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MBN <황금알> 프로그램에서는 한의학의 효과를 다뤘다. 한의학의 효과가 의학적으로 입증이 되었는지를 토론하는 듯 했으나 결국은 한의사들의 신앙 간증 집회를 보는 것 같았다. 한의사들이 자신들이 환자를 치료한 무용담을 늘어놓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은 학계에서 의학적인 효과를 판별하는 근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설령 그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치료행위가 실제로 병이 치유된 원인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방 치료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어도 병이 저절로 나았을 수도 있고, 위약효과일 수도 있고, 한의사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채로 병원에서 다른 치료를 받아서 나았을 수도 있다. 침술의 효과를 열 배나 부풀린 거짓말 방송에 출연한 정채빈 한의사는 거짓말을 했고 큼지막한 자막이 입혀졌다. 2003년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침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 300여 가지가 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침술의 효과를 인정한 질환은 300여 가지가 아니라 28가지로 열 배나 뻥튀기 했는데 방송에서는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한의사들에게 보고서에서 인정한 질병 외에는 치료하지 못하게 막는
이따금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의 의미가 왜곡되어 전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의미가 동의보감의 의학적 가치를 인정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일본의 가미카제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시도에 분개하기도 한다. 유네스코는 1995년에 인류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유산인데도 훼손되거나 영원히 사라질 위험에 있는 기록유산의 보존과 이용을 위하여, 기록유산의 목록을 작성하고 효과적인 보존수단을 강구하기 위해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사업의 목적은 세계의 기록유산이 훼손되거나 유실되지 않고 미래세대에 전달되거나 원하는 사람들이 방해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데 있다. “인류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유산”의 의미는 그것이 긍정적이라거나 훌륭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그 당시의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가치가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승정원일기 등 11개가 등록돼 있다. 일본의 가미카제 등재 신청이 분개할 일일까? 등재된 기록물 중에는 어두운 역사를 담은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아래 노예에 관련된 문서들은 당시의
11일 SBS 뉴스는 “발전소 굴뚝 위 흰 연기…수증기라더니 '발암물질'”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네이버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바일 메인 화면에 크게 노출시켰다. 기사에서는 "흰 연기 속 벤젠은 17.8㎍/㎥, 톨루엔은 72.9㎍/㎥ 테트라클로로에틸렌도 385㎍/㎥이 나왔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벤젠은 1급 발암물질이다. 숫자의 의미는 신경도 안 쓰고, 환경 기준치를 밑돌았다고 이야기하지만 어쨌든 발암물질이 있다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공계적 소양이 부족한 사람들은 숫자를 무심코 지나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숫자다. 숫자를 빼놓고는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다. 똑같은 물질도 양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도 한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간접흡연으로 담배연기를 100% 호흡했을 때를 가정하면 벤젠에 노출되는 농도가 4,605,028㎍/㎥이라고 한다. 발전소 굴뚝 ‘흰 연기’의 9만 배가 넘는다. 발전소의 어마어마하게 높은 굴뚝 위에 코를 박고 흰 연기를 그대로 마시는 일도 불가능하겠지만, 설령 그렇게 한다면 도대체 굴뚝 위에서 며칠 밤을 보내야 담배 한 개비의 벤젠 양을 흡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상
