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중국총리가 10일 방한하면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원 총리는 이날 청와대 회담에서 한중 FTA 산.관.학 공동연구가 1년을 목표로 지난달 시작된 것을 평가하고, 이 연구를 통해 양국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원 총리는 또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한중우호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산.관.학 공동연구단지를 중심으로 빠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내서 조속한 시일 안에 (양국간 FTA 협상 논의를) 가속화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측은 FTA를 놓고 미묘한 시각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한미 FTA로 '선수'를 놓친 중국은 논의의 가속 페달을 밟자는 적극적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는 반면, 방금 한미 FTA라는 대사를 치른 한국은 대외적으로는 '동시 다발전략'을 강조하면서도 "면밀한 검토가 우선"이라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이다.
◇ 중국, 조급해진 분위기
한국 정부는 이미 2003년부터 중국을 중기(3∼5년)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상대로 찍어놨다.
정부가 내세우는 '동시 다발 FTA 추진전략'의 관점에서나, 미국 외의 인접국과 균형을 맞춘다는 측면에서나 충분히 검토할만한 대상이다.
이전부터 한국에 FTA 체결을 제의했던 것으로 알려진 중국도 한미FTA 타결 소식으로 몸이 달아오른 모습이다.
원 총리는 한미FTA 타결 사흘 뒤인 지난 5일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로 중국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중국과 한국의 FTA 산.관.학 공동연구 등 관련 연구가 현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안에 성과를 내 양국의 FTA가 촉진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물론, 한중 FTA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검증하기 위한 양국의 공동 작업은 이미 원 총리의 언급 이전부터 진행돼 왔다.
지난해 11월 통상장관 회담 때 한중 FTA 산관학 연구작업에 합의한 양국은 김한수 외교통상부 국장과 유지안후아(兪建華) 상무부 국제경무관계사장을 대표로 하는 1차회의를 지난달 22일 베이징에서 열었고 오는 6월 2차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 한-중 FTA타결시 4조달러 경제권
국제정치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중국은 적어도 '양'만 따지고 보면 이미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경제 파트너로 부상했다.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재벌그룹과 한국전력 등 대형 공기업은 물론, 국내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영세 제조업체까지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모두 3만개에 이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대중 투자 누적액은 350억 달러나 된다.
중국은 또 2003년에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 부상했다. 작년에는 중국으로 향한 한국의 수출액은 695억 달러로 대미 수출액 432억 달러를 압도했다.
중국은 지난해 국내 총생산(GDP) 규모가 2조6천9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등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 역시 GDP 1조 달러가 멀지 않은 상태여서 2∼3년내 FTA가 체결될 경우 양국을 합한 시장규모는 4조달러나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농산물 걸림돌로 작용
그러나 중국의 강한 의지와 한국 정부의 '동시 다발 FTA 전략'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 협상이 성사된다고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무엇보다도 농산물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쌀이나 채소류는 물론, 한약재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 재배되는 거의 전 품목을 재배,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FTA'가 체결될 경우 한국 농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한.중 FTA 산관학 1차 연구때 우리측 대표단은 "포괄적 FTA를 선호하지만 농.수산물 등 구조적 취약품목에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9일 국회에서 한중FTA시 농업 피해액이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결과를 제시하며 "농업에 상당한 예외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을 (중국측에)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당분간 국회 비준동의 등 한미FTA의 후속 절차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한중 FTA의 급진전을 막는 요인이다.
외교통상부 김한수 국장은 "중국은 필요한 상대방이지만 섣불리 시작할 대상은 아니라는 공감대가 정부 내에 형성돼 있다"며 "올해 말까지 산.관.학 공동연구가 끝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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