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이 상급단체로부터 이상한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당구연맹이 비리혐의자들은 제대로 징계하지 않으면서 공금으로 급여까지 지급하는 초법적인 행태를 벌이고 있음에도, 관리단체 지정을 면하고 있는 점이 수상하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는 올해 2월 당구연맹의 임직원들이 6억여원의 협회 공금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하고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연맹에도 관련자들에 대한 중징계를 지시했다.
당구연맹은 그러나 문체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문제 임직원들을 사실상 경징계하는 데 그쳤다. 이에 문체부는 당구연맹을 비리단체로 지정하고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직원 급여와 운영비 지원, 경기력향상 지원비 등 모든 지원금을 삭감했다. 이렇게 삭감된 지원금은 모두 3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당구연맹이 올 2분기 이후 받은 지원금은 27만원에 불과하다.
당구연맹은 내년 지원금도 모두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8월 1일 회장선거에서 당선된 신임 남삼현 회장이 또다시 비리혐의자들에 대해서 징계양형기준을 고려하지 않고 축소 징계했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회장선거 한달만인 9월에 특정감사까지 실시해가며 비리혐의자들에 대한 중징계를 촉구했었다. 문체부는 당구연맹이 비리혐의자들의 징계를 축소하고 협회에 계속 남아있게 하면 비리단체가 해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비리단체 지정이 해제되지 않으면 당구연맹은 내년에도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당구연맹이 문체부로부터 받는 연간 지원금은 국고와 기금을 포함해 약 4억여원에 이른다. 내년에도 당구연맹 지원금이 전액 삭감될 경우 선수들이 받는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당구연맹이 비리 혐의자들의 급여를 협회 공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구연맹이 비리단체에 지정된 올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중징계 대상자인 K사무국장은 연맹 자체수입에서 무려 6500만원 가량을 급여로 받아갔다. N사무과장 역시 4000여만원을 급여로 가져갔다. 두 사람이 올해 문체부로부터 급여를 받은 내역은 1분기에 받은 1600여만원이 전부다. 결국 선수들에게 돌아가야할 경향비나 중계권료 등 협회 공금이 다시 비리 혐의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선수들은 집행부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는 “신임 남삼현 회장의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비리 혐의자들이 태연히 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회장을 포함한 집행부 임원들과 비리 혐의자들이 함께 돌아다니는 비정상적인 일어나고 있다”면서 “연맹 집행부가 비리자들과 결탁하게 되면 당구계 비리는 끊이지 않을 것이고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선수들과 학생들”이라고 지적했다.
체육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문체부의 솜방망이 처분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체부에서 3분기 이상 수억원의 지원을 삭감하는 것 이외에 다른 강력한 조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비리자들이 계속해서 협회에 남아있게 되는 것”이라고 당구연맹 사태를 해석했다.
그러면서 “당구연맹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다른 종목처럼 관리단체로 만들어야 한다”며 “종목 단체의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문체부 체육정책과와 대한체육회가 왜 당구 종목만 봐주는 것인지 이해하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대한체육회는 회원 종목단체가 정상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 해당 단체를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다.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해당 단체의 임원은 자동으로 해임되고 단체의 모든 권리와 권한이 정지된다.
일각에서는 현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과 대전당구연맹의 L회장이 오랜 친구 사이이기 때문에 당구 종목만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문체부가 경찰에 당구연맹 비리 혐의자들을 고발하면서 K사무국장과 N사무과장을 빠뜨린 점도 당구연맹 사태 장기화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당시 문체부는 이들을 단순한 ‘심부름꾼’으로 판단해 고발하지 않았다.
경찰의 수사 장기화도 내홍을 깊게 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당구계 관계자들은 당구연맹 사태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무려 8개월간 수사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성토했다. 그로인해 당구연맹 내부가 더욱 곪고 있는데다 선수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스포츠비리신고센터는 당구연맹 산하 한 시도연맹 회장의 억대 공금 횡령을 적발하기도 했다.
총체적인 비리가 드러났음에도 정작 비리 혐의자들에 대한 응당한 징계와 사법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당구 종목이 체육계에서 영구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