지난 4월 1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우리의학, 미래를 꿈꾸다’ 편은 광신도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맹목적인 한의학 찬양 방송이었다. 방송에는 한방 암치료제 넥시아를 개발한 최원철 단국대 특임부총장과 한방과 협진을 하는 병원들, 그리고 중국과 호주의 사례가 등장했다. <시사기획 창>은 한의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의학계의 거센 공격”을 지목하면서, 한방항암제 넥시아를 개발한 최원철 단국대 특임부총장이 “우리 의학계의 풍토에선 힘들어” 외국으로 떠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작 “의학계의 거센 공격”이 어떤 내용인지,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반대측 인터뷰는커녕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었다.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한의사 편을 들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특히 “공격하는 게 아쉽고 안타깝다.”, “양방한테 이단아 취급받아 가슴 아프다.”는 등의 넥시아 복용 환자 인터뷰는 시청자들에게 문제의 본질을 등한시한 채 감정적인 반응을 유도하려는 수작으로 보인다. 한의학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 과학계에서 한의학에 비판적인 이유는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검증 없이 ‘전통’이라는 명목밖에 없이 벌어지는 의료행위
어느새 ‘해독’ 열풍이다. 한의사, 의사, 다이어트 전문가 등 다들 “독소”와 “해독”을 외쳐대며 한 몫 챙겨보겠다고 나선다. 서점에는 해독을 내세운 책들이 즐비하고, 케이블 방송뿐만 아니라 KBS <생로병사의 비밀>, EBS <다큐프라임> 같은 공영방송 프로그램까지 해독 미신에 취했다.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데, 방송에는 사이비과학이 설친다. 언론도 전문가도 이를 바로잡지 않고 오히려 일부 의사와 교수들까지 자신의 지위를 앞세워 한 몫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해독 미신을 파헤쳐보자. 조선시대 천연두와 독 독소와 해독이라는 개념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조선시대에 두창, 창진, 마마라고도 불린 천연두는 치사율이 30%에 달하는 인류에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세종대왕도 동생과 두 아들을 천연두로 잃었다. 조선시대에는 천연두가 태아 때 삼킨 독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했다. "태아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더러운 것을 먹어서 오장으로 들어간다. 아이가 태어날 때에 아이의 입속에 불결한 것들이 있다가, 아이가 울음소리를 한 번 내고 호흡함을 따라서 아이의 장 속으로 들어가 숨어 있으면서 나타나지 않는다. 풍한 같은 사기를 만나면 더러운 기운이 서로 엮
암은 가장 무서운 질병으로 손꼽힌다. 암에 걸렸다고 하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걱정하고, 말기 암이라고 하면 사망선고나 다름없다고 탄식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데이터를 살펴보면 암에 대한 위험성과 두려움은 상당히 부풀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암에 대한 실제 위험도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일은 암 환자와 주변 사람들의 공포를 덜어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암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과장된 두려움을 이용해 한 몫 챙기려는 자들로부터 일생동안 열심히 모아온 재산과 건강을 지켜낼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암 통계 국가암등록사업 연례 보고서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6.3%였다. 특히 조기에 발견된 주요 암 환자들의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90%를 넘었다. 통상 5년 생존율을 암에 대한 완치로 보는데, 결국 조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한 질병인 것이다. 암을 진단받은 사람 10명 중 5명은 10년 이상 생존했다. 반은 10년 이내에 죽는다니 만만치 않게 느껴진다. 통계치에서 생존자로 분류되지 못한 비율에는 암이 다른 질병이나 사고로 죽는 사람까지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암에 걸린 사람 중 반 이
6월 22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하버드 등 30개 미 대학병원서 한의학치료"라는 제목의 기사가 전국의사총연합과 닥터플라자를 비롯 여러 의사단체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기사 내용이 도대체 어떠했길래 의사들이 그토록 화가 난 것일까? 해당 <조선일보> 기사는 미국 <가정의학(Family Medicine)>에 실린 한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보도한 기사이다. 기사의 출처인 원 보고서는 지난 5월 미국 가정의학교육자협회(Society of Teachers of Family Medicine)가 미국 30개 교육의료기관(academic health centers)의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 시술자들에 대한 실태를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인종, 학력, 교육기간 등 시술자들에 대한 정보와 함께 어떤 종류의 통합의학 치료법들이 사용되고 있는지가 자세히 소개된 이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자랑이라는 한의학이 차지하는 위상도 확인해볼 수가 있다( Integrative Medicine at Academic Health Centers )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의료기관에서 시행되는 통합의학의 종류로 호흡수련, 약초(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