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를 강행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처리 시한으로 알려진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간의 충돌이 우려된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13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두 달이 다돼 간다. 국민들에게 부끄럽다"며 "정치권은 서로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정치권 공동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제 절차적인 문제는 모두 해소된 만큼 15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처리해 유례 없는 헌재 공백 사태를 끝낼 수 있기를 바란다"며 강행 처리 방침을 시사했다.
김한길 원내대표 역시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억지와 횡포로 국회 기능 마비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예고하는 한나라당에 대해 통탄스럽게 생각한다"며 한나라당의 저지 방침을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헌법기관장의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국회 책임과 권한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임명동의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노웅래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는 브리핑에서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발목 잡힌 2천5백 건의 법률안이 한나라당에 의해 인질로 잡혀 있다"며 "15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절차적 하자가 모두 치유된 만큼 임명동의안을 법 절차에 따라 표결로 처리할 것"이라며 강행 처리 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 부대표는 한나라당의 물리적 저지 방침에 대해 "이런 행태는 대국민, 대의회 협박"이라며 "기자회견하고 도둑질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또 "임명동의안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는 전효숙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의 국회 인준안과 관련, 오는 15일 국회 처리 이전에 전 소장 후보를 헌재 재판관에 먼저 임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서울신문>이 13일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3일 회의를 갖고 전 소장 후보의 재판관 '선 임명'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임명동의안의 국회 처리에 앞서, 청와대가 늦으면 15일 오전이나 그 이전에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기사는 전하고 있다.
청와대는 전 소장 후보 재판관 임명에 대해 지난달 21일 인사청문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30일이 지남에 따라 재판관으로 임명하는 데 전혀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그간 표명해왔다.
따라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이 같은 방침은 '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는 헌법재판소법의 조항에 따라 '선 재판관 임명, 후 소장 인준'을 통해 사전에 인준 절차에 따른 논란의 소지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의석이 139석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임명동의안 상정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확실하게 공조의사를 표명한 민주노동당의 의석을 합쳐도 과반에 1석 모자라는 148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모두 표결에 참석해야 임명동의안 상정 자체가 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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