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두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극한 대립이 급기야 한나라당의 '국회 본회의장 점거'라는 초강수로 옮겨진 가운데, 15일 오후 5시 45분 경 의원총회를 마친 열린우리당 의원 59여 명이 본회의장에 들어왔다 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하나 둘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단상 근처에 흩어져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화들짝 놀라 단상을 다시 에워싸는 등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여야 간의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본회의장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한나라당 보좌진 역시 바짝 긴장한 채 "기습 진입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으나, 입장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약 10여 분만에 본회의장을 빠져나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7시 현재 한나라당 의원들은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최소한 오늘밤 12시까지는 농성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입장은 '진입'이 아닌, '탐색전' 내지는 '경고용 엄포'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또 농성이 장기화 할 경우에 대비한 '치고 빠지기 식 김빼기'가 아니냐는 반응도 많았다.
원혜영 열린우리당 사무총장 역시 "우리는 폭력을 쓸 생각이 없다"며 "비폭력으로 진입해 최대한 정상적인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사실, 최근 부동산 정책에 대한 대혼선으로 인해 국민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으로서는 표결을 강행할 의사도, 여력도 없다. 이와 관련, 한 초선의원은 "시간을 좀 더 두고 판단할 문제"라며 '전효숙 인준안 사태'가 장기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문희상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 20여 명은 16일로 예정된 일본 출장을 포기했다.
또 한나라당의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도 여당 의원들이 일본 출장을 포기할 경우 가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한일의원연맹의 방일은 취소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16일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면담하기로 돼 있는데 일방적으로 방일을 취소할 경우 외교적 실례"라며 열린우리당의 방침을 비난했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