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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산케이, “北의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테러 포기 핵심은 납치 해결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제부터 무슨 김정은 정권 하나 수준이 아니라 아예 북한이라는 한 나라의 국가 주권을 완전하고 불가역적으로 무시할 것

그동안 북한은 미국인, 일본인 납북자를 국제 테러 공작요원 교육에 활용해왔다. 이에 일본에서는 납북자 문제 해결이야말로 비단 인권 문제 해결일 뿐만이 아니라 미·일의 중대한 안보 문제 해결이기도 하다는 점을 역설하여 이를 미·일 군사동맹 강화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30일, 일본의 반공우파 매체 산케이(産経)는 ‘남북의 ‘미소’를 ‘역사적’이라고 부르지 말라(南北の「笑み」を「歴史的」と呼ぶな 福井県立大学教授・島田洋一) 제하 후쿠이켄리츠(福井県立) 대학 시마다 요이치(島田洋一) 교수의 칼럼을 통해 바로 이와 같은 주제를 다뤘다. 이 칼럼은 미국과 일본이 고민하고 있는 북한의 그 모든 부조리 문제 해결에 있어서 사실은 가장 중요한 논점을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칼럼이다.



이른바 리비아 모델이란 정확하게 어떤 것인가

칼럼 서두에서 시마다 교수는 “4월 27일의 남북 정상회담을 ‘역사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일 것이다”라면서 “트럼프 정권은 대통령 이하 ‘과거 25년간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그 기점이 된 것이 1991년 12월 31일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다”라고 지적했다.

기억해보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나, 우라늄 농축 금지 등의 구체적 내용이 있었다. 지금의 북핵 위기가 북한이 바로 이를 위반했기에 초래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문점 선언’에는 어처구니가 없게도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추상적 내용 외에는 아무런 구체적 내용이 없다. 25년 전보다도 더 내용이 후퇴한 것이다.

이런 점을 분명히 지적하면서 시마다 교수는 “시계 바늘을 25년 이상 되돌려 무의미하게 내용을 희석시킨 것이 이번 남북합의였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만면에 활짝 웃음을 띤 얼굴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을 포옹하고 술잔을 주고받는 동안에도 북한의 핵, 화학, 생물병기의 증산과 수용소에서의 처참한 학대는 계속되고 있다”며 “응시해야할 현실은 당연히 그쪽이다”라고 강조했다.

시마다 교수는 “향후 열쇠가 되는 것은 미국의 대응일 것이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의 실례가 리비아 모델이다”라며, 리비아 합의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설명했다.

리비아 합의는 실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보여준 무력행사 의지의 부수 효과다. 시마다 교수는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 개시와 동시에 리비아는 미국과 영국에 대량파괴병기를 포기하겠다는 의향을 전달했다”며 군사적 압력과 제재의 효과였다. 그 해 12월에는 합의가 성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비아 방식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미,영 대외정보기관(미중앙정보국=CIA, 영국비밀정보부=MI6)이 교섭 및 폐기의 제1단계를 맡았다. 즉 교섭을 계속하는 것을 자기목적화하기 쉬운 미국 국무부나 움직임이 느린 국제기관은 관여하지 않았다.

(2) 합의 한 달 후(2004년 1월)에는 미군기와 함선에 의한 폐기대상 물자의 해외반출이 시작했으며 3월에는 거의 완료했다. 합의에서 실시까지의 속도가 빠르다.

(3) 핵뿐만 아니라 화학병기와 중거리미사일도 폐기대상이 되었다.

(4) 의혹시설의 사찰요구에 리비아가 즉시 전면적으로 응했다.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폐기 여부는 물리적 증명이 곤란하며 사찰에 대한 ‘솔직함’으로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리비아는 ‘합격’을 받았다.

(5) 테러 청산도 동시에 진행되었다. 구체적으로는 1988년의 팬 아메리칸 항공기의 폭파사건 (사망자 270명, 그 중 미국인 190명, 영국인 43명)의 희생자 유족에 대하여 리비아가 27억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했다.

