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뉴스=서울】 김휘영의 문화칼럼=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연예인 박시후의 성폭행여부를 밝히는 재판 과정에 거짓말 탐지기가 사용되었다. 테스트 결과 박시후의 진술은 대부분 거짓말로 드러났다. 거짓말탐지기 결과는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참고자료로만 이용된다. 재판정에서 ‘백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법의 정신에 비추어 충분히 납득이 된다. 하지만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는 이 사건의 최종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사실이다.
필자는 우리 인간이 만든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로 거짓말탐지기를 꼽는다. 신의 피조물 중에서 인간만이 정교한 언어를 사용하고 그 언어를 이용하여 거짓말까지 할 수 있다. 사교를 위해 사용되는 '악의 없는 거짓말(white lies)'도 있지만 교묘한 거짓말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각종 스트레스와 피해를 당하고 살아가야 한다. 거짓말이 가장 치밀하게 사용되는 범죄가 사기다. 그리고 가장 교묘하고 정교하게 구성된 거짓말은 인간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게 되는 재판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올 듯 싶다. 재판에 임하는 판사들도 소송에 제출된 각종 사안에서 참과 거짓을 밝히는데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지 능히 짐작가능하다.
정(情)이 강조되는 문화의 그늘
한국은 유독 무고와 위증이 많은 국가다. 위증을 엄하게 처벌하는 미국 영국 같은 선진 국가와는 달리 정(情)을 유달리 강조하는 사회이다 보니 가족, 친척, 또는 친구나 동료를 위해 거짓진술을 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나아가 돈을 받고 허위진술을 해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인 까닭에 이런 일을 완전히 없애기는 불가능할 것이지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회 정의와 형평성을 구현해야할 사법기관이 주어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상당한 애로로 작용하고 있다. 이것 또한 정(精)이 강조되는 사회에 드리워진 ‘문화의 그림자(Shadow Culture)’라고 할 수 있다.
서구 유럽 국가들 중에서 유달리 이탈리아가 한국과 비슷한 문화인데 이 또한 이탈리아가 ‘정’을 강조하는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탈리아는 유럽 선진국들 중 유독 부정부패가 만연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피아다. 마피아는 영어로 패밀리(family)고 한국 말로는 가족을 말한다. 법과 원칙보다는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는 그야말로 ‘끈끈한 정(情)’으로 뭉친 조직이라는 뜻이다. 사회 정의나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는 그들이 속한 조직원들의 이익 즉 의리(?)를 중시하고 조직에 대한 배신은 죽음을 각오해야 할 정도다.
십년 전 즈음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를 기치로 마피아를 뿌리 뽑고 ‘깨끗한 이탈리아’를 만들겠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나선 검사가 집 앞 계단을 내려오다 총격에 암살당하는 일까지 발생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탈리아는 여러 유럽 선진국들에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모계사회의 전통이 강하고 페어플레이가 강조되는 스포츠 분야에서도 거의 매년 ‘축구 게임 부정’이 일어나 화제가 되는 국가다. 준법의식이 낮아 관광객들을 노리는 소매치기의 만연은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세계인들에 의한 이탈리아 사회의 신뢰도도 낮은 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경제발전의 근본원인으로 신뢰(trust)를 거론한 적이 있는데 이탈리아는 신뢰도가 낮고 부패지수가 높아 그만큼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에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거짓말 탐지기와 양육비 재판
필자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과거 양육비소송에 적극 활용한다면 참 효용가치가 높으리라고 생각한다. 새해 1월 9일자 필자 칼럼 '매맞는 남편의 이혼판결과 분노조절장애‘에서 소개한 이혼 사례 속 주인공인 그 친구는 최근 양육비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떠 맡기고 가버린 아이(그 당시 생후 6개월에 불과한 갓난애였다고 한다)까지 필자의 친구가 자기 집에 와서 강제로 빼앗아갔다고 억울한 누명을 덮어 씌우는 데다가 필자 친구 스스로 구두로 양육비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고 허위주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상대방의 가족까지 동원하여 거짓진술과 인신모독까지 해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한다. 이런 경우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동원하면 간단하게 그 전말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친구 역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법정에 요청해 두었다고 하는데 법정에서 이런 종류의 신청은 적극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각종 재판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활용되었으면 한다.
글 / 김휘영 문화평론가, 행복문화발전소장
(Note) 한국 문화의 그늘(The Shade of the Korean Culture)는 필자가 집필하고 있는 책 제목이고 <문화의 그늘>, <그림자 문화;Shadow culture> 또한 필자의 책에서 각종 문화현상 분석에 사용될 중요한 용어이니 앞으로 인용시에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휘영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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