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MBC지분 매각 논의’와 관련한 한겨레신문 보도가 도청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12일 보도에서 “정수장학회가 <문화방송>(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 등 갖고 있는 언론사 주식 매각을 비밀리에 추진해온 것으로 12일 밝혀졌다”며 관련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지난 8일 정수장학회 사무실에서 만난 최필립 이사장과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 3명은 MBC 지분 처리 방안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경영권도 행사하지 못하는 문화방송 주식은 갖고 있어 봐야 소용이 없다”며 “(문화방송 쪽 제안대로) 추진하되, 이를 10월19일 발표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기사에는 이상옥 부장의 구체적 발언도 실렸다. 이 부장은 MBC 지분 매각 방식과 관련 “(문화방송 상장은) 대주주인 방문진의 12월 초 임시 주주총회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안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수장학회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부산일보에 관한 얘기도 나왔다. 최 이사장은 "부산일보의 경우 도저히 더 이상 손을 못 대겠다. 부산·경남지역 기업 총수들과 맺은 부산일보 매각 관련 MOU(양해각서) 체결 사실도 19일 발표할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최 이사장은 또 "지금 노조 때문에 야권 기관지가 돼 있으니 안되겠다. 부산일보를 사서 기업의 백으로 쓰고 부산도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이어 "이들(부산·경남지역 기업인)이 우리를 찾아와 인수하고 싶다고 하길래 나는 '그냥이라도 주고 싶었다'며 가져가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그러나 이 보도와 관련해 MBC측은 누군가 도청하거나 대화록을 기술한 내용이 야권 쪽으로 흘러나간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MBC 관계자는 "한겨레신문의 첫 인터넷 보도에 '녹취록을 입수했다'고 돼 있어 한겨레신문 측에 '(녹취록의) 입수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하니까 후속 기사에서 녹취록이란 표현을 지웠다"며 "반드시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BC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와 MBC는 수시로 협의하는 관계이며 당시 모임은 MBC 주식 처분 방안을 단순히 논의한 자리였다"며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내용을 갖고 여권 대선 후보에게 불리하도록 짜맞추기식으로 보도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 이사장은 "내가 하지 않은 말도 있지만 3명밖에 없었는데 어떻게 (대화 내용이) 밖으로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겨레신문 관계자는 이 같은 MBC측의 도청 의혹 제기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정수장학회 사무실을 직접 도청하겠느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코멘트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서철민 기자 rapter7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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