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이 이미 허위로 드러난 MBC의 김정남 인터뷰 의혹을 다시 제기하고 국가정보원을 끌어들인 것은 근래 보기 드문 최악의 쇼다. 내용의 황당함이나, 주장에 대한 근거도 없는 무대뽀 ‘카더라’ 주장도 한심하지만, 그 의도에서 감지되는 불순함이 더 경악스럽기 때문이다. MBC는 자신이 운영하는 매체를 통해 MBC가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김정남을 인터뷰 했다는 이상호 기자의 폭로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이미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인터뷰를 했다는 당사자인 허무호 특파원의 인터뷰 내용까지 상세히 실어 이상호가 제기했던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확인해줬다. 이상호가 끝끝내 “김정남을 인터뷰 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란 게 '현재 한국, 일본, 서방언론과 인터뷰할 수 없다'는 선으로, 당시로선 별 기사 가치도 없는 수준이었다. 아무리 세계가 주시한다는 김정남이라도 인터뷰를 거절한다는 말 외엔 별 달리 건질 것도 없는 내용을 가지고 인터뷰를 했다고 내놓긴 힘든 것 아닌가. 그러니 네티즌들까지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건가?” “뭐가 문제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황당해 한 것이다.
정청래는 MBC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MBC가 김정남을 인터뷰했다’는 주장과 ‘국정원이 김정남의 소재파악에 도움을 줬다’는 주장을 하려면 당연히 근거를 제시했어야 했다. MBC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내놓아야 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9일 기자회견에서 그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국정원 말고 누가 김정남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겠느냐” “국정원의 도움 없이 MBC 방콕특파원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까지 가서 과연 (김정남을) 만날 수 있겠느냐”는 논리를 폈다. 이미 많은 국민이 알다시피 민통당은 국정원의 첩보능력을 대단히 우습게 보는 정당이다. 2011년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이 방문했을 때 국정원 직원이 숙소에 잠입했다가 들킨 사건을 놓고도 “무능한 첩보전”이라며 국정원을 비난한 당이다. 민통당은 도대체 언제부터 국정원의 능력을 그렇게 높이 평가했었나? 김정일 사망사실도 몰랐다고 비난하던 당이 아닌가. 그런데도 국정원이 아니면 누가 김정남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느냐고 호통이니 낯빛 싹 바꾼 민통당 모습에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MBC 김정남 인터뷰 국정원 도움설’ 정청래 의혹제기는 해고위기 MBC 이상호 구하기가 본질
툭하면 국정원이 무능하다고 비난하던 민통당의 정청래가 악질이라는 것은 국가최고 정보기관을 허위사실이나 유포하고 대선에 개입하려던 MBC 이상호의 해고를 막기 위한 소재로 악용한 의도가 역력하다는 점 때문이다. 정청래가 말했듯, 작년 대선 한 복판에서 김정남 망명설이 터져 나오게 된 근원지를 따져보면 그 중심에 나꼼수가 있었다. 한마디로 MBC가 박근혜 후보 승리를 돕기 위해 김정남 인터뷰를 이용하는 ‘신북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상호는 “나꼼수 예언” 운운하며 사실 확인도 없이 MBC가 김정남 인터뷰를 가지고 대선에 개입하려한다고 허위주장을 확산시켰고, 그 과정에서 가증스럽게도 특파원 동료기자에게 “도와 달라”며 김정남 관련 취재 이야기를 캐낸 뒤 동료기자의 순수한 마음까지 악용했다. 이상호는 전달 받은 김정남 관련 이야기들을 교묘히 팩트를 왜곡해 유포시켰고, 이상호의 처지를 걱정했던 특파원 기자는 선의를 악의로 되돌려 받는 꼴이 되고 말았다. MBC특보가 소개한 허무호 기자의 인터뷰 내용에는 이상호로부터 당한 이런 황당한 심정까지 자세히 나와 있다.
정청래 의원이 단지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허 특파원이 말레이시아 호텔에서 김정남과 우연히 만났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해서, 아무 근거도 없이 국정원이 MBC를 도와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주장을 한 것은 해고 위기에 놓인 이상호를 돕기 위한 차원의 언론 플레이로 밖에 볼 수 없다. 왜냐하면 국정원 개입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런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은, 마치 대선에 권력기관이 개입한 것처럼 여론을 오도해 공영방송에 몸담은 언론인으로서 무자격자인 이상호의 각종 막장일탈행위들을 가리는, 즉 본질을 가리는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MBC가 김정남을 인터뷰하는 데 국정원이 도움을 줬을 것이라는 정 의원 주장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런 논란은 해고가 너무나 당연한 이상호를 MBC가 정상적으로 해고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게 된다. 정 의원으로선 언론플레이를 통해 미운 MBC와 국정원을 모두 곤란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이상호의 해고까지 막을 수 있는 성과까지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얄팍한 잔꾀다.
