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입으로 활약하며 대기업을 잡아들이다가 특검 후에는 대기업의 변호인으로 변신한 이규철 전 특검보가 몰염치한 ‘이해관계상충 법조 이력’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전 특검보는 판사를 그만 둔 뒤 여러차례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상충’ 문제를 두 번이나 무시해 논란을 자초했다. 사적 관계가 있는 사람을 소송관계자에서 배제하는 것은 법의 기본 원칙에 속한다.
그가 야당 의원의 변호인으로 정치적 중립이 우선되는 특검에 합류했던 것, 대기업을 집중 수사한 특검보로 활약한 뒤 대기업의 변호인으로 합류했던 것에 대해, 법조계를 중심으로 이해관계상충 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복 청부업자
이 전 특검보는 ‘최순실 국정농단사건 특별수사팀’의 특별검사보(대변인)로 임명되기 전까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변호인이었다.
다시 말해, 이 전 특검보는 박영수 특검팀에 합류하기 직전까지 ‘정윤회 관련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피의자로 재판을 진행 중이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담 변호사였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문건유출 파문을 일으키고 그 공로로 국외의원에까지 당선된 야당 정치인의 전담 변호인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수사할 의무가 있는 특검보로 나섰던 셈이다.
당시 언론은 그의 조응천 전담 변호인 이력을 철저히 은폐했다. 이에 본지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조응천 의원 관련 사건기록을 열람해본 결과, 이규철 전 특검보가 1심부터 2016년 말 상고심까지 무려 2년 간이나 조응천 의원의 변호인을 맡아왔음이 드러났던 바 있다. (관련기사 :
[단독][특검의실체<6>] 이규철 특검보, 야권 조응천의 보복 청부업자였나)
이규철 특검보와 조응천 의원이 밀접한 관계라는 점이 증명됐던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본지는 이 특검보가 야권 국회의원의 법적 대리인 출신으로서, 박영수 특검팀에서 사실상 정치보복 청부업자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다만, 박근혜 정부 탄핵을 지상과제로 여긴 주류 언론들은 침묵했다.
특검 기간에는 황당한 언론플레이로 ‘말더듬이 영상’ 화제
이규철 전 특검보는 특검 기간 내내 여론전을 주도하며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특히 1월 11일에는 장시호 씨가 제출했다는 제3의 태블릿PC의 실물을 전원도 켜지 않는 채 공개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는 이날 태블릿PC의 모델명을 삼성 갤럭시 탭 S2 9.7 ‘SM-T815’라고 밝히며, 최순실 씨가 이 기기를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SM-T815’ 모델은 2015년 8월 3일 출시됐음이 확인됐다. 특히 특검이 실물을 공개한 골드 모델은 이보다 늦은 8월 10일에 출시됐다. ‘출시’는 ‘공장에서 제품을 출하한 시점’이기에 일반 소비자는 최소 수일~수주가 더 소요되야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당황한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출시 이전의 모델을 직점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TV조선 등을 통해 퍼뜨렸다. 그러나 이마저도 삼성전자 측이 태블릿에 부착된 흰색 스티커는 시중판매용을 뜻한다고 밝히면서 간단히 반박당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 전 특검보는 장시호 태블릿PC의 개통자가 누구냐고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말을 더듬으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 유투브와 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결정적인 증거라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언론에 공개한 태블릿PC의 개통자가 누구냐는 기초적인 질문에조차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는 장면은 특검의 주먹구구식 공포 수사를 상징하는 듯 했다.
특검은 해체될 때까지 출시일 관련해 아무런 해명도 하지 못했다. 다만, 특검은 마지막 활동 결과를 보고하면서, 해당 태블릿PC는 최순실씨가 자신의 빌딩 청소직원의 명의로 직접 대리점을 찾아 개통한 것이라는 익명의 주장만을 남겼을 뿐이다.
특검 끝나자마자 대기업의 법률대리인으로 ‘변신’
이 전 특검보는 특검 기간이 끝나자 특검보를 사임하고 놀라운 변신을 선보였다. 앞서, 박영수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삼성과, SK, 롯데 등 대기업 총수를 줄줄이 구속했다. 이러한 특검의 입으로 활약했던 이 전 특검보가 다시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롯데홀딩스 신동주 부회장의 법률대리인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며 특검을 전폭 지지했던 언론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언론은 ‘신동주의 입이 된 이규철 특검보(한국일보)’, ‘박찬종, ‘신동주 변호인’ 이규철에 “사임하시라”(서울신문)’, ‘ 신동주 변호인으로 간 `특검의 입`(매일경제)’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른바 ‘이해관계상충’의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이 전 특검보의 대기업 변호인 사퇴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조응천 전담변호인 출신으로 박근혜정부를 수사하는 특검에 합류했을 때는 잠잠하던 언론이 이제야 이해관계 상충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결국, 이 전 특검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지난 7일 신동주 부회장 변호를 포기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에 변호인 사임계인 '담당변호사 지정 취소서'를 제출했다. 언론에는 “사건을 맡는데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도덕성 등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특검에 누를 끼칠 수 없어 홍 변호사와 함께 사임했다”고 사임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에선 이 전 특검보를 향한 네티즌들의 비난과 조롱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시사만화 ‘장도리’는 “시대는 바뀌어도 돈은 영원하다”는 말로 이 전 특검보를 비판했다. 디시인사이드에선 익명의 네티즌이 “기회주의 끝판왕ㅋㅋ”, “삼성 패고 롯데에 붙었네 ㅋㅋㅋㅋ”라는 댓글이 달렸다. 대표적인 친노좌파 커뮤니티인 오늘의유머에서 조차 “어이가 없네 ㅋㅋ 이거 위법아닌가요 자기가 검사측으로 관련 있던 사건을 반대편으로 맡아? 내부 정보 다 알텐데?”라며 이 전 특검보의 부적절한 행보를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