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 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첫 번째 대선후보 TV토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양영태 자유언론인협회장이 5일 잇따른 종편 시사프로를 통해 “격식과 품위를 갖추어야 할 대선토론이 난장판이 된 충격적 사건”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양 회장은 이날 MBN 뉴스광장과 채널A 뉴스특집, TV조선 뉴스와이드 참 등에 잇따라 출연해 전날 선관위 주최 토론회를 놓고 이른바 진보진영 측 평론가들과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논쟁을 주도했다.
양 회장은 먼저 뉴스광장에서 이정희 후보의 TV토론 태도와 발언 등을 놓고 이강윤 정치평론가와 첨예한 시각차를 보였다.
그는 “한마디로 말해 대선토론 수준이 저하된 토론회였다”며 “후보들의 머리와 가슴에서 피드백을 통해 체화된 정책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특히 0.7%의 이정희 후보는 토론판을 비정상적으로 흔들어 대선토론문화 수준을 확 떨어뜨리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평론가는 “토론형식이나 룰이 국가지도자 깜냥을 비교하고 견주기에는 문제가 많았다”면서도 “지지율이 얼마 밖에 안 되는 후보가 토론을 휘저어서 문제라는 건 민주원칙에서 동의하기 힘들다. 지지율 순으로 발언권도 주고 언권도 분배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양 회장은 “중요한 건 대선이라는 것이다. 국가최고 지도자를 뽑는 것”이라며 “규정상 일정 수준 이상의 지지율을 얻은 자가 토론하게 돼 있다. 그런데 0.7%의 지지율을 가지고도 단지 다섯 명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있다는 그것 때문에 토론회에 나와서 ‘박근혜를 떨어뜨리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대선 토론판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비민주적인 발언이었다”고 재반박했다.
이강윤 “양 회장 지지율 얼마짜리 발언 동의 어렵다”에 양 회장 “본질은 이정희가 토론문화 금도 넘었다는 것” 반박
실제로 전날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박근혜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며 토론 주제에서 벗어난 공격적 돌출 발언으로 대선 후보들의 외교안보 정책토론을 지켜보고자 했던 많은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대한민국 정부를 ‘남쪽 정부’라고 지칭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사용을 보여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 발언을 통해 ‘종북논란’이 재현되는 듯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이 평론가는 이 후보가 대선후보 토론회장을 단지 특정 후보를 공격하는 기회만으로 악용하는 측면은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또한 이에 따라 토론회 자체가 이 후보의 돌출 발언에만 집중 돼 대선후보들의 정책토론이라는 국민적 알권리를 박탈당하는 측면에서 지적한 양 회장의 본질적 문제제기는 무시한 채 0.7% 지지율 발언만을 계속 트집 잡았다.
이 평론가는 “강력한 정치적 의사 표현이다. 듣기에 따라 자극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지지율 1%도 안 되니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말씀은...”이라고 재차 꼬투리 잡았다.
양 회장은 다시 “그게 본질이 아니라 금도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선토론문화를 해치는 금도를 넘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날선 논쟁에 이어, 선관위 3자토론이 정작 중요한 두 명의 대선 후보들의 정책이나 자질검증을 할 기회가 아닌 특정인 ‘저격수’를 자처한 소수 후보의 개인기 자체에만 집중되는 현상을 우려한 일부 전문가들이 양자토론으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질문이 이어졌다.
양 회장은 “동의한다”며 “대선판 자체를 (잘못된 방향으로) 흔들어버리는 이런 토론이라면 차라리 양자대결을 해서 후보들이 정책이 얼마나 체화돼 있는지, 감성적, 이성적 리더십 부분 모두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그나마 건진 게 있다면 어떤 것을 꼽겠냐는 앵커의 질문에 양 회장은 “다행히도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안정적 리더십을 가진 분이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안정감은 리더십에 있어 중요하다. 박 후보가 모욕을 당하면서도 의연하게 평상심을 유지하고 토론에 임하고 자기 모습 보인 면에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박 후보가 새정치의 필요성을 이른바 립서비스가 아니라,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일말의 단초를 느꼈다는 것”이라며 “안철수 전 후보가 큰 숙제처럼 던져졌기 때문에 새정치가 이제 누구도 거스르기 힘든 것이 됐지만 정치권이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꼽았다.
토론방식에 있어 개선돼야 할 점도 짚었다. 양 회장은 “다음 대선에서는 문제를 제기하면 답변하고 반박하고 재반박하는 최소한의 프로세스가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고, 이 평론가는 “어제의 토론 흐름은 물길을 막는 역할이었다. 사회자 자질이라기보다는 토론회 룰을 따르다 보니 그렇게 된듯하다. 그렇게 끊기니 세 후보를 비교하기보다 그래서 이 후보 토론액션이 더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양 회장은 이날 TV조선 뉴스와이드 참 난상토론 코너에서도 전날 대선후보들의 토론회를 놓고 곽동수 숭실사이버대 교수와 토론을 이어갔다.
