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박근혜 정부에서 신설되는 경제부총리의 역할과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유언론인협회 양영태 회장이 18일 MBN 뉴스M에 출연해 한국의 고도경제를 이끌었던 역대 경제부총리들의 활약상을 짚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이 함께 출연했다.
양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경제부총리제가 만들어지고 경제부총리들이 큰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당시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일은 먹고 사는 문제였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경제개발을 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라며 “김유택 경제부총리로 하여금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시안 시키고 잇따라 장기영, 김학렬, 남덕우 등 경제부총리로 하여금 개발시대의 성장을 주도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 운영을 잘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 잘 활용할 수 있는 리더십이 곧 대통령 리더십”이라고 덧붙였다.
양 회장은 역대 경제 부총리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총리로 남덕우 부총리를 꼽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서강학파에 속하는 분으로 경제학을 뿌리내리다시피 한 분”이라며 “부총리를 마치고 총리까지 하신 분인데, 이 분은 ‘지금이 가장 어려울 때인데 국채라도 발행해서 빨리 공공정책에 투입해야 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극이 필요하다는 케인즈정책을 도입할 때다’라고 주장하는 등 성장과 위기 처방을 능동적으로 하신 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개발시대에 장기영, 김학렬, 남덕우 총리 이 세분 중 맨 끝에서 경제부총리를 하며 성장까지 목표를 위해 걸어가신 분이라 기억에 가장 남는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김학렬 부총리를 꼽고 싶다”고 했다. 그는 “김 부총리는 재무부 장관 출신에 청와대에서 경제수석하다 박 전 대통령이 69년부터 72년까지 경제부총리로 임명했다”며 “이때가 경제고속도로, 포항재철건설이 추진됐다. 49에 췌장암으로 요절하셨는데, 이 분 이름의 ‘학’자가 날아다니는 학이라고 한다. 일본말로 쓰루라고 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우리 쓰루는 내 가정교사야’라고 할 정도 아끼고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고 밝혔다.
양 회장도 “이분이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세 번이나 입안하셨던 분으로, 중요한 업적을 갖고 계신 분”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제부총리에 전폭적인 힘 실어줬다”
당시 대통령 권한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부총리가 소신 있는 경제정책을 펴나갈 수 있었겠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양 회장과 황 위원 모두 ‘전폭적인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황 위원은 “박대통령이 잘한 건 참모는 참모의 역할에 그치도록 군기를 잡고, 일선에 나가서 공무원 휘몰아치면서 일을 추진하는 실전 야전사령관에겐(경제부총리) 권한을 듬뿍 줬다는 것”이라고 했고, 양 회장도 “박통이 힘을 많이 실어줬다”고 평가했다.
특히 양 회장은 “이번에도 경제부총리에 힘이 많이 실릴 것이라고 예측이 되지 않나?”라며 “예를 들어 전쟁이 나면 국방부 장관에게 힘이 실리게 돼 있다. 경제위기 때에는 경제부총리에 힘이 실리게 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편하는 정부 부처 17개 부 중 11부처가 연관돼 총괄하게 돼 있는데 이런 부처를 컨트롤하는 사령탑을 만드는 개념이라면 상당히 힘을 발휘하는 경제부총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경제 위기 상황을 맞아 수난을 겪기도 한 경제부총리들의 얘기도 나왔다. 양 회장은 “IMF 때 강경식 부총리가 약 3개월 정도 영어생활을 하셨는데, 이분으로선 참 억울했다. 경제학자들이 말하길 그 때 이분 말대로만 했다면 괜찮았다는 것이 아닌가”라며 “이 분은 당시 그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진 것인데 나중에 재판에서 무죄가 됐다”고 회상했다.
