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노 대통령이 수석당원이라고는 했지만, 거의 전권을 휘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열린우리당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노 대통령에게 돌렸다.
이 전 의장은 13일 저녁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당청분리나 당정분리는 어찌 보면 정부나 청와대에서 하는 인사나 정책에 관여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규정하고 "당청분리라고 했지만 당은 정부나 청와대에 대해 아무 말도 하기 어려웠고, 정부나 청와대는 당에 대해 더 깊이 관여하거나 휘두를 수 있었던 역설적인 상황이었다"며 청와대를 정면으로 비난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은 애초 보스가 없는 정당이었지만 초선의원들이 대부분 노 대통령을 모방하고 싶어 했다"며 "대통령의 사고방식이나 말하는 태도를 따라하고 싶은 성향을 가진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당이 위아래도 없고, 질서가 안 잡히는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게다가 당 지도부가 장관 등으로 불려나가고, 선거에서 졌다고 지도부가 바뀌었다"며 지도부의 잦은 교체 역시 청와대에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생정당이기 때문에 지도부와 의원들이 하나가 되어 뿌리를 내려야 하는데 자꾸 바뀌다보니 당이 안정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이 전 의장은 당정 관계에서 당이 무력해진 예로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들었다. 즉, "당에서 정책을 개발하고 이니셔티브를 취하려고 하면 정부에서 용납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이 전 의장은 소개했다.
그는 "부동산 값이 너무 뛰니까 초기단계에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게 옳다고 당에서 주장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묵살했다"며 "청와대의 독선적 운영에 당이 견뎌내질 못했다"고 청와대를 거듭 비난했다.
방송에서 이 전 의장은 향후 정계개편에서 노 대통령이 개입하지 말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통령이 정치 문제, 정계개편 문제 등 당신이 물러난 이후의 문제까지 관심을 두게 되면 당면한 문제에 신경 쓰기 어렵다"면서 "정계개편을 하든 신당 창당을 하든 대통령은 당 안에 있는 분들이 논의하도록 자유롭게 내버려두고, 본인은 경제나 안보, 부동산 문제에 전념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현재 열린우리당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합신당론'과 '재창당론' 등 정계개편의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에 있지 않은 분들도 모여서 더 큰 덩어리를 만들어내는 게 급선무"라며 "나중에 이리저리 흩어지기보다는 원로를 중심으로 중진들과 초재선 의원들이 함께 묶어나가는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새로 만들어지는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은 중도개혁 내지는 합리적 진보 성향을 띈 정당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핵실험 후 '전면 수정'과 '현행 틀 유지'로 맞서 있는 대북포용정책에 대해서 이 전 의장은 "우리가 쓴소리를 할 때는 해줘야 하지만, 북이 당면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서 인도적 지원은 계속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북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 발사를 하는데도 포용정책이 지금까지와 똑같은 방향, 똑같은 심도를 가지고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유엔에서 대북 인권결의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번에야말로 기권이나 불참을 하지 말고 참여해서 유엔결의안에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북송금특검에 대해 "대단히 불행한 일이었다"고 비판한 이 전 의장은 "구 공산권이나 공산주의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수립한다든가 하기 위해 들인 비용은 대북송금을 했던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였고, 그것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며 "이를 인용하거나 참조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만 가지고 문제를 삼는 것에 대해서는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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