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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효과가 있다는 느낌'을 섣불리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

플라시보 효과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과학적 연구결과

대체의학이나 사이비의학 치료를 받은 사람들 중에는 “내가 치료를 받고 확실히 좋아졌기 때문에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이런 인식과는 달리 의학 연구에서 치료법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에는 환자의 진술은 믿을만한 근거로 여겨지지 않는다. 실제로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치료법도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는 생각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약효과(placebo effect) 때문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가장 권위 있는 의학저널 중 하나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천식 치료에 관한 연구가 가장 단적인 예를 보여준다. (Active Albuterol or Placebo, Sham Acupuncture, or No Intervention in Asthma)

미국과 영국의 의사, 과학자, 심리학자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천식 환자들에게 천식 치료제인 알부테롤(albuterol) 흡입, 가짜 약물 흡입, 가짜 침술, 그리고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은 경우로 나눠서 각각 1초 동안 힘주어 내뱉은 공기의 양(1초 강제호기량, FEV1)을 측정하고 스스로가 얼마만큼 좋아졌다고 느끼는지를 물었다. 환자 개인 간의 차이가 결과를 왜곡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각각의 환자들에게 네 가지 경우를 모두 번갈아가며 평가했다.
 



환자가 느끼는 치료효과는 완전한 회복을 100%로 했을 때 알부테롤이 50%, 가짜 약이 45%, 가짜 침술이 46%,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았을 때 21% 차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치료인 알부테롤과 위약효과인 가짜 약, 가짜 침술이 별 차이가 없었고, 무언가 치료를 받았다는 경험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객관적인 측정법인 1초 강제호기량에서는 달랐다. 알부테롤을 흡입한 환자들은 20.1% 향상됐지만 가짜 약 7.5%, 가짜 침술 7.4%,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았을 때 7.1%가 향상됐다. 즉 실제로는 진짜 치료제인 알부테롤을 제외하고는 위약 효과가 실제 치료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환자의 심리와는 달리 신체는 실제 효과가 있는 약에만 영향을 받았다.

이 연구가 주는 교훈은 환자 스스로 평가한 치료효과는 위약 효과로 인해서 실제로 아무런 효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치료제만큼이나 효과가 있다고 잘못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몸이 치료 효과를 봤다고 느껴도 실제로는 몸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내가 치료를 받고 확실히 좋아졌기 때문에 효과가 분명히 있다”라는 주장은 객관적인 평가 방법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가치가 없다. 자신의 질병을 치료받을 때에도 단순히 심리적인 불편감이 문제가 아닌 이상, '차도가 있다는 느낌'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검증된 치료법을 선택하는 편이 현명하다.

어떤 치료법의 효과를 주장하는 연구들에 대해서도 그것이 논문으로 출판되었다 하더라도 어떤 평가방법을 사용했는지를 따질 필요가 있다. (대체의학 연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치료효과를 평가하는데 객관적인 평가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환자 스스로의 심리적 평가에 의존한 연구는 신뢰하기 어렵다.


참고문헌

Wechsler, ME, Kelley, JM, Boyd, IO, et al. Active albuterol or placebo, sham acupuncture, or no intervention in asthma. N Engl J Med 2011;365:119-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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