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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배신자가 아니다

노대통령의 핵심지지층은 오직 부산경남 하나

나는 노무현 부산대통령이 핵심 지지세력을 배반했다고 한때 믿었던 적이 있다. 최근에 들어와서야 이게 완전한 판단착오였음을 깨달았다. 원인은 노부통령의 핵심 지지세력을 착각한 데서 비롯되었다.

여기서 핵심 지지세력의 의미를 꼼꼼하게 되새김질해보자. 단순히 숫자만 많다고 핵심 지지세력은 아니다. 특정 정치인과 자유롭고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확보하고, 그의 주요한 의사결정과정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혹은 결정 자체를 대행하는 인적 집단을 뜻한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최후까지 해당 정치인과 운명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최후의 순간까지 운명을 같이 한다고 하여 무슨 거창한 명분이 있다고 오해하지는 마시라. 정치적 의리의 이면에는 (잠재적) 떡고물에 대한 약속이 반드시 숨어있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노부통령의 핵심 지지세력은 누구일까? 지역적으로는 호남, 계급적으로는 서민계층이 핵심 지지세력이라고 진단된 터다. 노무현을 배신자로 단정짓게 만든 근거다. 그러나 이제 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노무현의 핵심 지지세력은 영남지방, 그 중에서도 부산경남지역 출신의 B급 인재들이다. 오직 이들만이 노무현 부산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이래 그와 수시로 접촉 가능한 통로를 독점해왔다. 경상도 바깥에서 태어난 인물들은 노부통령의 얼굴을 한번 보려면 별의별 짓을 마다하지 않아야 했다.

노무현과 최후까지 운명을 함께 할 계층적 집단의 정체 또한 드디어 명백해졌다. 안정된 일자리를 보유한 대도시 신흥중산층이다. 사회학에서 ‘여피’라고 표현되는. 젊은(Young), 도시화(Urban), 전문직(Professional)의 세 머리글자를 딴 ‘YUP’에서 유래한. 신세대 가운데 고등교육의 혜택을 듬뿍 받고, 대도시 및 인근 위성도시에 거주하며,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연 3만 달러 이상 소득을 올리는 젊은이들 말이다.

백과사전에서 인용한 위의 미국식 내용을 우리나라 현실에 조응하도록 잠시 손보면 한국의 경우에는 가계소득이 1년에 1억에 육박하거나, 이를 상회하는 계층으로 치환할 수 있으리라. 나는 노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대한민국 여피족들과 실제로 상당한 교류를 나눈 바 있다. 2002년 말에서 2004년 상반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에 걸쳐서다. 이들 대부분은 당시 기준으로 최소한 연봉 5천만 원 이상의 안전한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십중팔구 맞벌이였다. 그들의 아내(남편)들 역시 배우자에 필적하는 고수입 직업을 자랑했다.

한국판 여피는 농민과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의 서민층을 향해 어떠한 유대감과 동지의식도 발휘하지 않았다. 경쟁력 떨어지는 한심한 족속으로 공공연하게 멸시하거나, 취중한담의 수준에 머무는 알량한 동정심만을 내비칠 따름이었다. 내 분석이 의심된다면 친노를 표방한 이런저런 인터넷 정치웹진들의 게시판과 토론방을 둘러보시라. 딱 강남아줌마들 눈높이다. 심지어 김동렬님은 수출입국과 무역증대를 부르짖으며 마치 전경련 홍보실 직원으로 취직한 듯한 모습마저 연출하고 있다. 떠나야 할 때 떠나지 못한 자의 슬픈 자화상이다.

여피들은 아직까지도 노무현 부산대통령의 가장 확실하고 충실한 지지기반으로 남아있다. 이명박에 관해서는 깊은 호감을 품고 있기도 하다. 이명박과 노무현을 동시에 좋아한다는 사실로부터 여피들은 어떤 형태의 모순과 부조리함도 느끼지 않는다.

수평적으로는 부산경남 태생의 측근참모들, 수직적으로는 대도시 신생중산계급. 양자가 결합된 연합체가 노무현 정권을 지탱하는 양대 핵심 지지세력인 셈이다. 노무현 부통령은 핵심 지지세력의 충성과 지원에 구체적인 물질적 보상으로 화답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어서는 정부부처와 청와대 요직은 물론이고 유수 공기업의 노른자위 보직을 경상도 인사들이 싹쓸이하고 있다. 영남에게 인사로 보은한다면 여피들한테는 정책으로 고마움을 표시한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의 최종 수혜자는 미제 소비재와 서비스에 더 싼값으로 더욱 쉽게 접근할 기회를 얻게 된 도시지역의 신중산층이다.

통념과는 달리 재벌들은 자유무역협정에 커다란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건희 일가가 FTA에 목매달 이유가 있겠는가?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이지. 반면 신흥중산계급은 미국과의 자유로운 통상이 선물할 풍족한 소비생활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국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대중이야 FTA를 해도 죽고, 하지 않아도 죽기는 마찬가지지만. 노부통령의 핵심 지지세력의 실체가 비로소 파악되시는가? 노무현은 절대 배신자가 아니다. 모든 반대와 저항을 무릅쓰고 그의 핵심 지지세력인 PK 2류 엘리트의 출세와 수도권 386졸부들의 이용후생을 위해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고 있는 충직한 확신범일 뿐이다.

첨언을 덧붙이겠다. 노하우21이 신장개업한 웹사이트에서 김찬식과 사도바오로가 듀엣으로 쫓겨났다는 소문이 들린다. 진작에 예견됐던 사태전개다. 둘 모두 노무현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닥치고 영남후보’ 노선의 부당함과 폭력성에 비겁하게 침묵하거나 무조건 동조할 성격이 아니다. 한미FTA를 둘러싼 의견충돌은 표면적 결별사유에 지나지 않는다.

친노진영의 중심은 서역국이다. 서역국이 경상도 대표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사이트들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영남은 노무현 정권에게 있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다. 이걸 지키려면 영남후보만이 노부통령을 이어갈 범여권의 대권주자로 선출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영남을 향한 애정과 귀속감이 희박한 글쟁이들은 자연적이든 강제로든 정리 내지 도태되어야 옳다. 사도바오로와 김찬식 두 양반은 억울해할 필요가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뿌리며 거쳐갔던 길이다. 영남인종주의는 원칙과 상식을 수호하려는 의인들의 시체를 파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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