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협회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 예비후보자인 박원순 현 시장을 초청해 강연을 열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 전망이다.
PD협회 측은 자체 행사를 MBC 내에서 열 계획이었고, MBC 측은 “선거 출마 후보의 강연은 부적절하다”며 행사를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PD협회가 지방선거 출마가 확실시 되는데다가 선거 관련 언론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박원순 시장을 이 시점에서 초청해 강연을 열고자 한 것은 곧 임기를 마칠 김종국 사장을 향한 노골적 도발로 해석되고 있다.
김 사장이 내달로 임기가 끝나는데다가 최근 법원으로부터 2012년 MBC 노조의 파업이 정당하다는 1심 판결을 받은 것도 PD협회가 사전선거운동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야당 정치인 행사를 MBC 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열겠다고 나선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MBC PD협회(협회장 박건식)는 오는 21일로 예정됐던 ‘PD포럼-한 발 앞서는 세상’의 첫 번째 순서로 박 시장을 강연자로 초청했다.
PD포럼은 “PD 개인의 현실적 한계를 뛰어 넘고 세상을 한 발 앞서서 치열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뜨거운 현안의 중심이거나 PD들이 궁금해 하는 인물들을 초청해 토론하는 자리”로, 박 시장은 ‘Social Designer Meets Program Designer’이라는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었다.
PD협회는 행사를 위해 여의도 MBC본사 10층 대회의실과 지하 1층 구내식당 별실을 신청했고, 회원들에게 포럼 내용과 장소, 일시 등을 공지했다.
그러나 MBC는 대회의실 사용을 불허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대회의실 사용은 이미 2주전부터 예약 승인되어 있었지만 MBC는 17일 오전 8시 30분쯤 PD협회 측에 문자를 보내 불허를 알렸다.
PD협회에 따르면 총무부장은 “PD협회 특강으로 신청한 대회의실 신청이 반려되었습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출마 후보가 회사 내의 시설에서 강의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보냈다.
PD협회 “박원순 토론이 왜 문제냐” 반발, 박한명 “PD협회가 꼼수부려, 새누리당 측 인사초청해도 가만있겠냐”
이에 PD협회는 “회사의 대회의실 사용 불허는 터무니없는 횡포”라고 반발했다. PD협회는 “예비후보자 등록도 시작되지 않은 1월에 1천만 서울시민을 대표하는 현직 서울시장과 토론을 벌이겠다는 것이 왜 ‘적절하지 않은’ 것인지에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었다”면서 “이렇게 자의적인 불허는 또 다른 오해를 불러올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MBC PD협회는 이번 포럼에서 선거와 관련한 내용은 일체 다루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면서 “사정이 이러함에도 회사는 주제와 내용도 물어보지 않고, 갑자기 장소사용 불허를 통지했습니다. 분명히 잘못된 과잉대응이고 무원칙적 대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2주전에 대회의실 사용 때 강연자를 박원순 시장으로 하겠다고 신청했어도 MBC가 허가를 내주었을까 의심스럽다”며 “만일 2주전에 PD협회가 박 시장을 강연자로 초청하겠다고 밝혔는데도 MBC가 사용허가를 내주었다가 지금 취소한 것이라면 무원칙할 뿐 아니라 MBC가 박 시장 사전선거운동을 돕는꼴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대로, PD협회가 2주전에는 대회의실 사용허가만 받았다가 강연자를 최근 확정했다면 그야말로 꼼수를 부린 것”이라며 “예비후보자 등록이 안 돼 있으니 괜찮다는 논리는 눈가리고 아웅일 뿐 그 누구도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MBC가 지금 새누리당 김황식 전 총리나 이혜훈 등 출마설이 나오는 인사를 초청해 행사한다고 했다면 PD협회가 가만있었을까?”라면서 “MBC PD협회가 이런 뻔한 억지를 쓰는 것은 김종국 사장이 노조의 잘못된 구태를 제대로 바로잡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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