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프로포폴 투약 및 성관계 의혹, 삼성-검찰 유착 의혹
시민언론 뉴탐사가 입수한 장시호씨의 녹취 파일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및 성관계 의혹이 불거졌다. 장시호씨는 지난 2020년 10월,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2팀장이었던 김영철 검사에게 이재용 부회장이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하고 병원에서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제보를 했다. 당시 해당 병원장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이었고, 장시호씨 본인도 연루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이 같은 제보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성형외과 병원 문닫고 프로포폴 투약하고 성관계까지
장시호씨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자주 가는 성형외과에서 병원 문을 닫은 뒤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이 과정에서 동석한 여성과 함께 성관계를 가지기도 했다. 병원 CCTV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가발과 콧수염 등 삐에로 차림으로 변장한 모습이 찍혀있었고, 압수수색 당시 혈액이 묻은 주사기도 발견됐다고 한다. 이 같은 정황은 신모 원장에 대한 수사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건 너만 알고 있어. 간호들도 모르는건데 여자애 하나가 빠OO를 쳤어. 신OO이랑. 근데 그 여자애가 주사를 안놔주니까 몸을 준거야. 일단 거기서 성매매가 됐어. 두번째, 그 여자애가 이재용 JY를 데리고 왔어. 그래서 JY를 또 놔준거야. 근데 그 시간이 낮이 아니야. 병원 묻 닫고야. 그래서 거기서 셋이 또 O를 친거야. 그래서 JY랑 나랑 엮인다는게 이건 거야. 같은 병원에 있었기 때문에.
- 장시호 통화 녹취(2020.10.20) - 이재용 프로포폴과 성관계
이게 그년들을 잡으려고 CCTV를 돌렸는데 JY가 나온거야. 딱. 나랑. 근데 나는 진료기록이 다 있는데 JY는 진료기록이 없잖아. 그래서 얘네들이 수사 범위를 넓힌 거야. JY로.
- 장시호 통화 녹취(2020.10.20) - CCTV에 이재용 나왔다
김영철 검사, 장시호 통해 이재용 약점 잡고 거래 시도 정황
녹취 파일에 따르면, 김영철 검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을 앞둔 2020년 10월 장시호씨에게 연락해 이재용 부회장의 약점이 될 만한 정보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검찰로서는 이를 지렛대 삼아 이재용 부회장을 압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녹취록에는 김영철 검사가 장시호씨의 횡령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이재용 부회장의 마약 투약 정보를 요구하는 대화 내용도 담겨있다.
형사는 내가 김스타(김영철 검사)한테 기소취하해달라고 부탁했고... 대신 이재용에 대해서 얘기해주면 나 자기도 기소 유예 해준대
- 장시호 통화 녹취(2020.10.18) - 김영철 검사 기소유예 약속
이 삼성물산 합병 재판은 JY가 프로포폴 터져주면 김스타 입장에선 너무 땡큐야. 스크래치 낼 수 있는 진짜 유일한 이 재판을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다닌다는 거를 낼 수 있는... (중략) 이게 누구한테 유리하게, 검찰한테 유리하게 가. 나는 살아나올 수 있고. (중략) 문제는 JY가 가발을 쓰고, 가면을 쓰고 콧수염을 붙이고 와서 뗐는데 이 병신들이 병원 안에 CCTV를 안 뗀거야. 그래서 병원에서 뭘 하고 돌아다니는지 다 나오는 거야. 근데 당연히 방안에는 CCTV가 없어서 뭘 했는지 몰라. 근데 재수없게 다음 날 압수수색이 들어왔는데 하필이면 주사기를 걷어갔는데 이재용이 그 전 날 온거지. 주사기에서 피가 나오면 당연히 빼도 박도 못하는데 (중략) 이거를 지금 용인경찰서에서 갖고 있어서 검찰에 올라오면 이걸 지금 같이 자기네가 합치려고 그러는 거야. 지금 JY가 약하고 돌아다닌다 그러면 이 재판에서 유리할 수 있는 거는 검찰이야, 당연히.
