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도 보고 딸의 졸업식에도 참석할 겸 미국을 방문한 사업가 A씨는 평상시 같으면 6개월 체류 허가를 내주던 이민국 직원이 방문 목적은 물론, 기거할 주소 등을 꼬치꼬치 묻는데 진땀을 빼야 했다.
"그런데 왜 왕복 비행기표에 귀국 날짜가 안 찍힌 오픈 티켓을 가져왔지요?"
이 직원의 질문에 A씨는 "돌아갈 날짜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우선 오픈 티켓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이 직원은 조금 생각하더니 체류허가서(I-94)에 체류기간을 한 달로 찍어주었다.
미국 시민권자인 약혼자와 함께 스키를 갖고 미국 공항에 도착한 B양은 "스키를 다시 한국으로 가져갈 것이냐"는 질문에 장차 남편의 시댁에 보관할 계획이어서 "미국에 두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가 입국을 거절 당했다.
스키를 갖고 방문했으면 다시 스키를 갖고 귀국하는 것이 원칙인데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대답 때문에 낭패를 당한 것이다.
미국 워싱턴 일대에서 한인 인권 전문가로, 이민 전문 변호사로 활약중인 전종준 변호사는 13일 복잡한 미국 비자와 까다로운 입국절차를 알기 쉽게 갖가지 사례들을 담아 '미국 비자 포커스'를 펴냈다.
이 책은 각종 비이민 비자 및 이민 비자의 종류와 이에 따른 체류 자격은 물론 미국 시민권 취득절차까지 상세히 담고 있다.
특히 비이민 비자인 상용(B-1), 방문(B-2), 무역인(E-1), 투자(E-2), 학생(F-1), 단기취업(H), 기자(I), 교환연수(J), 약혼자(K), 주재원(L), 특기자 (O), 예ㆍ체능인(P), 종교(R) 비자 등과 관련, 비자 인터뷰 요령이나 미국 법을 잘 몰라 당하는 불이익 사례도 소상히 밝히고 있다.
방학중 두 자녀를 데리고 미국에 온 주부 C씨는 방문 목적을 묻는 질문에 '친지 방문과 관광'이라고 말해 아무 문제없이 6개월 체류 허가 도장을 받았다.
그런데 자녀가 방학중 영어 학원에 다니면서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게 해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잠시 한국에 혼자 나가 집 정리를 하고 자녀의 학교 서류를 준비해 다시 미국을 방문했다.
"얼마 전에 미국을 방문했는데 왜 또 왔지요?"
C씨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제대로 말을 못하고 더듬거리자 이 직원은 C씨를 따로 취조실로 데리고 가 짐 검사를 했으며, 이때 자녀의 서류와 호적 등본이 나오는 바람에 한 달 체류 허가를 받고 말았다.
만일 C씨가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서 학생 비자로 변경했더라면 자녀는 동반 가족으로 함께 수속이 가능했었으나, 이미 한 달 체류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 방법은 불가능해졌으며, 결국 아이들이 사립학교로부터 입학 허가서를 받아 학생 비자로 변경하거나 아니면 한국으로 귀국한 뒤 학생 비자를 신청하는 방법만이 남게 됐다.
한편 전변호사는 이 책에서 한국이 미국 비자 면제프로그램 가입을 서두르는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는 27개 비자 면제국의 경우 자국민이 미국을 무비자로 방문한 뒤 굳이 미국에 눌러앉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의 이민서류 미비자 1천50만명 중 한국인이 21만명에 달하는 등 미국 내 불법 체류자가 전세계 6위에 이르고,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 탈출을 원하는 현실 등을 고려 할 때 비자면제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연합뉴스) n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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