황 위원도 “그때 책임을 물어 강경식 부총리에서 임창렬 부총리로 바꿨다”며 “김대중 정부 때 들어 IMF 환란특위를 만들어 책임문제를 따지다 그때 현역 의원이었던 강경식 당시 부총리를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 감옥에 보냈다. 그때 김인호 경제수석도 감옥에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대법원은 정책적 판단에 대해 사법적 잣대로 처벌을 할 수 없다고 했다”며 “그 당시 환란위기를 초래하는 데 강경식 부총리나 김인호 수석이 뭘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그 당시 여의도 정치가 다 말아먹었던 것이다. 다 같이 공동책임이 있는데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회장 역시 “김영삼 대통령이 레임덕에 걸려 있어서 존재감이 없었던 시절이었다”며 “환란이 터지니까 정치권에 휘둘리다가 막 굴러가게 됐던 것이고 부총리가 억울한 책임을 지게 된 상황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반추했다.
양 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제가 부활한 데 대해 “그만큼 경제가 위기 국면을 맞았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세계가 경제위기시대다. 우리는 또 저성장과 저출산, 2030 일자리 창출 문제도 시급하고 고령화 시대에 대처하는 문제 등 위기 속에 서 있는 것이 현실로 경제부총리가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주치의는 국가의 존위를 대하는 접근법과 태도로 치료에 임하는 사람”
한편 양영태 회장은 이날 오후 TV조선 ‘황금펀치’에도 연속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역대 대통령 주치의 시절을 다시 돌이켜보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을 들려줬다.
먼저 역대 대통령들이 주치의를 가까운 사람들을 쓰는 이유를 질문받자 양 회장은 “대통령 입장에선 편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주치의라는 것은 인성과 의학적 지식을 갖춘 사람으로, 신원조회 통과 등을 거친 국가관이 투철한 사람이어야 한다”며 “대통령을 치료하는 건 국가의 존위를 대하는 그런 접근법과 마인드로 가야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철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아 상태로 그 사람의 개성이나 인생역정을 엿볼 수도 있느냐는 앵커의 질문을 받자 양 회장은 “꼭 개성이나 삶의 흔적이 나타난다 할 순 없고 치료를 받는 모습을 보면 반응하는 모습이 다 다르다”고 말해, 단순히 치아 상태를 통해서라기보다 치료를 받는 전체 과정을 통해 개성이 드러난다는 소감을 밝혔다.
양 회장은 “예컨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4번 정도 진찰을 했는데, 치아 마모도가 심한편으로 굉장히 강건했다”며 “이런 사람은 대체로 견인주의자로, 인내심과 내공이 강하고 많이 참는 성격의 소유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은 치료를 받으실 때 마취하자 주무셨다. 입을 벌리는 데 굉장히 애를 먹었는데, 굉장히 담대한 분이고 상대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또 노태우 대통령은 조금 긴장하는 스타일로, 치아를 치료받는 순간은 일종의 긴장국면으로, 그때 보면 사람들의 개성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양 회장은 국군서울지구병원에서 대통령 주치의 시절 치료했던 인상 깊었던 인물들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역사 굽이굽이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에 기억 나는 인물들이 상당히 많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 부장, 차지철 경호실장, 안가에서 돌아가신 분들 대부분도 치료했다”며 “아웅산에서 돌아가신 분, 이범석 내무부장관은 호탕하신 분으로 기억한다. 아웅산에 갔다 와서 술 한잔 하자고 하셨는데 그렇게 가셨다. 한병춘 비서실장 등 여러분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양 회장은 특히 박근혜 당선인을 치료했던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치아가 굉장히 깨끗했고, 치료 수칙을 정확히 잘 지키는 모범생 스타일”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한번은 사랑니를 뽑는데 마취가 덜 됐는데도 치료했던 저의 곤혹스러웠던 마음을 오히려 편하게 배려하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당시 ‘전방은요?’라고 물어봤던 것도 그 분의 평소 가치가 반사적으로 표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 회장은 마지막으로 한국정치와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자유 시장경제를 지키고 헌법정신을 지키는 보수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며 “지켜야 할 공약과 지키지 말아야 할 공약을 구분해야 한다. 예컨대 늘려도 모자라는데, 18개월 병역기간 단축과 같은 선거용 공약은 버려야 한다.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철민 기자 rapter7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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