- 장시호 통화 녹취(2020.10.20) - 이재용 프로포폴 사건이 검찰에 도움
[장시호] 이제 JY는 꽃이라 부르자. 꽃. 플라워, 플라워, 플라워. 플라워를 이제 잡으려면 나를 잡아 족쳐야겠지. 그럼 내 입에서 나오겠지. 당연히 김스타는 나를 꼬시겠지. 병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가 알고 있을거라고 알기 때문에. (중략) (병원장 신OO은) 간호사들한테 '검찰 불려가도 JY얘기는 절대 하지 말아라. 목구멍에 칼이 들어와도 꽃, 플라워 얘기는 하지 말아라. 니네한테 좋을거 하나도 없다.' [지인] 그 얘기를 네가 하려고 하는구나. [장시호] 응. (중략) [장시호] 날 부르면 누가 오겠니. 김스타 오겠지. 말 안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고. (중략) 하필이면 그 다음날 압수수색 영장이 나왔고 JY가 6번 인가 왔었대. (중략) 그래서 이거 수사를 하면 나도 아마 검찰에서 다시 압수수색을 했고 CCTV를 돌려보면 내가 나올 거야.
- 장시호 통화 녹취(2020.10.20) - 이재용 잡기 위해 장시호 압박
검찰, 뇌물 사건 먼저 처리하고 마약 수사는 늑장
그러나 검찰은 장시호씨로부터 이재용 부회장의 마약 투약 정보를 입수하고도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먼저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사건 재판을 마무리 지은 뒤에야 경찰이 프로포폴 투약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애초 약식기소 방침이었던 프로포폴 사건은 장시호씨가 언급한 두 번째 병원 사건이 추가로 병합되면서 정식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재판은 이재용 부회장이 광복절 가석방으로 석방된 이후에야 열렸고, 결국 7000만 원의 벌금형으로 마무리됐다.
삼성-검찰 유착 의혹... 뇌물과 마약 거래했나
만약 프로포폴 투약 및 성 접대 의혹이 뇌물 사건 재판 이전에 수사됐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의도적으로 마약 사건 수사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즉, 뇌물 사건에서 삼성이 어느 정도 혐의를 인정하는 대가로 마약 사건 수사를 미뤄준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 사건에서 핵심 혐의를 시인한 바 있다.
김영철 검사 공개한 장시호 사과문은 알리바이 짜맞추기 가능성 높아
김영철 검사는 최근 장시호씨와의 친분을 부인하며 그가 2023년 11월 보낸 사과 문자를 공개했다. 이 문자는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마치 김 검사의 결백을 방증하는 듯했다. 하지만 장시호 녹취록을 작년 11월 무렵부터 취재해온 KPI뉴스의 전혁수 기자는 당시 장시호씨를 직접 취재한 기록을 바탕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전혁수 기자는 장시호씨가 김영철 검사에게 전기자와 통화 녹취 파일을 먼저 발송하고, 1시간 정도 지난 뒤 김영철 검사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 KPI뉴스는 이를 두고 두 사람이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해 짜고 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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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I뉴스 전혁수 기자의 설명을 시간대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장시호씨와 김영철 검사의 각별한 사이는 1200여 개에 달하는 녹취록 곳곳에서 확인된다. 장시호씨는 김영철 검사를 '김스타' 또는 '오빠'로, 이재용 부회장은 'JY', '플라워'로 지칭하며 대화를 나눴다. 윤석열, 한동훈, 강백신 등 같은 검사라도 실명으로 부른 검사가 있는 반면, 유독 김영철 검사는 실명 대신 닉네임 김스타로 불렀다. 그리고, 검찰 수사 정보의 출처는 항상 김스타, 즉 김영철 검사였다. 이는 수사 과정에서 김영철 검사가 장시호씨에게 특혜를 제공할 수 있는 관계였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제기된 의혹 대부분 사실로 확인돼
무엇보다 그간 장시호씨가 제기한 각종 의혹 상당수가 사실로 확인되고 있어 주목된다. 김영철 검사의 인사 발령을 미리 알고 있었다거나 병원장 구속영장 청구 등은 물론,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과 부적절한 성관계 등 핵심 의혹 역시 사실로 드러난 상태다. 특히, 장시호 본인의 사법 리스크였던 영재스포츠센터 횡령 사건은 민사에서 패소했으나 형사에서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 났고, 프로포폴 투약 등 마약 혐의는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김스타(김영철 검사)한테 고맙다고 카톡했어, 지금 (중략) 민사는 일단 돈은 그것만 해결 잘하면 되겠네.
- 장시호 통화 녹취(2021.2.26) - 횡령 사건 해결 감사 문자
성역 없는 수사로 진실 밝혀야
그럼에도 이번 의혹과 관련해 삼성과 검찰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영철 검사 개인이 언론에 장시호 사과문을 돌리는 등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다. 이는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기업과 검찰, 법무부가 유착한 권력형 비리다. 진실 규명을 위해서라도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대기업과 사정 기관 사이의 불건전한 커넥션도 끊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역 없는 수사만이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