토론회 총평에서 곽 교수는 “예고됐던 대로 이정희 후보라는 변수가 나왔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공격적인 면에서 양측 모두 대비를 못한 듯하다”며 “박 후보는 시작할 때 선방했지만 질문 전체의 구성력이 떨어졌고, 문 후보는 존재감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회장은 “박 후보를 떨어뜨리러 나왔다는 이정희 후보 발언은 이미 언론에 공개됐다. 이에 대한 대비를 했었어야 했다”면서 “박 후보는 예감한 듯 침착하게 대응했고, 문 후보는 이 후보에 묻혔다. 본인 의사와 정책을 표현하는 걸 잊었다. 체화된 정책을 제시한 게 아니라 중요 아젠다만 제시하고만 이상한 토론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정희 후보로 인해 난장판이 된 토론”이라며 “대한민국 국가원수를 뽑는 중요한 토론회인데, 천박한 토론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진보진영측 곽 교수는 이번엔 새누리당 대변인 평론을 문제 삼았다. 곽 교수는 “새누리당 논평이 좀 답답했다”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다 했는데 박선규 대변인이 논평에서 자신의 신분, 역할 잊은 분별없는 후보에 의해 난장판이 됐다고 했다. 똑같이 기호를 받고 선관위에 뽑혀 나온 후보에 신분이나 역할을 언급한건, 사실상 (박후보측이) 준비를 소홀히 했다는 걸 드러냈다고 본다. 이미 공격이 나올 것을 알았을텐데 대비가 좀 더 치밀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양 회장은 ‘신분, 역할’ 용어로 이 후보를 비판한 박 대변인의 논평이 곽 교수가 말하는 그런 개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양 회장은 “이정희 후보의 신분 발언은 그런 개념이 아니다”라며 “이 후보는 0.7%의 지지율을 가지고 있다. 원래 규칙에는 5%이상 지지받는 후보가 토론회에 참석해야 하는데, 이 후보는 당 의원이 다섯 명이기 때문에 토론회에 참여했다, 아마 그런 부분을 박 대변인이 표현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 0.7%든 0.2%든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1% 미만의 극소수 대선후보임에도 선관위측의 계산법으로 대선 후보 토론회에 나왔으면 대통령 후보자 토론답게 격식에 맞춰 진지하게 토론에 임해야 함에도 시종일관 특정 후보 저격수노릇이나 했다는 의미에서 이 후보가 자신의 신분이나 역할을 잊고 분별없이 임했다고 박 대변인이 지적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인 셈이다.
이어 양 회장은 “근본적인 건 토론회가 국민에게 알려주는 대선토론회가 기로에 서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집중할 것은 국가원수로서 대통령 후보자의 권위가 (이런 토론회로) 희화화 됐다는 것이다. 체화된 정책이 나오고 애국심, 국가관 등 이런 부분이 선명하게 국민에게 전달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방식의 대선 후보 토론자 선정은 잘못됐다며 선관위가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동수 “권위는 주장되는 게 아니라 대중에게 인정받는 것” VS 양영태 “이미 한 분이 권위를 훼손해 대중에게 인정받을 수 없도록 망가뜨렸다” 반박
반면 곽 교수는 “권위가 존중돼야 하는 건 맞지만 권위는 주장되는 게 아니라 대중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고, 이에 다시 양 회장은 “맞는 말인데, 토론에서 한 분이 이미 권위를 훼손했고 대중에게 인정받을 수 없도록 망가뜨렸지 않나. 언어유희가 아니라 도전에 의해 응전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재반박했다.
양 회장과 곽 교수는 이번 토론회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곽 교수는 “지지율엔 별 영향을 못 미칠 것”이라며 “실제로 움직일까 말까 하는 부동층 1% 투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번엔 좀 다를까 하는 생각도 드는게, 야권에서는 투표율이 낮아질까 걱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양 회장은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려 이 자리에 나왔다는 후보가 시저의 진군나팔처럼 불어대는 허황된 소리에 대한민국 국민 다수의 정서는 상처를 입었다”며 “부동층, 무당파, 기권파들도 아마 대통령다운 대통령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들게해 가장 공격받았던 박근혜에게 (표를) 줄 것이다. 추측컨대 상당한 동요가 있을 것이고 지지율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밖에도 양 회장과 곽 교수는 초미의 관심사인 안철수 후보의 문 후보 지원행보와 방식과 관련해서 다양한 시각의 토론을 주고받으며,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논객들이 바라보는 대선정국 전망과 분석을 시청자들에게 들려줬다.
서철민 기자 rapter7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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