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전세계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트윗이 25일 온라인에 등장했다.
거짓말이냐고? 아니다. 정말 평양에서 보낸 트윗이 맞다. 북한이 외국인들만을 대상으로 시작한 3G휴대전화망. 이를 통해 올려진 최초의 공식 트윗이었다.
북한이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있다.
이 메시지는 미국 AP통신의 진 리(한국명 이준희) 한국지국장이 평양에 위치한 유일의 이동통신사 고려링크 본사에서 자신의 아이폰을 통해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다.
이날 외국인 기자들은 평양 시내를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려댔다. 평양 시내의 모습과 아이들이 가깝게만 느껴진다. 북한인 직장동료들에게 휴대전화로 인터넷 서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매우 놀라워하며 쳐다봤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미 세계에서 SNS는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 돼 버렸지만 스스로 가두고 갇혀버린 북한에게 이번 조치는 사실상 혁명이나 다름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북한에서는 외국인들 역시 휴대전화 사용은 물론이고, 허락 없이 사진도 찍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외국인 기자단이 이동할 때도 밖을 보지 못하도록 커튼을 쳤다고 하니 말 다했다.
물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북한 주민들도 있다. 하지만 ‘WWW’를 사용하는 국제적 인터넷 서핑은 철저하게 막혀있어 사실상 그들은 ‘온라인’을 사용 못하고 있다.
‘엄격한 규율과 통제망에 지배받는 사회이자 바깥 세상을 경계하는 국가.’ 첫 트윗을 날린 트위터리안의 북한에 대한 평가다.
북한의 정책 변화는 지난달 초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과 시기가 겹친다. 미국에선 인터넷 검색을 ‘구글링 한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구글이 포털시장에서 압도적인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세상을 하나로 묶고 가장 열려있는 집단의 수장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를 방문한 것이다.
당시 슈미트 회장과 함께 방북했던 딸 소피 슈미트는 “이보다 더 기괴할 수 없다. 마치 국가 단위의 ‘트루먼 쇼’를 보는 듯했다.”고 회고했다.
북한을 “매우 매우 춥고, 매우 매우 이상한 나라”라고 소개했고, 북한의 모든 사람들이 슈미트 일행을 위해 집단으로 연기하는 것 같았다는 의미로 영화 ‘트루먼 쇼’에 비유했다.
틀림없이 과거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과 같은 종북론자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노수희는 여전히 북한의 좋은 면만 보고 찬양하고 있을 테니까.
그때 슈미트 회장은 북한 정부에 인터넷 접근권을 확대하라고 열정적으로 조언했었다. 세상이 점점 더 연결되면서 가상세계에서 고립되려는 북한의 결정은 북한의 경제성장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충고였다.
더불어 “그들이 선택할 문제이지만 나의 견해로는, 북한이 이제 시작할 때이고 그렇지 않다면 경제적으로 뒤쳐질 것”이라고 밝혔었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인 걸까. 방북 이후 구글 맵은 예전보다 훨씬 상세해진 북한 지도를 공개했다. 대부분의 도시와 거리 이름, 공원, 길 등이 표현돼 있었다.
지금 북한이 걷고 있는 길은 폐쇄만으로는 붕괴할 수 밖에 없는 북한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일지 모르지만 북한이 낙후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과학기술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슈미트 구글 회장은 방북 이후 “북한 주민들은 극심한 ‘정보 암전’ 상황 속에 살고 있지만 변화가 올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었다. 그리고 ‘느리고 점진적이겠지만 북한 주민의 생활에도 변화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북한 정부 관리와 군인들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대학에도 사설 인트라넷이 있지만 일반 국민은 감시자가 없으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런 북한에서 외국인에게 휴대폰의 인터넷망을 허용한 것은 혁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북한이 서서히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있다. 그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북한에 인터넷이 보급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자.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차례로 검색한 후 북한과 한국을 네이버에 입력하는 순간.
그 순간은 북한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부패와 폭압적인 정권의 실체를 보게 될 것이며, 인권 유린과 자신들이 누려야 할 기본권에 대해 최초로 알게 될 것이다.
한국이 세계 7위 무역 강국이며, 세계를 주도하는 문화 흐름 ‘한류’의 종주국임을 깨닫는 순간, 모든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를 인식하게 될 것이며, 김정은 정권의 극소수 특권층은 이제 국민들을 위해 일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인터넷 보급이 거부할 수 없는 북한의 선택이 될 것이라면,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최대한 북한은 주민들을 배려하는 국정운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쟈스민 혁명처럼 민중들은 체제를 부수고 독재자와 싸우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그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정은은 정작 무서운 것이 국제사회의 제재가 아니라 세습독재 정권과 체제의 모순으로 굶주림의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치범 수용소에 사람을 가두는 강경정책도 한계가 있다. 북한의 3대 세습과 폭압의 잘못들이 절대 감춰질 순 없는 것이다. 핵무기와 미사일이 그들 정권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큰 오산이다.
북한이 판도라의 상자인 ‘인터넷’을 개방하는 날. 북한의 수천만 ‘트루먼’ 들은 그 거짓말만 가득한 세계를 깨부술 것이다.
그것이 무섭다면 남한과의 체제경쟁에서 패배했고, 더 이상 승산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라.
북한이 지금이라도 당장 북한 정권이 세계를 위협하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주민들의 자유와 풍요로운 생활 향상을 위해 힘쓴다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독립신문 김승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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