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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정서 자극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는데…

생방송까지 2회 남긴 SBS‘K팝스타’문자 투표부턴 다시‘마이너리티 쇼’


SBS‘일요일이 좋다-K팝스타(이하 K팝스타)’시청률이 또 올랐다. 30일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K팝스타’전국기준 시청률은 13.1%를 기록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이며, 3주 연속 동시간대 경쟁작 MBC‘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를 누른 결과다. 거기다 격차도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29일 방영분에선‘나는 가수다’를 3.1%포인트까지 추월했다.

이 같은 인기 폭등세는 물론‘K팝스타’콘셉트 자체의 매력 덕택이라 볼 수 있다.‘K팝스타’는 현 시점 사실상 방송 유일의‘인더스트리 쇼’에 가깝다. 한국대중음악산업 중심인 3대 대중음악기획사가 직접 심사위원으로 들어와 있다. 당연히 출연자, 특히 수위권 랭크자들의 미래는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차별성이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 중인 YG엔터테인먼트 수장 양현석의 발언이 한 예다. 양현석은‘K팝스타’제작발표 당시 OSEN과의 인터뷰에서“( ‘K팝스타’에서는) 참가자들의 눈물 사연이나 인생 역전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게 아니고 오로지 타고난 재능과 창의성, 그리고 노력을 중요시할 뿐”이라며“ ‘K팝스타’는 철저히 실전형이고 모든 게 음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다른 오디션 프로들과 다르다”고 밝혔다.

‘마이너리티 쇼’열풍에‘인더스트리 쇼’ 로 대응한‘K팝스타’

이는 뭘 의미할까. 여타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사실상‘마이너리티 쇼’임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산업에서 기능할 수 있는 인재를 뽑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이너리티 감수성을 자극하는 이들이 올라서는 시스템이었다는 것. 잘 안 풀린 사람, 운이 없었던 사람, 억울한 사람, 고통 받는 사람들이 보상받는 과정을 통해, 경제 불황기 세파에 시달리는 대중의 피해의식을 보듬어주는 효과를 내주는 게 주목적이었다는 얘기다.

물론 해외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이런 요소를 간과하는 건 아니다.‘브리티쉬 갓 탤런트’가 낳은 폴 포츠,‘아메리칸 아이돌’이 낳은 제니퍼 허드슨 등이 비슷한 사례고, 2월10일부터 한국판‘보이스 코리아’가 방영될‘더 보이스’도 같은 맥락 프로그램이다. 소위‘능력은 있는데 산업시스템이 왜곡돼있어 인정받지 못했다’는 피해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다. 말 그대로‘마이너리티 쇼’다.

물론‘K팝스타’도 여기서 완전히 자유로운 프로그램은 아니다. 프로그램 시작단계에서 시각장애인 참가자, 왕따 피해 참가자, 암 투병 경력 참가자, 결손가정 출신 참가자 등의 사연이 눈물겹게 펼쳐졌다. 그러나 회가 거듭될수록 이런‘사연 팔기’는 급격히 줄고 있다. 그리고 점점 더 냉정해지고 있다. 일단 나이 많은 참가자들부터 하나씩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틈새시장에서 활약할 수는 있을지언정 실제‘K팝스타’가 될 수는 없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사연 외엔 딱히 내세울 게 없는 참가자들도 하나둘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

결국 콘셉트는 단순하게 정리된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나를 반영해주는 참가자들을 통해 대리만족 심리를 자극해왔다면,‘K팝스타’는 나와 닮은 곳 없는 천재들에 찬양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불황기 대중정서에 오히려 역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셈이다.

놀라운 것은, 그런 콘셉트가 10~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냉엄한 경쟁사회 룰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현실적 콘셉트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물론 그런 현실을 받아들인데 따른 보상은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달콤하다. 실제‘K팝스타’가 될 가능성은 누구보다 높다. 그러니 대중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게 바로‘인더스트리 쇼’의 매력이다.

시청률 위해 대중 참여 방식 선택하고만 ‘K팝스타’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처럼 전혀 다른 콘셉트로 이목을 끌어낸‘K팝스타’마저도 일정부분‘마이너리티 쇼’에 종속될 위기에 처했다.‘K팝스타’는 계속 이대로 양현석-박진영-보아의 선택에 의해‘신동’들을 뽑는 형식이 아니다. 앞으로 2주가 더 지난 뒤부턴 생방송 형식으로 바뀐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의 문자투표가 합산될 예정이다.

물론‘K팝스타’는 그나마 이런 부분을 조금이나마 제어하려 노력하긴 했다. 17일‘K팝스타’박성훈PD는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생방송 문자 투표의 비중을 확실히 정하진 않았지만, 낮게 갈 예정”이라며“최대 40%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M.net‘슈퍼스타K’가 시즌 1 90%, 시즌2·3 60%, 그리고 MBC‘위대한 탄생’시즌1 70%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긴 하다. 그러나 여전히 40%대는 참가자 당락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 수치는 된다.

이런 식이면‘인더스트리 쇼’로서의 가치는 폭락하고 만다. 산업논리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은‘지금’대중이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귀 기울이는 구조가 아니다. 그러면 이미 늦는다. 그리고 대중의 일시적 선택이 지속적 소비로 이어지리란 기대도 하기 힘들다.

산업은 늘 수년 뒤 트렌드를‘미리 읽어내는’구조를 택하고 있다. 그리고 반짝 주목을 얻는 것보다 반복 노출됐을 시 효과를 더 중히 생각한다. 지금 여타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주요 출연자들 중‘살아남은’이들이 몇 없는 것은, 단순히 방송사 간 블록킹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지금’당장 끌리는 출연자는 최악의 경우‘마카레나’나‘다마고치’꼴이 된다. 장기소비 형태에 대한 판단은 대중이 내릴 수도 없고, 내리라고 주문할 수도 없다. 그러니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첫‘인더스트리 쇼’를 표방한‘K팝스타’마저 이런 대중 참여 방식을 택하게 된 까닭은, 의외로 단순해 보인다. 그게 시청률 상승에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애초‘슈퍼스타K2’최종회가 케이블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게 된 것도 알고 보면 생방송 문자투표를 통한 분위기 고조 탓이 크다. 대중 참여 방식은‘팔리긴’한다. 다만 그렇게 돼선 다 똑같아진다는 게 문제다.

‘인더스트리 쇼’강점은 산업이 대중에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콘셉트

‘인더스트리 쇼’의 강점은‘일방적으로’산업이 대중에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그에 대해‘책임’을 지는 데서 비롯된다. 대중과‘소통’한답시고 나서 놓고서 정작‘책임’은 지지 못하는 프로그램들과 크게 차별되는 부분이다. 일단‘인더스트리 쇼’로서 나선‘K팝스타’라면 이런 부분에 대해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K팝스타’같은 프로그램들이 향후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류가 돼버린다면 그것도 문제긴 할 것이다. 그러나 산업 구조상 그렇게 될 수 없는 조건들이 즐비하다는 점도 인지해둘 필요가 있다. 그러니 최소한도 일정기간 이상은‘K팝스타’가 유일한‘인더스트리 쇼’로서 기능하리란 예상이 충분히 가능해진다. 그런 점에서‘K팝스타’가 온전한‘인더스트리 쇼’로서 꾸준히 기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단적으로 말해, 시청자 문자 투표 같은‘마이너리티 쇼’의 대표적 속성만큼은 채택하지 않거나, 최소한도 그 비중을 극단적으로 줄이길 기대한다. 시즌1은 이미 발표가 난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어질 시즌2부터는‘K팝스타’만의 강점이 더욱 부각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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