(6) 리비아에 대한 ‘대가’는 핵 미사일 폐기 완료 후에 제공되었다. 즉 금융제재와 항공기 왕래금지의 해제는 2004년 9월에 이루어졌으며,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는 2006년 6월에 실시했다. 한국의 정부고관이 “리비아의 경우도 단계마다 미국의 보상이 있었다”고 북한을 원호하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사실에 반한다.


인권 문제일 뿐만이 아니라 안보 문제이기도 한 납북피해자 문제


시마다 교수는 “북한 측은 미북정상회담을 가능한 한 애매하게 끝내고 ‘실무자협의’ 단계로 넘겨 반걸음마다 양보를 거머쥐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라고 예측하며, “북한 측의 이런 입장을 용납하지 않고 제재의 실효성 확보와 ‘결렬되면 군사옵션’이란 자세를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비아 방식의 추구는 미국 이상으로 일본에게 의미가 크다”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 뿐만이 아니라) 우선 중거리 미사일의 폐기가 합의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또한 테러 청산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납치문제의 해결이 이에 해당된다”고 말하며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시마다 교수는 납북피해자 문제는 인권 문제일 뿐만이 아니라 안보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북한에 의한 외국인 납치는 신분 도용이나 교육담당자 확보 등 국제적 테러, 파괴 공작의 일환이다. 단순한 유괴가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다른 사람으로 행세한 공작원의 최대 타겟이 미군기지다. 일본이 특별히 미국에게 공동대처를 호소해야할 근거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납북자 문제를 쉬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은, 납북자가 북한의 해외 공작원 교육을 담당했기 때문이며 납북자가 그 공작원의 신원을 알기 때문이다. 북한에게 있어 납북자를 고국에 돌려보낸다는 것은 자동적으로 북한의 해외 공작원 전원 철수를 의미하게 된다. 

이에 시마다 교수는 “북한이 공작원을 모두 철수시키면 그들의 얼굴을 아는 납치피해자를 전원 해방할 수 있다”며 “납치피해자를 해방하지 않는 것은 공작원을 계속 잠입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테러 포기’의 핵심은 바로 납치 해결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이스라엘처럼, 미국의 북한 문제 해결에 일본이 역할할 수 있어

이 지점에서 대표적인 납북피해자 국가로서의 명분을 가진 일본의 역할론이 나올 수 있다. 납북피해자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일본이 미국의 북핵위협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그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시마다 교수는 리비아의 경우에도 영국과 이스라엘이 미국을 뒷받침하면서 큰 역할을 했다면서 먼저 영국과 이스라엘의 대외정보기관이 미국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를  설명했다.

먼저 이스라엘의 경우는, 모사드 요원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잠입으로 중요 서류를 촬영해냄으로써 파키스탄 핵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에 의한 핵 확산 시도를 봉쇄하는데 있어 커다란 기여를 했다. 영국의 경우는, 팬 아메리칸항공기 폭파사건에서는 MI6가 미국 CIA와 공조해 리비아를 추궁했다.

대외공작기관의 역할 뿐만이 아니라 시마다 교수는 특히 영국의 경우 사실상 미국의 전쟁인 이라크 전쟁에 개전 시에만 45,000명의 병력을 파병한 것도 눈여겨 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리비아에 대해서도 미국과 함께, 경우에 따라서는 단독으로도 공격할지도 모르는 ‘무서움’을 가진 존재였다”고 설명했다.

시마다 교수는 일본의 한계도 겸허히 인정했다. 그는 “대외정보기관이 없고 여전히 전수방위(무력침공 권한이 없음)를 지향하는 일본은 미국에게도, 북한에게도 아쉽지만 리비아 모델의 영국만큼의 무게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핸디캡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으나 납치피해자 구출을 위해 정부는 주어진 조건 하에서 전력을 다해야한다”고 강조하며 칼럼을 마무리했다.

