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둔 정략적인 발상’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범여권의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권에서 멀어진 고건 전 국무총리는 오는 12월 신당 창당을 목표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섰고,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친노세력과 통합신당파가 당의 진로를 놓고 이견을 나타내고 있다.
얼핏 보면 좌파 성향의 범여권 세력이 분열됨으로서 우파의 대선 승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3자 구도로 진행되다가 막판에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며 이회창 후보가 패배한 2002년 대선을 돌이켜 보면, 범여권의 분열 조짐은 재집권을 위한 ‘위장 이혼’에 가깝다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는 ‘제3후보’였던 정몽준 후보가 부상한 이후로 20%대 초반에 그치며 1위였던 이회창 후보에 크게 뒤지고 있었다. 이에 고무된 한나라당은 대세론에 안주된 듯한 모습을 보였고, 한나라당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정몽준-노무현 후보단일화가 실현되자 이회창 후보는 막판 역전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두 후보의 단일화 이벤트는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던 부동층을 대거 흡수, 한때 이회창 후보에 10%p 이상 앞서기도 했다. 조인스닷컴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일 실시한 주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도는 47.2%의 지지도를 기록하며 13.6%의 열린우리당을 세배 이상의 격차로 제쳤다.
대선후보 선호도에서는 이명박 전 시장이 32.8%, 박근혜 전 대표가 23.7%로 나타나 두 대선주자의 지지도를 합산할 경우 56.5%에 달했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고자 하는 좌파 진영의 입장에서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의 구도를 뒤엎기 위한 메가톤급 정계개편을 준비 중인 범여권에게 있어서 반(反) 한나라당 세력이 분열되는 ‘다자 구도’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악몽인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반 한나라당’이라는 깃발 아래 다시 통합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을 일단 해체한 후 2~3개의 범좌파 정치세력이 등장할 경우, 이들은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자신들의 ‘원죄’를 씻어낸 이들은 막판에 후보단일화 또는 합당을 통해 범좌파세력을 재결집시키며 ‘반 한나라당’의 깃발을 들고 나설 수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우파 진영도 이같은 시나리오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지난 7월 <프리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권이 분열했다가 대선을 앞두고 재통합하는 시나리오를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듯 하다”고 언급, 이같은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핵심 측근인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당장 진행될 정계개편보다도 선거 막판에 범여권 후보의 단일화 작업이 더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범여권의 후보단일화가 벌어질 경우,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카드를 우리 쪽에서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대학교 제성호 교수도 “우리 정치사에서 보면, 하나가 나중에 가서 둘로 쪼개지면 필패이고 둘로 팽팽하게 가다가 하나로 합치면 필승이라는 속설이 있다”고 지적, 좌파 진영의 후보단일화에 이은 막판 역전 가능성을 경계한 바 있다.
단, 이 과정에서 좌익정권 연장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일부 범여권 인사들이 ‘좌익 연합전선’에서 이탈할 경우에는 막판 역전 시나리오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여진다.
2007년 12월 대선의 승부는 ‘한나라당 및 우파 연합 후보’대 ‘반 한나라당-범 좌파 성향 후보’의 양자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좌우 진영의 두뇌싸움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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