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KBS 이사회를 통과한 조직개편안에 야당 추천 이사들이 반발한 가운데 김서중 이사(성공회대 교수)는 “조직개편안 취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논의와 설득 작업이 부족하고 문제제기에 대한 경영진의 답변이 없었다”고 7일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앞서 야당 측 이사들은 4일 이사회에서 조직개편안에 반발, 퇴장한 후 성명을 통해 “4월 20일 이사회에 상정된 조직개편 초안을 보고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영방송 KBS의 미래를 좌우할 조직개편안이 공영성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고 오직 효율성이나 수익성만을 강조하였기 때문”이라며 “이번 조직개편안은 모든 권한을 방송본부와 미래사업본부에 집중시켜 또 다른 비효율적 칸막이를 만드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나마 남아 있던 제작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거의 사라지고 더 강력한 통제 시스템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이사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혁신추진단에서 조직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돌아가며 의견을 들었다는 데 대해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을 받아 전체그림을 그렸다면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구성원들이 아는 상황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또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설사 경영진의 말 그대로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을 만큼 들었다고 하는 점에 동의할지라도 그 이후 과정에서 구성원들과 최대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사회에서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우리에 보고된 내용은 ‘조직 이기주의다’ ‘자신들이 공영성을 담보한다는 오만한 생각을 갖고 있다’ 식의 답변이라 구성원들과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성명을 통해 이번 개편안을 비판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이사는 또한 새로운 조직개편이 공영성을 후퇴시킨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도 설명했다.
그는 “경영진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이 공영방송 답자면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조직개편을 한다고 말했고 그 취지 자체는 공감한다고 몇 번에 걸쳐 밝혔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데 하나는 (개편안이) 정말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까,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또 KBS가 돈을 더 벌겠다는 것이 결국 공영방송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면 좀 더 진실하고 내용이 있는, 그래서 공영방송에 기대하는 프로그램이 제대로 존재하거나 더 많아지거나 해야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고대영 사장은 시청자가 많이 선택하는 것이 공영적이라는 답변을 했지만, 시청률이 높다고 공영적 요소를 갖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회에서 필요한 장르의 프로그램이 유지되는 게 필요하고, 이런 부분이 공영성의 중요한 한 요소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조직개편안 발목잡기? 완벽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제기하는 것 당연해”
김 이사는 KBS 측이 조직개편안은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KBS가 공영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수익성을 올려 재원을 마련해 공영적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해야 하는 위기상황임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KBS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선 혹시 모를 통제시스템 우려를 좀 더 다져야 하고, 취지 자체는 좋지만 혹시라도 그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 보완할 수 있는 견제시스템을 같이 만들어가자는 제안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PD 등 제작진의 자율성 보장이 공영성 강화라는 뜻이냐고 질문하자 “그런다고 공영성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창의성과 자율성이란 한 사람이 결정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상호 견제하는 시스템이 훨씬 더 공익적 사고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일반적 이야기”라며 “물론 창의성과 자율성이 있어도 반공영적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위험성은 있다. 사장이 조직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고민하고 가는 것이 맞다”고 했다.
김 이사는 조직의 자율성과 창의성 보장을 강조하다보면 편향적인 특정 노조의 방향으로 방송이 치우칠 우려가 있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오히려 그 부분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만이 아니라 내부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이견이 생겨 충돌하면 어느 지점이 더 나은가를 논의하는 합의 과정을 거쳐 결론이 나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라며 “현재 데스크나 간부 이런 분들의 의견이 아닌 현장의 자율적인 목소리가 문제가 될 정도로 나오고 있지 않다. 그리고 오히려 그 부분이 부족해서 KBS가 공영적 프로그램을 더 못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밖의 비판은 훨씬 더 크다. 그런데 조직개편은 그걸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고 했다.
김 이사는 야당 추천 이사들이 끊임없는 문제제기로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적 시각에는 “상대 쪽에서 볼 때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말에 가타부타 이야기 하지 않겠다”면서 “하지만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해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논의과정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의 기간 등이) 이 정도면 됐다라는 건 누가 결정하느냐 하는 문제다. 무한정으로 갈 순 없다는 것은 맞다. 아주 소소한 것을 갖고 이야기하는데 시간을 보낸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맞는다고 본다. 내가 다수이사라고 해도 그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까지 제가 이야기한 것이 과연 소소한 문제고 시간을 허비하는 문제일까 생각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혁신추진단이 3~4개월 활동했다. 그 자체로 보면 충분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시간을 들여서 활동한 것은 다 이해한다.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실시하는 것, 하루라도 빠른 것이 좋다는데 동의한다”면서도 “전체 그림이 공개된 이후 내부 구성원 의견 수렴하고 설득과정이 있어야 조직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지 않아도 다수가 ‘여기서 더 나가면 이기주의로 보일 수 있겠네’ 하는 분위기 정도는 만들어야 조직개편안이 성공할 수 있는데 처음 공개된 이후 결정까지 2주 정도 결렸다”며 논의 시간이 짧았다고 강조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