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예

[문화 인싸잇]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영화에서 공연까지…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는 콘텐츠의 힘(1)

20년 동안 사랑받는 작품의 무대화 전략과 공연 구조
배우와 연출로 구현한 애니메이션 세계관
일본의 소프트파워 전략과 IP 확장

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일본에서 지난 2001년 개봉해 이듬해 한국에서 약 2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실사 공연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후 20년 넘게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표작으로 자리하며 사랑받은 이 영화는 이제 또 다른 형식으로 실사화돼 무대 공연으로 해외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20년이 지난 작품이 영화에서 무대로 재구성돼 해외 투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 강국이라 불리는 일본 콘텐츠 산업의 장기 IP(지적재산) 전략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이번 내한 공연은 일본에서 시작된 무대화 프로젝트의 오리지널 투어 형식으로 한일 양국 간의 문화적 파트너십과 상호 이해를 높이기 위한 상징적인 공연으로 기획됐다. 

 

연출은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잘 알려진 존 케어드가 맡았고, 히사이시 조의 원작 음악은 라이브 오케스트라 연주로 구현됐다. 작품성과 연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의 구조적 특성이 맞물리며 원작의 세계관을 무대 위에 그대로 재구성했다.

 

이 공연은 지난달 7일부터 내달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예정돼 있다. 러닝타임은 인터미션 20분을 포함한 총 180분이며 전 회차 일본어 원어로 진행되며, 관람 연령은 2019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인 초등학생 이상으로 제한된다.

 

 

원어 공연 가능케 한 오페라하우스 구조... ’대사 전용 패널’까지

 

영화로 기억되는 작품인 만큼 실사화 과정에서 무대 선택은 공연의 모든 스토리를 담아내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특히 원어 공연으로 진행되는 만큼 한국 관객에게 대사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으로 작용하는데, 이에 따라 오리지널 투어 공연 측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를 선택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는 1993년 개관한 국내 최초의 오페라·발레 전용극장으로, 2340석 규모의 말굽형 객석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국 전통 갓을 형상화한 지붕과 원통형 로툰다 로비 구조도 특징이다.

 

또 ‘액자형 무대’라고도 불리는 프로시니엄 아치형 무대로 거대한 액자 속 장면을 바라보는 듯한 원근감을 연출할 수 있다.

 

약 450㎡ 규모의 주무대·후무대·좌·우 무대와 오케스트라 피트를 포함한 4면 무대 시스템은 모두 연계되어 있어 대형 세트 전환에 있어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컴퓨터 제어 시스템을 통해 세트를 신속히 교체할 수 있어 장면 전환이 빈번한 공연에 적합한 무대 구조다.

 

 

아울러 오페라와 발레에 최적화된 설계로 잔향이 1.2~1.5초 유지되는 클래식·오페라·발레 공연장으로 특화된 공간이다. 오케스트라를 동원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제작진에게도 공연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또 원어 대사를 전달하는 것도 오페라하우스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공연장 무대를 기준으로 좌우·상하에 설치된 6개의 자막 패널을 통해 관객은 실시간으로 번역된 한국어 대사를 띄워 언어 장벽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다양한 구조적 특성을 갖춘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는 일본어 원어 공연과 대형 세트의 신속한 전환, 오케스트라 음향 등 복합 연출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 평가된다.

 

 

원작 세대와 OTT 세대가 만난 객석… 세대를 잇는 콘텐츠의 힘

 

필자가 관람한 평일 오후 7시 30분 공연은 밤 10시 30분경 종료됐다. 해당 회차에서는 퇴근 이후 공연장을 찾은 성인 관객 비중이 높게 나타났으며, 객석은 2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으로 구성됐다.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들은 작품의 세계관을 체험하는 모습을 보였다. 로비에는 다양한 굿즈가 판매되는 팝업스토어가 마련됐고, 영화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 앞에는 대기 줄이 형성됐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2002년 개봉 당시 극장을 찾았던 세대뿐 아니라 OTT를 통해 작품을 접한 20대 관객의 유입도 확인됐다. 원작을 기억하는 세대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접한 젊은 관객층까지 관람층이 확대된 것이다.

 

이번 내한 공연은 20년 이상 축적된 애니메이션 IP가 공연 산업으로 확장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영화로 출발한 작품이 무대 형식으로 재구성되며 다시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 콘텐츠 확장의 흐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