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이용마 홍보국장이 지난 12일 김재철 사장에게 “대선 뒤 토사구팽 신세니 스스로 물러나라”는 협박성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다.
이 홍보국장은 <'배째라' 김재철 사장님, 당신이 이겼습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국민 대다수가 기대했던 '김재철 퇴진과 MBC의 정상화'가 요원해졌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귀신도 놀라서 달아날 일”이라며 “여성용 화장품이나 가방 등을 구입하면서 법인카드를 하루 백만 원씩 쓴 것이나, 특정 무용가 J씨에게 공연 명목으로 20억 원 넘는 돈을 몰아주고도, "돈과 여자에 관한 한, 아무 문제도 없다"고 말하는 뻔뻔함은 이제 얘깃거리도 안 됩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재철 사장님은 재임 기간 두 번의 파업에 직면했지만 둘 다 이겨냈습니다”라며 “그 중 한 번은 방송의 역사를 새로 쓴 170일 파업”이라고 주장했다.
이 홍보국장은 그러면서 김 사장이 MBC의 능력 있는 기자들과 PD, 아나운서 등 100명이 넘게 현업에서 내쫓아 그 자리를 자격과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시용직원으로 메웠고, 그 바람에 MBC뉴스가 조중동보다 못한 저급한 찌라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에 확실하게 김재철 사장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자신들의 최측근 인사를 내세워 방문진 일각에서 시도되었던 '순진한 반란'을 손쉽게 진압했습니다. '을'의 지위에 있는 자들로서 '슈퍼 갑'인 사장님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라며 “물론 사장님은 그 대가로 공영방송 MBC의 영혼을 정부여당에 철저히 바쳤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김 사장에 대한 비난을 이어간 이 홍보국장은 김 사장에게 협박성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이용마 “검찰이 의지만 보이면 모든 게 끝나...끌려내려 오기 전에 내려와야” 협박
이 홍보국장은 “대선 전의 사장님은 '슈퍼 갑'이지만, 대선이 끝나면 어떻게 됩니까? 여전히 '슈퍼 갑'일까요? 공영방송 MBC의 파멸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게 될까요?”라면서 대선 후 김 사장이 해임될 것이라는 뉘앙스의 주장을 한 뒤 “사장님은 노동조합과의 혈투에서 당당히 이겼습니다.” “무려 8명의 후배들을 해고했고 조합을 상대로 195억 원의 사상 유례없는 손해배상소송도 냈습니다. 야당의 온갖 '간섭'도 이겨냈습니다.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을 MBC 뉴스를 통해 일방적으로 매도해 버렸습니다. 김재철 교체라는 정부여당 일각의 목소리도 간단히 눌렀습니다. '김재철 퇴진'에 동의하는 국민 여론도 확실히 묵살했습니다. 그야말로 '슈퍼 갑'으로서 완벽한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수 받을 때 떠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해임안 부결을 통해 '슈퍼 갑'으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확인받은 만큼 이제 떠나십시오. 지금이 스스로 물러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대선을 앞두고 '슈퍼 갑'이란 말은 결국 사장님이 대선용에 불과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제 대선은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 달 뒤 '토사구팽'이 자명하지 않습니까? 누가 집권한들 사장님 같은 '진상'을 끝까지 안고 가겠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검찰이 의지만 보이면 모든 것이 끝납니다. 그리고 그 때는 이미 늦습니다. 정권의 탄압 혹은 정치보복을 외치실 건가요? 그 때 사장님 손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이제 모두를 이겼으니, 끌려 내려오기 전에 스스로 내려오는 현명한 길을 찾으십시오.”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이 한 달 뒤 여권으로부터 토사구팽을 당할 것이며, 검찰이 임기가 보장된 김 사장을 어떻게든 엮어 끌려 내려오도록 움직일 것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뒤로 호박씨 까고 노조원들의 고혈을 빨며 정치집단 오명 쓰게 한 이용마 처단이 사회정의”
그러나 이 같은 글은 해고당한 직원이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에게 여권과 검찰을 운운하며 공개적으로 협박한 행위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양영태 자유언론인협회장은 “MBC에서 해고당한 사람으로서 억하심정에서 협박성 글을 쓴 것이 아닌가 하여 한편으론 동정도 간다”면서도 “대표이사에게 원색적인 비방을 한 직원을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용마씨는 설령 김 사장이 물러난다해도, 사실로 드러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과장되고 왜곡된 주장들로 김 사장을 지속적이고 악의적으로 언론에 글을 기고하면서까지 비방한 사실을 볼 때 해고가 정당하기 때문에 복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도 “여권이 김 사장을 토사구팽하고 검찰이 움직이면 끝이라는 협박도 문제지만, 그 주장에 담긴 이용마의 오만한 발상이 더 심각하다”면서 “아무런 법적 문제도 발생하지 않은 공영방송 사장을 단지 자신이 주도한 고소고발쇼 때문에 덮어쓴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정치권이 움직여 김 사장을 해임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오만방자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이용마의 발언은 검찰이 의지만 보이면 없는 죄도 죄가 있는 것처럼 만들 수 있다는 식으로 들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말로는 MBC에 정치권이 개입하지 말라면서 뒤로는 야당의원들을 동원하고 여당측 인사들을 만나면서 호박씨를 까고, 심지어는 정치권과 검찰에 영향을 끼치려 그 따위 허접한 글로 여론선동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뀌든 바뀌지 않던 자신이 몸담은 구성원 전체의 고혈을 빨면서 MBC노조를 정치집단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게 만든 이용마와 같은 자는 MBC근처에도 못 오도록 처단해야 그게 사회 정의”라고 일갈했다.
서철민 기자 rapter7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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