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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교수들 `술, 알고 마시자' 모임 화제

각국 술 화제로 학문간 벽 허무는 계기 삼아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천약불애주 주성불재천). 하늘이 술을 즐기지 않는다면 하늘에 어찌 주성이 있겠는가."

지난 12일 오후 6시 성균관대 퇴계인문관 31310호 강의실.

서정돈 총장과 김준영 부총장 등 교수 30여명이 학생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앉은 가운데 일일강사로 나선 한문학과 송재소 교수가 이태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 시구를 읊으며 `중국의 술문화'를 주제로 특강을 시작했다.

송 교수 옆에 마련된 탁자에는 수정방(水井坊), 여아홍(女兒紅), 주귀(酒鬼), 분주(汾酒) 등 최근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중국의 명주 8병이 나란히 `도열'해 있었다.

"중국 소흥이란 지방에서 나는 소흥주 중에서 가장 좋은 술이 여아홍입니다. 딸이 서너 살 되면 술을 빚어 묻었다 20년쯤 지나 딸이 시집갈 때 꺼내서 손님에게 대접하는 술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중국술 박사'라는 별명이 붙은 김 교수의 중국 술 강의는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진다.

술을 빚는 방식에 따른 구분법부터 술 마시는 법, 술에 얽힌 옛 이야기를 거쳐 가짜 술 천국인 중국의 최근 실상까지 다양한 소주제를 넘나들며 좌중을 압도했고 `수강생'의 시선이 강사의 입을 떠날 줄 모른다.

"2003년에 중국 당국이 5성급 호텔 50곳을 조사했더니 고급 백주는 진짜가 47%, 고급 양주는 진짜가 28%밖에 안 됐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진짜인지 아닌지는 오로지 마셔봐야 알 수 있어요"

이규보의 한시 `명일우작(明日又作.내일 또 술 마시자는 뜻)'으로 끝난 송 교수의 특강은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학로의 중국집 진아춘(進雅春)으로 자리를 옮겨 이날 소개됐던 술 8병을 모두 비우고 난 뒤 자정이 가까워서야 끝났다.

성균관대 문과대 교수들 사이에서 이런 술 공부 모임이 시작된 것은 작년 4월.

김동순 문과대학장이 부임 이후 학문 간 단절의 벽을 깨고 교수들 사이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친숙한 소재인 `술'을 카드로 꺼내든 것.

그냥 먹고 마시는 일회성 모임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 들어가 있는 각국의 술을 제대로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학기에 한 번씩 모임을 정례화했다.

작년 4월엔 프랑스어문과에서 주관해 와인을 주제로 모임을 가졌고 12월엔 영문과 김동욱 교수가 나서 강사로 나서 위스키 특강을 했다.

김동순 학장은 15일 "처음엔 인문대 교수들끼리만 하는 모임이었는데 어느 새 학교 안에 소문이 나서 이번엔 총장까지 모시고 하게 됐다"며 "70여명이나 되는 문과대 교수들 사이에 교류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학문 간 벽을 헐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setuz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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