국정원 끌어들여 언론플레이 한 정청래 입장에선 이상호 해고 막아야할 사명감 때문인 듯
MBC가 김정남을 인터뷰하지 못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드러난 명확한 팩트다. 정 의원은 이 팩트를 뒤집을 만한 증거를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다. 또 국정원이 MBC 기자에게 김정남의 소재 파악에 도움을 줬다는 본인 의혹도 전혀 증명하지 못했다. 국정원이 설사 소재 파악에 도움을 줬다고 해도 그것 자체로는 대선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을 증명하지 못한다. 또한 정 의원은 마치 국정원만이 김정남의 소재파악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이 것도 사실과 다르다. 김정남은 일본 등 이미 많은 언론과 인터뷰를 해왔고, 특수한 처지임에도 이미 본인 스스로 자신을 노출해온 사람이다. MBC, KBS 정도의 취재력을 가진 언론사라면 얼마든지 마음먹기에 따라 김정남 행방을 추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더군다나 김정남에겐 주기적으로 만나 식사까지 하는 남한 사업가까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허 특파원이 인터뷰서 말한 대로 얼마든지 교민의 제보가 가능한 일이다.
이런 정황들로 볼 때 이상호의 해고가 임박한 상황에서 정 의원이 굳이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하는 ‘카더라’ 수준의 의혹을 또 들고 나온 것은 그래서 ‘이상호 구하기’ 차원이라는 것이다. 현재 MBC 노조는 작년 명분 없는 전대미문의 170일간의 불법 정치 파업을 일으킨 덕분에 상당한 동력을 잃은 상태다. 정치파업에 앞장섰던 노조 핵심 인물들은 해고와 징계를 당했고 그런 상황에서 그 중 나꼼수와 동급인 ‘인재’ 이상호 기자의 해고를 막는 것이야말로 정청래 의원이 본인의 절대 사명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국정원 트집 잡기와는 별도로 말이다. 대선 기간 동안 뉴스데스크 정치보도를 방송도 나가기 전에 일일이 보고 받을 수 있는 민통당 의원 입장에선 MBC 노조측 핵심 인재 중 한 사람인 이상호의 해고를 막아야만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MBC는 온갖 막장 짓 해온 자질미달 이상호 원칙대로 해고해야
정청래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날 오후 이상호는 트위터에 “'5분간 면담했지만, 인터뷰는 안 했다'는 MBC, '카메라 기자가 동행했지만, 촬영은 안 했다'는 특파원, '만난 것만으로 세계적 특종이지만 기삿거리인지 모르겠다'는 담당자. 여의도 앨리스 촬영 중인가요”라는 글을 쓰며 비아냥댔다. 확실히 이상호는 공영방송의 기자 역할을 하기엔 수준 미달이다. 김정남을 직접 만난 특파원의 말까지 왜곡하고 허위사실 유포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태도, 방송에 내보내기 위해 기사가 최소한 갖춰야 할 게 뭔지도 모르는 점 등 부족한 게 한 둘이 아니다. 그 수준과 판단력으로 지금껏 공영 방송에서 기자 노릇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오히려 놀라운 일 아닌가. 이상호 역시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려면 김정남을 직접 만난 당사자인 특파원의 말을 뒤집을 수 있는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공영방송에 몸담은 언론인이 회사의 규칙을 어기고 멋대로 활동하는 것은 징계감이 당연하다. 게다가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허위보도를 했을 경우 이건 누가 봐도 해고감이다. 미국의 많은 언론들은 기사를 조작하고, 표절하고, 오보를 낸 기자들에게 책임을 물어 해고 하고 있다. 언론인을 보호하는 것만큼 언론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MBC는 정청래의 언론플레이와 MBC에 대한 편향적 언론들의 일방 보도에 흔들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기 바란다. 더불어 정 의원과 이상호 기자는 ‘카더라’ 말고 MBC와 국정원의 발표를 반박할 명확한 물증을 내놓기 바란다. 민통당 일각에서도 인정하고 주장하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선거 때 북풍효과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꼼수 뿐 아니라 정청래, 이상호 등이 MBC가 김정남 인터뷰를 했다는 주장, 국정원이 이를 도왔다는 황당한 억지도 그런 시대착오적인 잘못된 발상과 믿음에서 기인한다. 이번 김정남 인터뷰설 논란은, 의혹을 제기한 정청래의 민통당과 이상호의 MBC노조가 얼마만큼 시대착오적이며 심각한 수구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할만하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