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공포영화 ‘살목지’, 7일 만에 손익분기점 돌파

충남 예산 저수지에 새벽 3시에도 차량 100대
‘살리단길’ 별명 붙은 촬영지... 예산군, 패러디 영상으로 지역 관광 연계 나서

인싸잇=이다현 기자 | 지난 8일 개봉한 공포영화 <살목지>(감독 이상민)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극장을 넘어 실제 촬영지까지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충남 예산군 광시면 저수지에는 새벽에도 방문객이 넘쳐나고, 지자체는 이 열기를 지역 관광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에 나섰다.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 돌파... 2026년 개봉 한국 영화 중 최단 기록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살목지>는 개봉 첫날인 8일 8만 9913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첫 주말(10~12일) 3일간 53만 6454명이 관람했으며, 14일 기준 누적 관객 80만 명을 돌파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개봉 이후 6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고, 이는 2026년 개봉 한국 영화 중 가장 빠른 손익분기점 달성 기록이다. 순제작비는 약 30억 원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로드뷰에 포착된 정체불명의 형체를 재촬영하기 위해 저수지를 찾은 촬영팀이 물속의 존재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공포물이다.

 

관객들 사이에서는 “눈을 감아도 무섭다”는 반응과 함께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며 이른바 ‘호러 신드롬’이 형성됐다.

 

영화의 배경이 된 살목지 저수지는 1982년 농업 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조성된 소규모 저수지다. ‘살목’은 인근 지형에서 유래한 고유 지명으로, 화살나무가 많이 자란 데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밤 10시 이후엔 아무도 남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왔고, 집을 지을 때 살목지 방향으로 문을 내지 않는 풍습이 있었다는 말도 구전됐다.

 

 

이 장소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은 2022년 MBC 프로그램 ‘심야괴담회’에 두 차례 소개되면서부터다. 이후 공포 전문 유튜버와 스트리머들이 잇달아 방문해 체험 콘텐츠를 제작했고, 영화 개봉으로 대중에게까지 알려졌다.

 

새벽 3시에 차량 90대 이상... ‘살리단길’ 별명까지

 

영화 흥행과 함께 실제 촬영지에도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 12일 새벽 3시 현장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며 어둠 속 좁은 산길에 차량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내비게이션 기준 실시간으로 살목지를 목적지로 설정한 차량이 90~100대에 달한다는 화면도 공개됐다.

 

방문객이 몰리면서 관광객이 모이는 골목을 뜻하는 ‘~단길’을 조합한 ‘살리단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예산군은 야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방문을 통제하고 있으며, 한국농어촌공사와 협력해 난간·펜스 설치와 구조장비 비치 등 안전 대책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살목지는 캠핑·낚시·취사·야영이 모두 금지된 공공시설물이다.

 

예산군, 패러디 영상으로 맞불... '왕사남’ 영월 선례 따를까

 

예산군은 이 분위기를 지역 관광으로 연결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군 공식 유튜브 채널 ‘예산군’에는 영화를 패러디해 지역 관광지인 광시 한우 거리를 소개하는 영상이 올라왔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패러디 대박”,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군 관광진흥팀을 중심으로 살목지를 활용한 맞춤형 관광 상품 기획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해 2월 개봉해 1600만 관객을 돌파한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가 촬영지인 강원 영월군 청령포와 장릉에 평소의 8배에 달하는 관광객을 불러들이며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 선례가 있다.  영화 <살목지>가 <왕사남>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살목지는 애초에 관광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 아닌 데다 오랫동안 머물기 어려운 장소 특성상 단순 방문 수요가 주변 상권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인프라 정비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