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FC] ‘日 자민당 선거 압승→전쟁 가능한 국가’ 국내 언론 보도가 간과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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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전격 단행한 뒤, 지난 8일 치러진 중의원 총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자민당은 단독으로 316석을 확보했고, 일본유신회·참정당 등 보수 정당의 가세로 개헌 발의선까지 확보했다. 국내 언론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보도하며,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가고 있다’ ‘전쟁 가능 국가 개헌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선거 결과를 곧바로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으로 연결하는 이 같은 해석이 일본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의원 선거를 전환점으로 설정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기존 군사·헌법 구조와 이미 진행돼 온 제도 변화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전쟁국가’ 아닌 ‘재무장’이라고 말하는 이유


국내 언론은 이번 중의원 선거 압승을 계기로 헌법 9조에 대한 개헌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고, 이에 따라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가 된다는 논조로 보도하고 있다. 헤드라인은 ‘자민당 압승으로 전후 처음 개헌선 확보’, ‘전쟁 가능 국가 개헌 논의 탄력’ 등 이번 선거 결과를 기점으로 해석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그러나 국내 언론이 헌법 9조 개헌 추진을 두고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간다’고 말하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이를 주로 ‘재무장(再武裝)’이라고 표현한다. 이 밖에도 ‘방위력 강화’, ‘헌법 해석 변경’, ‘억지력(deterrence) 강화’ 등 군사·헌법적 상태를 설명하는 용어들이 널리 사용된다.

 

일본 헌법 9조는 형식상 군대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1947년 5월 3일 시행된 현행 헌법이 전후 일본의 군대 보유와 전쟁 권한을 원천적으로 금지해 온 데 배경이 있다. 

 

현행 9조 2항을 살펴보면 ‘육·해·공군 및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시하는데, 1954년 7월 1일 자위대 창설 이후 일본은 ‘자위 목적의 필요 최소한의 실력’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군사력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이어 지난 2015년 9월 아베 신조 내각은 헌법 개정이 아닌 정부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이는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일본의 존립이 위협되고 국민에게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필요 최소한의 실력’ 범위 내에서 무력 행사가 가능하도록 한 조치였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해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 중국의 대만해협 군사 활동 확대 등 연쇄적 안보 위협 속에서, 2022년 10월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본격적으로 군사력 강화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같은 해 12월 일본 정부는 국가안보전략 등 ‘안보 3문서’를 개정하며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2023~2027년 방위비 GDP 대비 2% 확대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취임 첫날 기자회견에서 “강한 일본 만들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며 핵심 정책 분야의 하나로 외교·안보 분야를 지목했다. 같은 날 열린 첫 각료회의에서 방위비 인상을 위한 ‘국가안전보장 관련 3문서’ 개정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10여 년간 일본이 군사 제도 정비와 방위 정책 수정을 지속해 온 현실을 감안할 때, 최근 국내 언론에서 흔히 사용되는 ‘전쟁 가능한 국가’라는 단정적 프레임은 일본의 군사 역사와 외교·안보 환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미 자위대라는 실질적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행 헌법 9조의 핵심 쟁점은 자위대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무력 사용의 범위와 조건을 어디까지 명확하게 규정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美 주도로 제정된 일본 헌법 9조와 재무장의 역사


일본 헌법 제9조가 만들어지고 개헌 논의가 이어진 배경에는 전후 일본-미국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있다.

 

1947년 일본국 헌법을 제정하면서 이른바 ‘평화헌법’의 핵심인 제9조도 함께 제정됐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미 군정하에서 미국의 요구에 따라 헌법 9조에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 조항을 명시했다. 이 조항은 일본이 다시는 군사대국으로 부활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설계한 비무장 정책이었다.

 

그러나 냉전이 심화되자, 미국은 일본을 소련·중국 등 공산권 확산을 견제할 동아시아 전초기지로 삼고, 이에 따라 1954년 자위대 창설 등 일본의 재무장 허용이 점진적으로 이뤄졌다.

 

현재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14억 인구와 거대한 투자력을 바탕으로 군사·과학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러시아 역시 소련 시절보다는 약화됐으나, 1억이 넘는 인구와 막대한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원부국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자급자족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동북아 안보 환경에서 일본이 단독으로 중국·러시아에 맞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과거 태평양전쟁 시기의 경우 일본이 아시아에서 국방과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1극 체제’에 있었다. 이에 미국도 이런 일본을 견제할 필요가 있었고, 일본 헌법 제9조의 설립 및 이를 유지할 명분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아시아 대륙에서 일본 ‘1극 체제’는 소멸된지 오래다. 특히 중국 및 러시아가 세력을 키우며 미국과 대응하는 만큼, 미국으로서는 일본과의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며 ‘평화헌법’의 철저한 유지를 고집해야 한다는 명분이 희미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재 한국은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공산주의 확산 저지의 최전선에 서 있는 반면, 일본은 후방에서 징병제 없이 경제·과학 발전에 집중하며 인재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동맹 구조의 이점을 활용한다는 평가도 있다.

 

다시 말해, 일본 헌법 9조는 미국의 비무장 정책 아래 제정됐으나, 이후 냉전·중국 부상 등 역동적 국제정세 속에서 미국 요구에 따라 점진적 재무장이 허용됐다. 오늘날 일본의 재무장과 자위대 역할 확대는 미국의 대외전략, 그리고 동북아 안보 구조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에 이번 일본의 총선 결과를 두고 우파 정당이 압승해 개헌 가능성이 커졌다고 해서, 국내 언론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간다’는 논조로 보도하기 전, 일본 역사 변화의 흐름과 미국 등 주변국과의 안보 맥락을 고려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