송이 불방된 지 8개월 만이다. 당초 'PD수첩' 제작진은 24일 방송을 목표로 ‘남북 경협 중단 그후 1년’(가제) 아이템을 준비 중이었지만, 아이템에 대해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이 ‘방송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결국 방송은 파행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이우환 PD는 비제작부서인 용인드라마개발단으로 갑작스럽게 발령이 났고, 함께 아이템을 준비하던 김동희PD는 ‘지시불이행’을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이에 MBC노조와 친노좌파 매체들은 MBC 김재철 사장과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에 집중 포화를 날리고 있다. 미디어스의 ‘MBC 경영진, PD수첩 불방 책임없나’, ‘PD수첩 결방, 막장이 되어가는 MBC의 현실이다’, 주간경향 ‘외압에 내압까지 PD수첩의 눈물’, 미디어오늘 ‘지시 불이행 PD수첩 징계 없던 일로’, 기자협회보 ‘MBC PD수첩 징계놓고 갈등 고조’, PD저널 ‘내부고발자도 손보는 언론사’, 한겨레신문 ‘PD수첩 파행 다음주 불방’ 등등이다.
이들의 기사를 보면 윤길용 국장이 단지 정권 비판적 기획을 한다는 이유로 PD들을 징계하고 비제작부서로 발령을 낸 것처럼 묘사되어있다. 윤길용 국장의 입장은 그 어떤 기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윤길용 국장은 사내 게시판에 지난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글을 올렸다.
취재 중단 지시에서도 제작강행, 조직 기강 위해 징계 불가피
윤국장은 “3년 전 방송된 ‘광우병’편은 지금 형사건과 민사 건이 모두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담당제작진은 억울하다고 하겠지만 그 여파가 지금 얼마나 우리 사회와 회사에 미치는 지는 우리 구성원 모두가 절실히 느낄 것”이라며 'PD수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시청자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이, 그리고 PD가 공정하지 못한다고 느끼면 그것은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며 “이런 이유로 'PD수첩'엔 변화가 정말 필요하기에 지난 3월2일 인사발령을 내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윤국장은 1분기 'PD수첩‘ 시청률 목표인 9.5%에 한참 못 미치는 6.4%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윤국장은 시청률만으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재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목표시청률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은 시청자의 외면을 뜻하는 것으로 제작자로서 크게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소위 말하는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는 어젠다 세팅이 되는 것도 아닐진대 국장으로서 경쟁력에 관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된 ‘남북경협중단’ 프로그램을 기획한 담당 PD에 대해서도, ‘해고 노동자의 삶’ 관련 기획을 반복적으로 제안하여 시청률이 저조할 경우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겠다는 약속 하에 방송을 내보냈지만, 결과는 PD의 장담처럼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바로 이 담당 PD가 지난 5월 6일 담당 부장을 통해 ‘남북경협중단 1주년’ 아이템을 또 다시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담당 PD가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언론노조 사무처장을 맡았다는 점과 시청률이 저조할 것이라는 확신에 따라 아이템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이미 기획이 승인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났음에도 같은 조에 있는 후배 PD가 취재를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윤국장은 취재중단 지시를 내렸으나 담당 PD들은 계속 제작을 진행했고, 결국 윤국장은 이우환 PD를 비제작부서로 발령내고, 김동희PD를 인사위에 회부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윤길용 국장, “MBC 시사교양국의 문제 뿌리 깊고도 질겨”
윤길용 국장은 이번 사건 외에도 MBC 시사교양국 내의 뿌리깊은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저는 오늘의 시사교양국의 문제는 그 뿌리가 깊고도 질기면서 광범위하게 내려왔다고 봅니다.
부끄럽게도 지금 시교국은 정상적인 조직이라고 하기 어려울정도로 위계질서가 문란하고 조직의 기강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지난 3월2일 인사발령을 냈을 당시 시사교양국 비상대책위가 조직되어 국장의 결정을 사사건건 반대하면서 심지어 비대위의 지시로 국내 자리 이동이 2주일 간 이루어지지 않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성명서나 곳곳에 국장개인에 대한 인신공격과 명예훼손은 또 어떻습니까?
저는 한 번도 소망교회를 가 본적이 없는 데 저를 그 교회신도로 만들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인터넷상에 저에 대한 욕설과 인신공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도로 난무하고 있습니다. PD협회장은 저를 ‘권력의 주구’, ‘마름’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고참 급 후배는 본인이 원치 않는 인사발령을 국장이 강행 할 수 있다고 오해했는지 국장실로 들어와 ‘오버하지 말라, 그렇게 임원이나 지방사 자리가 좋으냐?’고 고함을 지릅니다.
오늘도 국장실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는 PD들을 촬영하고 국장실로 들어오는 팀장을 향해 흥분한 2000년 대 사번 PD가 차마 말을 옮기기가 민망한 육두문자로 ‘이✕✕✕들아’라고 뒤에서 욕을 내뱉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사교양국 사무실에는 업무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업무공간인 책상위에 피켓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근무 질서를 현저히 어지럽히는 행위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윤길용 국장이 묘사한 MBC 시사교양국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조직의 위계질서를 떠나, 공영방송의 엄중한 언론인으로서의 기강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윤길용 국장의 항변을 제대로 보도해주는 언론이나 이를 지원하는 시민사회 세력이 전무하다.
시청자위원회 우파인사 전원 탈락시킨 MBC 김재철, 지원세력 전무
종편사업에 진출하여, 같은 방송사업을 준비하는 조선, 동아, 중앙은 물론, MBC 광우병 선동 당시 최전방에서 이들을 비판해왔던 우파 인터넷언론사조차도 이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MBC 김재철 사장 부임 이후, 노조에 머리를 숙이고, MBC 시청자위원회에 우파 측 인사를 전원 탈락시키며 MBC내의 공정방송노조 측 인사도 기용하지 않는 등, 우파세력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 결과이다. MBC정상화국민운동본부의 최인식 공동대표는 “윤길용 국장의 사례로 볼 때,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MBC를 정상화시킨다는 것은 사실 상 물건너 갔다는 판단이 든다”며 답답해했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