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문창극 보도가 과거 MBC의 광우병 선동 보도를 뺨친다는 내용의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실장의 칼럼에 한겨레신문 출신의 손석춘 건국대 교수가 23일 발끈했다.
김 실장이 KBS의 짜깁기 왜곡보도를 비판하는 자신의 칼럼에서 문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 동영상을 내보낸 MBC의 긴급 대담에 출연했던 손 교수를 비판적으로 거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22일 동아일보 인터넷판에 올라온 칼럼에서 김 실장은 MBC가 20일 밤 ‘긴급대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을 방영한 뒤 시청자 게시판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전체 150분 방송 중 40여 분을 교회강연 동영상에 할애한 특이한 프로그램이었다”며 “토론자 손석춘 건국대 교수는 “공영방송에서 저런 동영상을 저렇게 오래 틀어도 되는 거냐”라고 했다가 “KBS에서 짜깁기해서 보여주는 건 괜찮고 MBC에서 전체 다 보여주는 건 안 되냐”라는 홍성걸 국민대 교수의 반격에 금방 머쓱해졌다.”고 적었다.
김 실장은 이어 긴급 대담을 마련한 MBC의 입장을 전한 뒤 “문창극이 총리가 되든 안 되든 사회통합이라는 지상파 방송의 책임은 다해야 했다는 그의 말처럼, 나는 인사청문회까지 가든 안 가든 6월 11일 KBS의 문창극 보도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08년 촛불시위의 불을 댕긴 MBC ‘PD수첩―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안전한가’와 KBS의 문창극 뉴스는 파고들면 들수록 유사점이 드러난다”며 KBS의 문창극 보도는 언론의 기본도 지키지 못한 보도였다면서 “정치적 의도가 보이든 안 보이든, 불공정한 보도로 국기(國紀)를 흔들고 멀쩡한 사람도 친일파 만드는 방송사라면 정상이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이와 함께 박효종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향해 “말로만 단호한 고위공직자들, 신물이 난다. 속히 KBS 뉴스 심의에 나서 취임사 실천을 보여주기 바란다”면서 “‘KBS 사태’는 문창극 한 개인을 넘어 나라의 명운이 달린 문제일 수 있다.”고 촉구했다.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손석춘 교수, 논리로 반박하기보다 “천박하다”며 엉뚱한 소리만
동아일보의 대표적 논객 가운데 한 사람인 김 실장의 이러한 칼럼에 손 교수는 23일 언론노조기관지 미디어오늘을 통해 “‘문창극식 사고’ 지닌 한국 지식인들”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김 실장을 겨냥했다.
손 교수는 먼저 “‘이 땅의 보수는 죽었다’고 15년 전 신문 기명칼럼을 쓸 때부터 주장해왔지만, 그랬던 나조차 이 나라 지식인들의 ‘역사의식’이 이 정도로 천박한가에 새삼 놀라고 있다”면서 “그들은 자신의 깊이 없는 역사의식을 겸손하게 들여다보기보다는 대화 상대에게 ‘좌파’라는 색깔을 칠한다. 참으로 황당한 ‘지식사회 풍경’이다”라고 썼다.
이어 김 실장의 칼럼에서 자신을 언급한 대목을 적고는 “머쓱해졌다? 흔히 토론에 나간 뒤 트위터에 주관적 표현으로 ‘감상문’을 쓰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 그런데 동아일보 논설실장이 그렇게 쓴다”며 “딴은 그 논설실장은 방송 토론에서 언급한 ‘주체사상 아니면 신자유주의’라는 흑백논리에 사무친 언론인 가운데 하나다. 젊은 날 함께 한 신문사에 있었는데 그가 왜 그렇게 변했는지 정말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과연 내가 머쓱했을까? 전혀 아니다. 토론 내내 대화가 어려워 갑갑했지만, 그 순간도 마찬가지”라며 “그렇게 말하는 교수의 말에 어이가 없었고, 발언이 긴 토론 상대자의 발언을 (누구처럼) 중간에 자르며 나서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손 교수가 머쓱했다는 표현은 김 실장이 자신의 주관적 감상문을 적은 것일 뿐 자신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손 교수는 “어이가 없었다” “중간에 말 자르며 나서고 싶지 않았다”의 설명만 덧붙였을 뿐, 홍성걸 교수의 ‘KBS 짜깁기 보도는 그럼 괜찮으냐’는 반박에 왜 자신이 어이가 없었는지 구체적인 논리적 반론은 하지 않았다.
게다가 손 교수는 이와 무관하게 “이 나라 지식인들의 ‘역사의식’이 이 정도로 천박한가에 새삼 놀라고 있다” “(김순덕 논설실장은) 흑백논리에 사무친 언론인 가운데 하나” 등의 논점일탈의 오류와 인신공격형 오류까지 드러내고 말았다. 이러한 대목은 ‘KBS 짜깁기 보도는 그럼 괜찮으냐’는 홍 교수의 반박에 딱히 반박할 수 없었던 논리적 궁색함이 그 이유일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공영방송에서 저런 동영상을 저렇게 오래 틀어도 되는 거냐”는 손 교수의 발언은 인터넷에서 네티즌과 오피니언리더들에게 논란과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유명 커뮤니티에서도 손 교수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중앙일보 이철호 수석논설 위원도 오늘자 자신의 칼럼에서 “지난 주말 MBC가 ‘문창극 총리 후보 긴급 대담’을 내보냈다. 그의 교회 강연 풀 동영상을 내보내 6.6%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앞 뒤 문맥을 잘라 친일로 몰고간 KBS와 비교된다”면서 ““잘 보았다”는 칭찬 글이 MBC 게시판에 넘치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진실에 목마르다는 반증이다. 이날 긴급 대담의 압권은 동영상이 끝난 뒤 한 진보 패널의 반응이다. “공영방송 MBC가 저런 동영상을 저렇게 오래 틀어도 좋은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의미심장하게 꼬집었다.
자유언론인협회 김승근 미디어위원장은 “무엇이 진실이고 사실인지 정확히 가리기 위해서는 동영상 전체를 보고 확인하는 게 필수이고 공영방송이라면 더욱 그래야 하는데도, 다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식의 손석춘 교수의 발언은 그만큼 충격적”이라며 “사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는 김순덕 칼럼과 논리적 반박이 빠지고 혼자만의 개탄과 반감을 담은 손석춘 칼럼은 그런 측면에서 너무나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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