사실상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이제 일본에도 대외정보기관 설치와 전수방위 폐지가 필요함을 암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 미국과 일본에 의해 북한의 주권은 완전하고 불가역적으로 무시될 것

사실, 시마다 요이치 교수의 칼럼 내용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리비아 모델을 설명하면서 했던 말인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폐기 여부는 물리적 증명이 곤란하다”는 부분이다.

어떤 면에서는 북한이 일단 사찰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리비아 방식이니, 이란 방식이니 하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논점일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지금 미국과 일본이 북한에 대해서 어마어마한 불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불신감 앞에서는 그 어떤 증명도 무의미하다. 가령, 북한이 함경북도 일체를 미국과 일본에 다 꺼내 보여준다면 미국과 일본이 그때부터는 북한을 믿을까?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불신감 때문에 미국과 일본은 당연히 황해도도 다 꺼내 보이라고 요구할 것이고 당연히 주석궁까지도 다 꺼내 보이라고 할 것이다. 가까이는 25년을, 길게는 68년을 북한으로부터 사기를 당해온 입장에서 그런 요구가 안 나온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일본의 납북피해자는 공식적으로 17명이지, 비공식적으로는 수백 명이다. 납북피해자 문제에 대한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란 것도 당연 곳곳에 정치범 수용소가 산재한 북한의 전 국토를 일본에게 꺼내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모 문제가 일단 그렇다는 것이고 기간 문제도 간단치 않다.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 문제로, 한국 국토 내에서는 확실한 공권력을 가진 한국 경찰들이 전국민적인 지원에도 5명 소년들의 시신 확보에만 11년을 걸렸음을 생각해보라. 납북피해자 문제로 일본이 성이 차려면 북한 전역을 향후 100년은 뒤져야 하지 않겠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비핵화 문제는 반드시 완전하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 맥락에서 미국은 이제부터 무슨 김정은 정권 하나 수준이 아니라 아예 북한이라는 한 나라의 국가 주권을 완전하고 불가역적으로 무시하게 될 수 밖에 없다.(관련기사 : “명분 축적이 끝난 미국,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북한에 던질 것”)

일본은 이번에 분명 미국의 그런 작업에 있어 또 하나의 가공할만한 명분을 보탰다. 북한이 지금까지 저지른 끔찍한 짓들을 떠올려보면, 확실히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말이 진리기는 진리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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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에서 시마다 요이치 교수 칼럼 내용 번역은 박아름 씨의 도움을 받아서 이뤄진 것입니다.


[편집자주] 그동안 한국의 좌우파 언론들은 중국과 북한의 갓끈전술 또는 이간계에 넘어가 늘상 일본의 반공우파를 극우세력으로, 혐한세력으로만 매도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반공우파는 결코 극우나 혐한으로 간단하게 치부될 수 없는 뛰어난 지성적 정치집단으로, 현재 문재인 정권을 배출하며 중국과 북한에 경도된 한국이 경계하거나 대비해야할 것들에 대해서 국외자와 제 3자의 시각(또는 devil's advocate의 입장)에서 한국의 그 어떤 언론보다도 도움이 되는 얘기를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미국에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일본에도 아사히와 마이니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디어워치는 한국 외신 시장에서 검열되어온 미국의 자유보수 세력의 목소리는 물론, 일본의 자유보수 세력의 목소리도 가감없이 소개해 독자들의 국제감각과 균형감각을 키워드릴 예정입니다. 한편, 웹브라우저 구글 크롬은 일본어의 경우 사실상 90% 이상 효율 수준의 번역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의 고급시사지라도 웹상에서는 한국 독자들이 요지를 파악하는데 전혀 장애가 없는 번역 수준입니다. 미디어워치는 한국 독자들이 일본쪽 외신을 접하는데 있어서, 편향되고 무능한 한국 언론의 필터링 없이 일본 언론의 정치적 다양성(특히 자유보수 세력의 목소리)과 뛰어난 정보력(특히 중국과 북한, 동아시아 문제와 관련)을 가급적 직접 경험해볼 것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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